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나눔터

(오세암)설악 오세암에 반하다

 

제목 : (오세암)설악 오세암에 반하다

날짜 : 2024.6.8(토)

 

 

여행 3일차 아침.

여느 아침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오전에 오세암 순례를 하고 오후에는 홍천 수타사 산소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 한때 소나기가 예정되어 있네요.

우의를 한번 더 챙겨보고 등산화끈 조여매고 숙소를 출발합니다.

 

 

아침 식사는 황태국해장국입니다.

작년 봉정암 순레길에 들렸던 곳으로 맛있는 녀석들, 생생정보통 등 많이 소개된 맛집으로 산나물이 아주 맛나는 식당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취나물, 도라지, 시래기, 부지갱이, 목이버섯, 표고버섯 등 각종 산나물에 밑반찬이 정갈하더군요.

 

 

백담사에 도착..

돌탑1호를 찾아보니 다리공사로 인해 보이지 않네요.

아쉬움 가득하지만 가슴속에 묻어놓고 영시암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영시암으로 가는길에 반가운 바위를 만났네요.

해볼라꼬 바위입니다. 작년 봉정암 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 많이 힘들었지만 순례길을 끝마쳤을때 느꼈던 감동은 일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영시암 스님 독특한 불경소리가 들립니다.

보슬보슬 내리던 빗줄기가 영시암에 가까워지자 굵어지지 시작합니다.

수렴동계곡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산 안개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네요.

 

 

부처님을 뵙고 밖으로 나오니 장대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네요.

여느사찰에서 보기 힘든 대청마루가 있어 신발신기도 편하고 잠시 앉아있기에도 좋습니다.

 

영시암은 조선 후기 최고 학자로 추앙되는 김창흡이 영원한 은거를 맹세했던 곳으로 영시는 시위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화살을 뜻한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에 모두 발이 묶였네요.

영시암은 대청봉 오르는 산객들과 봉정암, 오세암가는 불자님들이 쉬어가는 곳입니다.

처마아래 옹기종기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정겹네요.

 

 

비가 잠시 머춤하는 사이 오세암으로 향합니다.

영시암에서 오세암까지는 2.5km로 천천히 걸어도 한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입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봉정암 가는 계곡길을 버리고 왼쪽 산길로 접어듭니다.

 

 

엷은 산안개 사이로 거대한 잣나무가 보이네요.

마치 영화 아바타 처럼 미지 세계에 들어 온듯한 느낌에 신비롭고 웅장해지네요.

 

봉정암가는 길이 변화무쌍한 협곡이였다면 오세암 가는 길은 울창한 원시림을 헤치고 가는 아늑하고 조용한 산길입니다.

유순한 산길은 세 차례 등성이를 넘어서게 되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고갯마루에 오세암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이곳에서 몇발짝만 내려서면 오세암이고 우측 산길로 오르면 내설악 전체를 조망할수 있는 만경대로 가는 길입니다.

 

 

오세암에 도착했습니다.

범종루 옆을 지나면서 예담이가 주변 산세가 너무 좋다고 탄성을 자아내네요.

암자를 에워싸고 우뚝우뚝 솟은 암봉들 주위를 비안개가 유유히 거닐고 있는 모습이 선경입니다. 

 

 

먼저 본전인 천진관음보전 참배합니다.

오세암의 관세음보살상은 여느 절의 관음상과는 다르게 백의를 입고 있고 계시네요.

그래서 일까요?  인자한 어머니 모습이나 천사 모습에 마음을 더욱 경건하게 합니다.

 

 

본전을 나와 늦은시간이였지만 점심공양을 할수 있어 다행이네요.

한시간 남짓 비를 맞아 체온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미역국 한그릇이 몸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그 사이 법당에서는 법회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큰 스님 염불은 그윽하게 내설악에 울려 퍼지고 있네요.

산세를 보며 언제 다시 올게될지 모르지만 오롯이 이 시간에 몰입해봅니다.

 

 

오세암은 그 절경만큼이나 신비로운 창건설화가 전해집니다.

신라 자장율사가 이 위치를 정하신 이유는 관세음보살님을 꿈에서 친견하고 설악산의 가슴에 해당하는 이 자리에 관음암이라는 이름의 절을 지었습니다.

 

이 관음암은 훗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는데 오세동자를 기리기 위해 여느 사찰에 없는 동자전이 있는 연유입니다.

 

 

동자전에서 바라보는 산세가 참 좋습니다.

산안개의 장막이 미처 걷히지 않아 구름을 타고 선계로 올라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신비로운 기운마저 느껴지네요.

 

 

오세암은 백담사에서 또는 마등령에서 온답니다.

이곳에서 곧장 봉정암으로 오를수도 있는데 산세가 험해서 초행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이제 오세암을 떠날시간입니다.

다음 오세암에 올때는 새벽기도 하러 와야겠네요.

시원하게 내린 소나기에 속세 찌든 때를 빗물에 씻어낸 기분을 안고 내려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길에...

오늘 오세암 순례길 또한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비단주머니가 될것으로 믿습니다.

 

 

하산할때는 언제 비가 내렸다는 듯이 확 개었네요.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때마침 다람쥐가 언제 나타났는지 눈망울을 또록또록 굴리고 있네요.

땅콩을 먹고 있는 다람쥐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오세암 올라갈때는 사람 인기척 하나 없었는데 하산길에는 철야기도를 하러 오시는 불자님들이 많아서 인사를 주고 받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내려왔네요.

 

 

영시암을 지나 해볼라꼬 바위 근처에 4호돌탑을 세웠습니다.

1호 돌탑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단단한 기단석 위에 8층 톨탑을 올렸습니다.

훗날 또 이 길을 지날때 " 어서와 오랜만이야" 하며 반겨주겠지요.

 

황태마을로 내려오니 저녁시간이네요.

오늘 수타사 일정은 취소하고 여기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아침에 황태해장국을 먹었으니 저녁은 황태, 더덕구이 정식으로 주문했습니다.

 

오늘 오세암을 끝으로 6월 강원도 여행을 모두 마쳤네요.

이번에 가보지 못한 월정사와 수타사는 가을이나 겨울 오세암 1박 할때 다시 한번 오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