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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곡사)태화산이 품은 천년고찰
날짜 : 2023.3.31(금)
누군가 그랬습니다.
마곡사는 봄에 와야 가장 아름답다고...
그래서 불리우는 春마곡
오늘 딱 그 말에 어울리게 날씨 좋은 봄날에 이곳에 왔습니다.
학교교육이 2주간인데
이번주말은 부산으로 내려가지 않고 이곳 마곡사를 비롯하여 절집도 다니고 산행도 하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마곡사까지는 10여분 거리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봄 나들이 기분으로 마곡사를 찾았습니다.
마곡사 주차장은 경내에도 있지만 이곳 식당가 공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희지천을 따라 걸어가 볼 생각입니다.
태화산 마곡사
태화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어머니 품속같은 산입니다.
마곡사는 독특한 절명으로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이 ‘삼과 같이 무성했다’ 하여 ‘삼 마(麻)’ 자를 넣어 마곡사라고 하였다는 하네요.
또한 충청도 지역에서 제일 큰 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에 등재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유네스코 등재 산사로는 7곳으로 마곡사를 비롯하여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 등으로 저는 한 번은 다 다녀온 것 같네요
매표소를 지나면 백범 김구 명상의 길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저는 포장길을 버리고 봄 기운이 완연한 명상의 산길로 올라갑니다.
자주적 독립..
저는 김구 선생을 떠 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구입니다.
광복 후 이승만과 달리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존하기 않고 자주적으로 독립한 후 남북통일 정부를 세우자고 하셨습니다.
과연 김구 선생의 뜻 대로 되었다면 남북 분단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의 상징과 같은 동그란 불테 안경과 굳은 입술이 철저한 민족자였던 모습을 보는 듯 느껴집니다.
마곡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독특한 가람배치를 볼수 있습니다.
희지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이라는 두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최초의 가람이었던 남원이 중창이 이루어지면서 희지천 너머 북원 쪽으로 확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신라말에 마곡사가 창건 당시 작고 소박한 절이였고, 해탈문, 천왕문이 남쪽 권역에 있었을을 짐작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곡사 전각중 가장 오래된 영산전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이였던 김시습과 조카 단종으로 부터 왕위를 탈취한 세조가 떠오르네요.
훗날 왕이 되어 김시습을 만나고자 오게 된 세조
그러나 그 소식을 미리 듣고 다른곳으로 떠나버린 김시습
결국 김시습을 만나지 못한 세조는 "신하 하나 못 얻은 내가 어찌 가마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겠느냐" 라며 타고 온 가마를 두고 소를 타고 한양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산전 편액이 바로 세조의 친필 글씨이기도 합니다.
전각 안에는 가다듬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목재를 사용하여 역동감을 살리고 자연스러움을 더해줍니다..
정면에 일곱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뒤로 천불을 모시는 형태는 다른 전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상입니다.
과거 칠불이란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하는 일곱 분의 부처님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마곡사의 정문으로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 공간 금강역사분들이 원초적인 모습으로 " 야~ 욕심을 빨리 내려놓아라"고 꾸짖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권력에 대한 욕심, 재물에 대한 욕심, 그 욕심은 살아있는한 끝이 없겠지만
그 많은 욕심도 세월 앞에서는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아야 됩니다.
제가 절을 찾고 암자를 찾아다니는 것도 이제 내려놓음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이겠지요
극락교 너머 보이는 북원 쪽 전각들..
이곳 태화산은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고서에도 전합니다.
실제로 마곡사는 임진왜란이나 6․25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던 곳으로 유명하고 희지천이 태극문양을 이루니 더없는 명당이라고 합니다.
일주문부터 조금씩 드러난 번뇌를 잊고 극락교를 지나 이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극락교 양쪽에는 모든 중생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은 연등이 극락교를 화사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극락교를 건너 북원으로 들어서면...
