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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이야기

(불굴사)화사한 봄날 여유로운 하루

by 인생은저니처럼 2023. 4. 30.

 

제목 :(불굴사) 화사로운 봄날 여유로운 하루
날짜 : 2023.4.30(일)

 

 

4월의 마지막 날...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투명하고 화사한 봄날

오늘 산사기행은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불굴사로 떠나봅니다.

불굴사는 원효 대사가 최초로 수도하고 신라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염원하였다는 곳으로...

조계종 은해사 말사로 적멸보궁을 중심전으로 약사보전과 관음전 그리고 붉은 구슬을 품었다는 홍주암이 있습니다.

 

 

주차장에 도착...

하단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올라서면 신록에 싸여있는 고즈넉한 전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절집을 품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오히려 산과 사찰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본당 뜰안으로 들어서면 석등과 삼층석탑 그리고 주불전인 적멸보궁이 나란히 서 있고

좌측으로는 약사보전과 관음전이 우측으로는 공양간이 있는 요사채가 확장된 ㅁ자형 가람배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느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주문, 사천왕문이 없네요?

소박한 절집이라서 그런걸까요?

저는 오히려 부처님 세계와 사바세계의 경계가 없는 편안함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먼저 관음전쪽으로 올라가 봅니다.

관음전 가는 길은 데크길을 따라 연못을 건너야 하는데 봄꽃과 어우러져 작은 정원 분위기가 납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어 이야기하기 좋은 곳이네요


관음전이니까 당연히 자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 계시고요

중생들의 발원이 있으면 어느 곳이든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베푸시는 중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보살님이죠


화려한 화관을 쓰고 연꽃을 들고 계시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연꽃이 아직 미개한 상태입니다.

연꽃이 활짝 피면 중생의 바라는 바가 모두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니까 자연히 끝없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활짝 피지 않는 모습이어야 제격이라고 하네요

 

관음전이 작은 언덕 위라서 그런지 봄바람이 딱 좋을 만큼 불어오네요.

그 바람이 너무 좋아서 삼배를 올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풍경소리가 뎅그렁뎅그렁....

바람소리, 풍경소리에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네요

 

 

관음전을 내려와 약사보전으로 향합니다.

이곳 불굴사 약사여래불은 족두리를 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있는데...

지금껏 수많은 약사여래불을 보아왔지만 이처럼 족두리를 쓴 여래불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자비로 중생을 제도하는 이곳 족두리 약사여래불과

갓을 쓴 모습의 선본사 갓바위 부처님이 서로 부부라는 설화가 있다고 하네요.

 

 

앞마당을 가로질러 홍주암으로 가는 길에는 공양간이 있습니다.

공양주 보살님 손맛이 담긴 비빔밥과 된장국, 전부침으로 오랜만에 점심공양을 해 봅니다.

 


공양 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맞닥뜨린고 제비집처럼 둥지를 틀고 있는 홍주암이 보이네요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동굴 입구 암석에 붉은 글씨로 홍주암이 음각되어 있고

그 옆에는 아동제일약수가 있는데 가뭄이라서 그런지 원효대사가 수행하면서 마셨다는 석수는 나오질 않네요

 

 

원효굴..

석굴 중앙바위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양각해 모셔 놓았습니다

마애불 앞 바위 양쪽으로는 작아서 귀엽게 보이지만 당당한 모습의 금강역사가 보이네요

 

 

원효암 상단에는 나반존자를 모셔놓은 독성각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십육나한 중 가장 신통력이 뛰어나신 분으로 천태산에 홀로 지낸다 하여 독성이라고도 하지요.

기도처로 유명한 청도 사리암에 가면 천태각으로도 유명합니다.

 


적멸보궁이 있는 본당으로 내려가는 길..

경내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오색의 연등이 빼곡히 달려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해 주네요

 

연등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밤이 오면서 불이 켜져야 더 아름답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코로나 오기 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보았던 연등이 가장 기억나네요

 

적멸보궁

절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적멸보궁이란, 온갖 번뇌와 망상이 적멸한 보배로운 궁전'이라는 뜻으로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적멸보궁의 바깥쪽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을 만들기도 합니다.

 

원래 이곳 불굴사 주불전은 대웅전이었는데 1988년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서 전각이 적멸보궁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미륵불에 올라가 봅니다.

미륵불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로 불굴사 맨 위쪽에 모셔져 있습니다.

솔바람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젊고 잘 생긴 미륵부처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미륵부처님 머리에 탑 같은 모자를 쓰고 있네요

궁금하면 자료를 찾아봐야겠죠

 

미륵불이 쓰고 있는 이 사각모자는 하늘 뚜껑이라는 천개라고 합니다.

노천에 세워진 석불이나 마애불에 직접적으로 눈비가 닿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모자처럼 불상 머리 위에 얹은 것이지요

그런 연유로 보면 갓바위 부처님이 쓰고 있는 갓을 천개라 보면 되겠네요

 

 

미륵불은 이처럼 다른 불상과 달리 떨어진 곳

조금 높은 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세상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맞은편으로는 숨박꼭질 하듯 신록에 묻혀 살짝 고개만 내밀고 있는 홍주암이 보이네요

 

 

산사를 다 둘러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관음전 앞 연못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봅니다.

지금 여기 여유롭게...

이 말과 딱 어울리는 시간... 쉼표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어릴 적 많이 보았던 할미꽃에 눈길이 가네요

할미꽃도 화려했던 시절을 보내고 나면 머리는 하얗게 머리카락은 푸석푸석 해집니다.

 

여태 할미꽃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가는 할미꽃은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꽃이나 인생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가 봅니다.

 

한나절 절에서 보낸 시간..

하심(下心)으로 편안하게 마음에 위안을 얻고 산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