제목 : (정암사) 소나기 내리는 산사
날짜 : 2024.6.6.(목)
여행.. 언제나 설레임이죠.
새벽공기를 마시며 나오는 아침 제 마음이 콩닥거립니다.
여행은 어디로가는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누구와 함께하는냐가 더 중요하지요.
여행계획서를 짜면서 부터 말랑거리는 제 마음속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성큼 들어옵니다.
이번 여행 첫번째 미션은 협곡열차 V-트레인 타기입니다.
철도청에서 여행상품으로 하루에 두번 운행하는데 시간 맞추어 탈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합니다.
봉화 분천역 ~ 태백 철암역을 왕복하는 기차입니다.
우리나이에는 열차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특히 바다를 보며 정동진까지 올라가는 동해안 열차는 더욱 그렇지요.
산타마을 출발 첫번째역인 양원역에 도착했습니다.
영화 기적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이곳에 10분 정도 쉬다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는다고 바쁘네요.
영화의 힘이 정말 대단하네요.
다음은 승부역입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인 곳으로...
작은 먹거리 장이 열리는 곳으로 데크 끝에서 바라보면 소원을 빈다는 용관바위를 볼수 있습니다.
태백 철암역입니다.
대합실로 내려오는데 갓 삶은 옥수수 내음이 나길래 사서 먹으면서 탄광역사촌을 둘러봅니다.
날씨가 이제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가고 있네요.
올 여름에는 얼마나 더울지.. 소나기가 자주 내렸으면 좋겠네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
딱 협곡열차를 두고 하는 말인것 같네요.
백두대간을 달리는 협곡열차, V트레인..
정말 이름만 들어도 뭔가 웅장할것 같은 느낌이 와 닿는데 실제 타보니까 딱히 기억에 남는 풍경이 없더군요.
참 기억남는것도 있네요. 옥수수가 상당히 비싸다는거....ㅎㅎ
분천역으로 되돌아와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인지 너무 급하게,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까지 배 앓이로 고생을 하였습니다.
분천역을 출발 만항재에 도착했습니다.
만항재(1,330m)는 정선군과 태백시 사이에 있는 고갯마루로 우리나라에서 차량으로 갈수 있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전나무 아래 야생화 군락지에 형성된 산책길을 걸으며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산책하는 내내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푸르른 실록이 눈을 평온하게 해주더군요.
만항재에서 정선군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정암사가 있습니다.
정암사는 적멸보궁 수마노탑이 있는 천년고찰입니다.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후 선덕여왕 14년에 창건하였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고 하네요.
정암사는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영월 법흥사, 봉정암과 함께 자장율사가 가져온 진신사리를 보관한 5대 적멸보궁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적멸보궁 한쪽 담벼락에 불두화가 소담하게 피었네요.
말 그대로 부처님 머리처럼 생긴 불두화는 은혜와 베품이라는 꽃말을 지닌 꽃입니다.
정암사 적멸보궁
전각안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위에 부처님 사리를 모셔놓은 수마노탑이 모셔져 있습니다.
적멸보궁이란 "온갖 번뇌와 망상이 적멸한 보배로운 궁전" 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적멸의 낙을 누리며 안식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삼배를 마치고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빗줄기는 한동안 고즈넉한 산사에 거세게 비를 뿌립니다.
쪽마루 없는 댓돌옆에 앉아
기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흙바닥을 패고 바위라도 뚫을 빗줄기를 무심히 바라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들리는 건 오롯이 빗소리뿐이네요. 이 분위기, 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산사에 내리는 소나기...
후드둑, 후두둑 참 듣기 좋죠. 약간 무더웠던 터라 청량감 마져 느끼게 합니다.
한동안 거세게 내리던 비가 어느 순간 조금씩 잦아들더니 하늘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파랗게 개이기 시작하네요.
적멸보궁 앞마당 대리석위로 물안개 피어나네요.
뽀얗게 연기처럼 피어나는 물안개를 보니 옅은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비온뒤 산사는 참 맑습니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고운 하늘과 맑은 공기가 가득 가득하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람 마음도 그러합니다.
우리네 인생 여정에 아픔이 있고, 시련이 있어도 그것을 이겨내면 선물 같은 삶이 주어지잖아요.
소나기가 내린 뒤 뜨는 무지개처처럼 말이죠.
수마노탑에 올랐습니다.
가까이서 친견해보니 탑이 웅장해 보였습니다.
높이 9m에 벽돌처럼 돌을 다듬어 올린 모전석탑입니다.
수마노탑은 마노석이라는 돌 조각인데 마노란 석영에 속하는 보석으로 용궁이라는 물에서 나왔다고 해서 수마노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라 합니다.
탑을 자세히 보면 층마다 풀들이 사이사이 자라있네요.
제 눈에는 오히려 이런 모습이 세월흐름을 말해주고 자연친화적으로 보기 좋네요.
문수전 뒷편으로 삼성각, 자장전, 관음전이 있는데..
관음전은 문수전에 자리를 내어주고 이곳에 새롭게 불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최근 불사를해서 인지 창호도 이중창호를 사용하였네요. 절집도 이제 하나씩 현대식 문명으로 바뀌는것 같습니다.
관음전 앞에 앉아있던 예담이가 구름이 마치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이라 말하네요.
이제 산문을 나섭니다.
사찰기행을 하다보면 유독 정이가는 절집이 있습니다.
정암사는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랜시간 함께 한듯한 아늑한 절집이였습니다.
아마 한때 시원하게 내린 소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커튼을 하나만 걷고 들어가면 고민이 다들 있지요.
이런 저런 실타래 처럼 얽혀있던 마음도 절집에 와서 내려놓고 나면 마음이 참 후련하고 편안합니다.
오늘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하고 정선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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