대광보전 앞마당 한가운데 서있는 보물 제799호 마곡사 오 층 석탑과 그 뒤로 보물 제802호 마곡사 대광보전, 보물 제801호 마곡사 대웅보전 등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는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야말로 국보급 보물들이 경내에 즐비합니다.
마곡사 5층석탑...
절마당에 우뚝 서 있는 이 탑은 탑신 꼭대기에 청동으로 된 구조물이 얹어있습니다.
연유가 궁금해서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중국 원나라의 라마탑과 그 모습이 비슷하고 하네요
고려시대 티베트 불교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불교문화재라고 합니다.
오랜 시절 빛바랜 단청이 천년고찰의 깊이를 더해주는 대광보전
주불인 비로자나불은 특이하게도 법당의 정면이 아닌 건물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게 모셔져 있습니다.
전각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렇게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또한 흔한 불상 배치는 아닌 듯 보입네요.
108배 사찰 순례를 하면서 이렇게 동쪽을 바라보게 불상을 모셔놓은것음 처음인 것 같습니다.
대광보전 삿자리...
옛날 앉은뱅이였던 사람이 대광보전을 찾아와 낫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었던 그는 틈틈이 삿자리를 짰고 그의 기도만큼이나 삿자리에는 정성이 담겨 100일 기도가 끝나던 날,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서 나갔다고 합니다. 자신이 걷는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죠.
지금은 바닥면이 카펫으로 가려져 있지만 기둥 부분이나 가장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삿자리를 볼 수가 있습니다.
낡고 떨어진 부분은 복원을 해 놓은 것 같은데요...
옛 안전뱅이 만큼 간절함이 덜 해서 그런 걸까요? 옛날 삿자리와 비교해 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게 보이네요
보물 제801호 지정된 대웅보전은 현재 번 와보수 중이라고 하네요
상층 좌측면과 하층 지붕의 변형 확인 및 기와 해체 후 부식된 묵부재를 조사하여 교체한다고 합니다.
대웅보전 앞쪽에는 중장비와 각종 건설장비로 인해 다소 산만하게 보입니다.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좌우는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다.
대웅보전에는 싸리나무 기둥 4개가 있는데...
저승에서 염라대왕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하고 물어봐서..
많이 돌았으면 극락에 쉽게 가고 한 번도 안 돌았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여 사람들이 모두 기둥을 돌기 때문에 반들반들 윤이 난다고 합니다.
저도 극락에 가고 싶어서 싸리나무 기둥을 몇 바퀴 돌면서 반질반질 윤기를 더 해봅니다.
여기는 김구선생의 삭발터입니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에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백범 김구선생은
1896년 명성왕후를 시해산 일본국 중좌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다 탈옥한 뒤 이곳 마곡사로 피신하여 법명 "원종"으로 잠시 출가수도를 했었습니다.
쫓기는 신세로 마곡사에 와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선생의 마음을 표현한 글이네요.
이곳은 백범당입니다.
해방 후 김구선생은 마곡사를 다시 찾아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50년 전 국권회복을 위해 싸우던 그때를 생각하며 백범당 옆으로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고 하네요.
김구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심은 한 그루의 나무는 오늘날 이어져 푸르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선생이 그토록 꿈꾸던 통일된 하나의 조국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들판에 쌓인 눈/임연 이양연
눈이 쌓인 들판 길을 뚫고 갈 때에는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갈 일 아니네
오늘 아침에 내가 가며 남긴 자취가
뒤따라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라.
김구 선생이 평소 아끼던 시구로 남북협상 차 38선을 넘을 때 가만히 읊조리며 각오를 다졌다고 전해옵니다.
마곡사...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 있고 웅장한 전각들이 희곡천을 사이에 두고 자연이 빚어낸 조화가 참 멋스럽습니다.
오후 반나절 이곳에 머물며
따사로운 봄 햇살,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나뭇가지가 연주하는 바람소리에 달팽이관은 정화되고 내려놓은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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