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선암사)조계산이 품은 세계문화유산
날짜 : 2023.8.25(금)
한여름의 중심 8월..
불가마같은 무더위가 지칠 때도 되었건만 아직 한낮 햇볕은 무시무시할 정도네요.
푹푹 찌는 더위가 당연한 계절이지만 올해 유난히 폭염이 기성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 산사기행은 순천 선암사.
"순천에 가면 선암사에 가라" 라는 말이 있듯이 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천년고찰이지요.
몽실몽실 하늘에 핀 뭉게구름이 곱습니다.
금요일이지만 한산한 고속도로를 2시간 넘게 달려 승주IC에서 국도로 내려섭니다.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혼자 하다보니 지루하네요.
곧바로 우회전 857 지방도를 따라 십여분..
상사호를 지나 나른한 오수에 잠긴 작은 마을을 지나니 선암사 주차장이 도착하네요.
차에서 내리자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네요.
주중이라 주차장에는 몇대의 차량만이 주차되어 있고 그늘이라곤 1도 없습니다.
젊은 시절 얼굴을 함부로 대한 대대가로 검버섯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보이네요.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이제야 선크림을 꼬박꼬박 챙겨봅니다.
몇 번을 두텁게 얼굴에 칠갑을 하고 선암사 길을 잡아봅니다...ㅎㅎ
선암사 입구..
그동안 국가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받아오던 매표소가 없어진 것이 눈에 띄네요.
2023년 5월부터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비용을 지원하도록 문화재 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관람료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숲사이로 이어진 조붓한 숲길을 걸어갑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속삭이는 나뭇잎 소리에 귀가 가려울 정도로 나직하고 평화로운 기분을 주네요.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상쾌한 숲 속의 공기만으로도 복잡한 마음들이 절로 씻기는 것 같습니다.
선암사의 제1경이라 불리는 곳
숲길의 끝자락에 유명한 승선교와 강선루가 놓여 있습니다.
승선교 아래로 내려가 계곡에서 강선루를 바라보는 이 앵글은 언제나 매혹적입니다.
이 다리는 숙종 시대였던 서기 1713년에 호암화상이 암반을 받침대로 하여 만든 아름다운 돌다리로서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2023년 세계유산 축전 선암사 순천갯벌 스탬프 투어..
올해 8월 한 달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암사와 순천갯벌을 무대로 12곳 스탬프를 완성하면 무드등 기념품을 줍니다.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도전 해볼껄 그랬나요....ㅎㅎ
선암사는 대찰입니다.
전각만 해도 30여개에 달하고 여느 절집에 있는 크고 작은 전각은 모조리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선암사 일주문
이 일주문은 둥근 주춧돌 위에 배흘림기둥을 세우고 단층 맞배지붕을 얹어놓았네요.
송광사처럼 공포가 몇 단계 올려져 있어 여인의 얹은머리를 연상케 할 만큼 지붕이 우아하게 보입니다.
대웅전 앞뜰
적당한 간격을 두고 벌려 앉힌 삼층석탑 두기가 앞 마당을 채우는 느낌이 드네요.
전각 바로 앞에는 좌우로 당간지주석이 보이고 요사채와 선방이 ㅁ자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선암사에는 세가지가 없다고...
첫째는 사천왕문이 없습니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이어서 장군이 지켜 주는 이곳에 사천왕상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둘째 주련이 없습니다.
여느 사찰의 전각 기둥에 주련이 붙어 있는데 가만히 보니 주련이 보이질 않네요
셋째 어간문이 없습니다.
어간문이란 대웅전의 정중앙에 있는 문으로...
깨달은 자만이 어간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에서 어간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네요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대웅전 내부는
층단을 이룬 높은 우물천장으로 장엄하게 단장되어 있고 선명한 단청이 조화를 이룹니다.
수미단에는 석가모니 부처님만 모셔져 있고 협시불은 보이지 않네요
부처님 뒤에는 '영산회상도' 탱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만세루에는 선암사를 만나는 시간 : 인연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관람을 하였습니다.
아주 오래전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 전시해 놓았고 자세한 설명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경내를 둘러보다 보니
아참... 점심공양시간을 지나쳐 버렸네요
꼬르륵... 배 고프다고 아우성인 배를 달래며 급하게 공양간으로 달려가봅니다.
이미 공양시간은 끝나고 마무리를 하는 공양주 스님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겨우 공양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그리고 얼마나 고맙던지..밥 한 톨 없이 깨끗하게 비우고 몇 번 인사를 하고 공양간을 나왔습니다.
8월의 선암사는 배롱나무입니다.
경내를 감싸고 피어있는 붉은 배롱나무꽃은 여름산사의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화사한 진분홍 꽃 대궐이 따로 없네요
이곳 선암사에 없는 것이 또 하나 찾았네요.
바로 전각마다 그려놓은 벽화가 보이지 않네요
대웅전도 그렇고 지장전도 그렇고 그 흔한 벽화하나 그려 놓은곳이 없습니다.
대웅전 옆에는 지장전이 있습니다.
미륵불이 나타나기까지 중생을 제도한다는 지장보살님이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네요.
팔상전 옆 각황전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싸리 빗자루로 정갈하게 쓸어놓은 마당을 보니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상전입니다.
이곳에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8개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와 불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선암사 경내에는 전각이 워낙 많아 한번에 둘러보기에 힘드네요
잠시 원통전 앞에서 쉬어갑니다.
천년을 지켜온 선암사...
유구한 세월 속에 자연스럽게 빛 바래고 희매 해진 단청
갈라진 나뭇결과 찢긴 문풍지를 바라보노라니
전각마다 고고한 기품이 흐르고 선암사가 품은 세월의 깊이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선암사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뒷간이지요
우리나라 사찰 해우소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그 규모도 웬만한 법당보다 큽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호승, <선암사>
북쪽으로 난 출입구를 들어서면 남자와 여자용의 좌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허리 높이로 짜인 깨끗한 측간은 해우소로서는 보기 드물게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선암사 경내를 벗어나 천년불심길로 접어듭니다.
송광사에 이르는. 6.5km 남짓의 이 길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오가든 스님들과 산을 오르내리며 땔감과 약초를 구하러 다니던 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길이기도 합니다.
편백숲에 다다랗습니다.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는 나무가 바로 편백나무지요.
여기서부터는 등산화를 벗어버리고 맨발 걷기를 시작합니다.
건강해 한발, 행복해 한발, 그렇게 한발 한발걷다 보니 건강하고 행복해 좋네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숲길이네요.
시간은 잠시 멈추어 두고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숲 향기 맡아가며 쉬어가며 마음껏 숲 속 세상을 즐겼습니다.
선암사 편백숲에서 내려와 다시 속세로 돌아갑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세계유산 축전 행사 부스가 있어 참여를 해 봅니다.
종이를 오려내고, 채색을 하고 또 붙여서 연등 만드는 체험을 해 보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그래도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니 재미가 솔솔 합니다.
드디어 한 시간여 만에 완성을 했습니다.
연등 안쪽 등에 불 켜서 저녁에 보면 참 이쁠 것 같습니다.
이렇게 8월 선암사 산사기행을 마무리해봅니다.
순천까지 홀로 운전해 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선암사라는 유서 깊은 절집을 둘러보고 뒷깐에서 비우듯 속세의 번뇌를 비우고 산문을 나서니 몸이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바로 이 길입니다.
섬진강 휴게소 뒤쪽 국도 옆 자전거 길
2년 전 2021년 6월
담양에서 광양까지 1박 2일 148km를 달렸던 기억이 보풀보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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