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종주)신이 빚은 최고의 걸작
- 일 자 : 2015년 9월 12일(토욜)
- 날 씨 : 흐림 또는 가끔 비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미왕재~도갑사
(총산행시간8시간4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부산출발(05:30)~천황사 산행시작(10:20)~구름다리(11:40)~천황봉 정상(14:00)
가을...
햇살이 어딘지 모르게 해쓱해지고 마음이 자꾸 소솔해지는 걸 보니 가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흐릿흐릿... 잿빛하늘이 낮게 깔린 토요일 이른 아침
산행이란 말만 들어도 눈빛이 생기로 반짝이는 여섯명 친구들이 월출산 종주길에 올랐다.
월출산은..
전남 영암군에 있는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스무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부산에서 3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있는 곳이라 여명이 트기전인 5시30분에 부산을 출발한다.
영암으로 들어서자 정면으로 월출산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개의 우리나라 산들은 여러산군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지맥, 정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월출산은 평야에 갑자기 불쑥 솟아있다
DSLR로 당겨보니 구름다리가 선명하게 잡힌다.
이글거리는 여름날이 쇠잔해지고 엷은 초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다. 성큼 다가온 맑은하늘과 선선해진 바람은 산을 오르는 마음까지 가볍게 해준다.
이곳 월출산은... 영암아리랑으로 더욱 유명하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왕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을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들머리에 도착했다.
탐방로 안내도...
천황사~도갑사 종주코스는 8.5km거리에 소요시간이 6시간으로 되어 있다.
그렇치만 급성 허리담이 걸린 원석이도 그렇고, 영화, 경안이를 생각하면 8시간은 잡아야 할듯 싶다.
탐방 구간별 난이도를 보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까지 매우 어려움이고 그 이후로는 다소 쉬움으로 표기되어 있다.
들머리부터 예고편 없이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모든 산이 다 그렇치만 특히 종주를 할려면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산행하면서 천천히 몸을 산에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밀당" 이다.
종주하는 동지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해야 함께 갈 수 있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발 밑으로 영암벌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반듯하게 경지정리된 논밭이 바둑판모양으로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다.
월출산하면 연상되는 구름다리
시루봉-매봉을 연결하여 1978년 5월 처음 가설하였다.
2003년에 왔을때는 구름다리에 구멍이 뽕뽕 뚫려 있고 엄청 흔들렸었는데 노후한 원래의 다리를 철거하고 다시 새 다리를 만든것 같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아찔한 풍광은 그야말로 산에 오른자만이 누릴 수 있다.
구름다리 가운데에서 활짝 웃는 친구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산행 안내하는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구름다리를 지나면서 부터는 정면. 왼쪽, 오른쪽 할것 없이 갑자기 나타난 바위들의 열병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국립공원중 가장 크기가 작지만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구정봉 향로봉 장군봉 사자봉 매봉 시루봉 등 능선마다 기가막힌 바위 조각상들로 가득하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 정상까지는 오르락 내리락 산길의 부침이 심하다. 대신 눈길 닿는 곳마다 새롭게 만나는 빼어난 바위들의 절경에 취해 크게 힘든 줄 모른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보면 "에꼬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조망터에 올라서면 심쿵 하는 곳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쪽하늘에서 몰려던 잿빛하늘이 이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보슬보슬 여린 빗방울이라 우의를 입지않고 나뭇그늘을 우산 삼아 걸어간다.
절경... 아니 이건 선경이다.
거친 암봉사이로 엷은 산안개가 피어오르는것이 그야말로 신선들만 볼 수 있는 선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걸 두고 윤선도가 보길도로 유배를 가다 읆은 시 한조가 있다.
월출산 높다더니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니,
두어라 해 펴진 후면 안개 아니 거두리
그렇치만 오늘만큼은 햇살이 아닌 바람이 안개를 거두고 다시 펴고를 반복 한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다보면 한사람이 경우 지날수있는 바위 터널이 있는데 이곳이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이다.
지리산 제석봉을 지나면 통천문이 있듯이.. 흔히 높은산에 오를적에 볼수있는 바위사이로 올라오는 길을 말한다
천황봉...
산행시작한지 3시간반만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모든 것을 내어줄 테니 맘껏 보고 듣고 즐기고 가라고 말한다. 사방으로 기암들을 펼쳐놓았고, 각양각색의 바위틈마다 소나무들이 절도있게 서 있다.
이 위대한 자연과 함께 한자리에 있는 이시간, 안개비까지 내려 분위기를 더하니 ...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온다.
하산시작(14:20)~점심(14:30~15:00)~바람재(16:00)~구정봉(16:40)~미왕재(17:30)~도갑사(19:00)
천황봉에서 구정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가야할 길은 멀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내 생에 또 이런 비경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가슴에 담고, DSLR 셔트를 수없이 눌러도 부족하다.
한동안 꼼짝않고 비를 맞으며 물끄러미 서 있었다.
구정봉으로 가는 길...
비를 피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기가막힌 장소를 구했다.
큰 바위 아래에서 두래, 영화, 경안이가 정성껏 준비해온 여러 반찬으로 넉넉하게 점심시간을 가졌다.
종주산행은 이렇게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마음도 든든해지고 먹거리도 나눠 들고오니 풍성하다.
천황봉에서 월출산 제2봉 구정봉까지의 1.6km 구간에 보물이 가득해서 마치 수 많은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미술관 순례여행 같다.
계절이 바뀌고있는 시간의 흐름 그 한가운데 서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이 기쁨, 이 행복
더 이상 무엇을 꿈꿀수있을까??
신비롭게 다가왔다 멀어져가는 안개바람, 살포시 내리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고 가는 나의 발걸음은 절로 춤을 춘다.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보는 길...
천황봉은 모습을 감추기를 몇번씩이나 반복하고 그때마다 이 그림이 얼마나 좋던지 숨이 막혀온다.
그러던 사이 언제 저 먼 길을 걸어왔을까 싶게 지나온 자리가 훌쩍 멀어져 있다.
바람재에서 베틀굴 위의 구정봉 갈림길목까지는 완경사 오르막이다. 구정봉에 올라서자 갑자기 안개가 몰려야 월출산의 모든것을 살그머니 감추어 버렸다.
여기서 바라보는 천황봉쪽 조망도 끝내주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신이 허락하는 모양이니 아쉬움을 접고 더 이상의 욕심은 내려놓자.
구정봉에서의 하산길은 내리막길 연속이라 곧 미왕재의 억새밭에 이르게 된다. 억새밭은 화려한 바위 구경에 놀란 눈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또한 억새풀이 가을이 더욱 내려와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나의 가을 산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모두 편안한 자세로 산행 끝트머리의 여유를 가져본다.
미왕재에서 도갑가까지는 이정표상의 거리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그만큼 발목과 무릎에 피로가 올 시간이다.
드디어...
도갑사 전각이 보인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산행시간이 8시간을 훌쩍 넘었다.
천황사로 가서 차를 회수해서 부산으로 출발할려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 다시 먼길 되짚어 부산으로 내려 가는 길...
차창밖으로 한방울 두 방울 차가운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댄채....
산행하면서 틈틈히 기억해 두었던 것을 머릿속 정리하는데 한층 무거워진 눈꺼풀이 나도 모른새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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