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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화왕산)은빛바다에 빠지다

by 인생은저니처럼 2015. 10. 5.

 

 

(화왕산)은빛바다에 빠지다 

- 일 자 : 2015년 10월 4일(일욜)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매표소~3등산로~정상~배바위~1등산로~매표소
   (총산행시간5시간0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북부산(08:10)~자하곡(09:20)~산행시작(09:40)~도성암(10:00)~정상(11:10)

 

 

한동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흔들리던 날씨가 가을쪽으로 기울던 시월의 첫째 주말....

가을이 와서인지 오랜만에 자연사랑에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래서 산행지를 초가을에 맞는 창녕 화왕산으로 정했다.

화왕산 하면 떠오르는것이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풀이다.

 

자하곡매표소에서 정확하게 9시40분에 산행을 시작

도성암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느릿느릿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올라간다.

 

 

도성암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선다.

먼저 솔나무숲이 마중을 나와 그윽한 솔향으로 산객의 오감을 열게 한다.

늘 산길을 안내하다보니 선두에 서게된다.

아직 초입이지만 DSLR 프레임에 동수가 들어서 있는것을 보니 반갑다.

무척산, 학심이골 산행으로 이제 어느정도 산을 오르는 근력과 요령이 생긴 모양이다.

 

 

나의 환희와 기쁨은 잠시...

다소 가파른 흙비탈 경사를 20분쯤 치고 오르자 동수 특유의 자세가 나오기 시작한다....ㅋㅋㅋ

 

 

근데 오늘만큼은 동수가 외롭지 않다.

바로 지유니가 동행이 되어 준다.

조금전까지 동수가 보여주었던 포즈를 지유니가 재연하고 있고 그 모습을 동수가 측은하게 지켜보고 있다...ㅋㅋㅋ

 

 

 

재미있는 한컷!!

사진을 찍기위해 여친들이 서 있는데 동수가 들어왔다.

그것도 가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인채....ㅋㅋㅋ

두사람의 동행(?)은 이렇게 짧게 끝났고 지유니가 힘들어하는 동수를 격려한다.

 

산행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물론 자연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함께 산행하는 친구들로 인해 웃는 즐거움 또한 크다.

산을 잘 타는 사람들만 가면 이런 즐거움이 없다....ㅋㅋ 

 

 

 

웃음꽃을 피우며 솔숲을 벗어나자 서서히 하늘이 열리고
산책로처럼 편안해진 유순한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내 산정에 닿는다.

 

 

 

재천이 부부

경기도 안산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먼길을 내려왔다.

대구 처가에 들리는 김에 산행에 참여하였다고 하지만 정말 고맙다.

오늘 친구들과 즐겁고 좋은 추억 배낭에 가득 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산정에서 만난 억새와 동화되어 활짝 웃는 친구들 모습이 내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몸살을 앓고 있는 정상석 미련을 버리고 억새밭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은빛바다에 빠진다.

바람결따라 출렁이는 억새는 물결치는 파도와 같다.

마치 작은 돛단배를 타고 물결 일렁이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 같다.

먼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Rod Steward의 Sailing처럼.....

 

 

 

억새는 햇볕을 마주하고 봐야 은빛이 난다.

넓고 넓은 분지가 메밀꽃밭 처럼 환하게 펼쳐진다.

 

갓 피어난 억새풀은... 

가을햇살 아래 엷은 은빛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람에 물결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수 있다.

그렇치만 시간이 흐르면서 청순하던 억새풀도 윤기가 사라져 나이든 여인의 안색처럼 초췌하고 퇴색되어 간다.

지나고 나면 돌이켜 볼 수는 있어도,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우리네 인생처럼......

 

 

 

 

 

 

억새밭을 걷고 있는 친구들 모습이 너무 좋다.

한폭의 가을 그림을 보는듯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ㅋㅋㅋ

 

나도 모르게 가을편지(고은/김민기)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이 헤메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키보다 한뼘 더 큰 억새풀이 가을 소슬바람에 하늘거린다.

마치 여자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처럼.... ㅋㅋㅋ


한시간쯤 은빛바다를 유영하다보니...

억새들이 들려주는 가을이야기로 인해 산객의 마음에는 어느새 가을이 들어와 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 배바위에 올랐다.

시야에 보이는 한 프레이임에 화왕산 분지 전체가 들어온다.

 

 

화왕산성(10:30)~점심(12:00~12:30)~배바위(12:50)~배바우산장 하산주(14:40)~북부산(18:00)


 

 

하산은 제1코스로 지금까지 걸었던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역시 산은 한 방향으로서만 보면 절대 아니됨을 알 수 있다.

세상도 사람도 그러하듯이....

 

걸어온 길 되돌아보니 배바위가 하산하는 산객을 배웅하듯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다.

 

 



하산길 내내 걸출한 암릉이 눈을 즐겁게 한다.

때로는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하지만 이또한 빼놓을 수 없는 눈요기다.

 

산행은 오름과 내림 이 두가지로 심플하다.

요즘같은 세상에 간단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것은 세상에 많지 않다.
산행이 오래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서이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억새밭에 취해 한동안 접어두었던 동수와 지유니의 마지막 승부...

 

오르막때 지유니한테 머리를 쓰다듬는 굴욕(?)을 당했던 동수..

그렇치만 내리막은 전혀 달랐다.

암릉구간에는 한걸음 조차 떼기 힘든 지유니를 일치감치 따돌리고 여유있게 하산 끝....ㅋㅋ

 

 

 

집채같은 바위를 우회하며 30분쯤 거친 암릉길을 내려서다보면 정자 쉼터인 자하정에 이른다.
자하정을 지나면 부터는 암릉구간은 끝나고 산림욕장으로 들어선다.

 

산림욕장에 설치되어 있는 통나무 그네를 타면서 산행의 피로를 잠시 웃음으로 털어버리고 배바우 산장에서 즐거운 하잔주 시간을 가졌다.


"주말에 쉬지 않으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얼핏 어느 CF에서 들은 카피 처럼...


친구들아...

한주일 쌓인 피로... 올 가을에는 산을 오르며 송글송글 땀도 흘리고 자연이 주는 달콤함에 듬뿍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