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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삼계봉)낸 니를 믿을 수 없다

by 인생은저니처럼 2015. 8. 30.

 

 

 

(삼계봉)낸 니를 믿을 수 없다


- 일 자 : 2015년 8월 30
일(일욜)
-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천문사~개척산행~암릉~삼계봉~배넘이재~천문사
  (총산행시간 5시간4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부산출발(09:00)~산행시작(10:30)~암릉구간(12:20)~삼계봉 정상(13:20) 

 

 

인연...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것이 가벼운 인연이든 무거운 인연이든

또한 사람과의 인연이든 사물과의 인연이든

 

그렇치만...

인연을 못내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에게는 학심이골 학소대가 그런 경우인가 보다.

 

2009년 여름에는 심심이골에서 헤멨었고

2010년 여름에는 학소대를 불과 100미터 지점에서 찾지 못하고 큰골로 내려왔었다.

이번이 세번째 또 다시 그리운 학소대를 찾아 나섰다.

 

 

 

학심이골은...
영남알프스 맹주라고 일컷는 가지산 북릉에 숨겨져있다.
가지산 북릉을 기준으로 할때 상운산쪽 깊은 계곡이 학심이골이고, 운문산 아랫재 아래로 길게 흘러내리는 계곡이 심심이골이다. 

오늘 산행은 멀리서 온 경석이 그리고 무척산 산행의 감동을 주었던 동수가 합류했다. 이 친구들에게 멋진 학심이골의 비경을 보여주며 산과 쫌 더 가까이 할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모든 산행준비를 마치고

초입에서 즐건 산행을 기대하며 기념샷을 남겼다.

 

 

 

여느 산행처럼 무심히 걷다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초입에서 10여분 정도 오르자 길이 희미해지고 산초꾼들만 다니는 아주 오래묵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직감적으로 들머리를 잘못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턱턱 막히는 숨을 참으며 힘들게 올라오는 친구들한테 다시 내려가자고 말할 자신이 없다

선택의 여지없이 배넘이재가 있는 좌측 산비탈을 치고 오른다.

 

 

 

가파르고 힘든 시간이 이어진다.

나의 안일한 판단으로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은 벼랑끝터머리에 서있다. 산길은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로 한걸음 내디딜때마다 미끄러움 때문에 더 시간이 지체된다.

 

이런 산행을 처음 해본다는 경석이는...

"군인들이 걷는 길이지 민간인들은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ㅋㅋㅋ

 

느릿 느릿한 걸음이지만...

정상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동수의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 진다. 늘 습관처럼 산을 오르는 자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감동이 내 몸을 싸~ 하게 감싸온다.

 

 

 

오늘 초대손님 경석이...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서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녀석이다.

 

두꺼워진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자기자리에서 끊임없이 새로 도전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해 내고 있는 경석이에게 친구로서 존경을 보낸다.


경석아 멀리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귀한 시간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

 

 

 

드디어 지독한 가풀막은 끝나고 능선에 올라섰다.

정면에 쌍두봉으로해서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세가 조망되고 우측으로는 사리암 갈림길을 거쳐 북대암으로 이어지는 지룡산 능선이 꿈틀거리듯이 장쾌하게 뻗어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이렇게 수려한 산들을 오를 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경안이, 경석이, 원석이, 동수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5반이다. 그리고 보니 자연사랑에는 호섭이, 진효도 있어 5반 친구들이 꽤 많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만에 삼계봉에 올랐다.

애초 계획에 없었던 봉우리다. 그렇치만 모든 정상이 그렇듯이 이렇게 오르고 나면 정상의 기쁨은 따라온다.

삼계봉은 정상조망이 별로 없어 간단하게 기념촬영만 하고 곧바로 배넘이재로 내려선다.

 

 

하산시작(13:30)~배넘이재(14:00)~점심(15:30)~천문사(16:10)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을만큼 꽤 오랜시간 고도를 낮추자 배넘이재가 보인다.


배넘이재

천문사에서 정상등로로 왔다면 30여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이곳까지 온다고 2시간30분 넘게 걸렸다.


늘 산에 올때 마다 "낸 니를 믿을 수 없다" 라는 영화, 경안이 멘트가 오늘산행에는 딱 맞는 말인것 같다.

 

이곳까지 온다고 체력도 소모되고, 시간도 지체되어 오늘은 바로 천문사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보니 오늘도 학소대와는 인연이 없는 듯 싶다.

 

 

 

하산길은 짙은 초록의 울창한 산줄기 사이를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맑은 계류를 따라 고요와 정적이 흐른다.


산의 가슴을 적시며 잔잔히 흐르는 계류는 작은 소를 이루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흘러가기를 반복한다. 

 

 

 

계곡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동수가 가져온 신김치에 라면을 끓여 모두 시장끼를 달래고 막걸리 한잔에 산행 피로를 씻어낸다.

 

 

 

점심 후 천문사까지는 넓은 임도수준의 평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짧지만 강렬했던 올 여름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나무들은 이제 마지막 힘을 내고있다.

 

바람과 햇살을 향해 열린 마음

누군가 산행은 지구상 최고의 오감여행이라고 한다.

시 • 청 • 후 • 미 • 촉의 5개의 감각 기능을 모두 열어놓고 산길을 걸으면 싱싱한 초록의 생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하산 후 천문사에 들렸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도 그렇고 가까운 장안사 극락전도 와불이고...

요즘 부처님들은 왜 이리 누워있노...ㅋㅋㅋ

미련한 중생을 보살핀다고 부처님도 피곤하신 모양이다.

 

천문사도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대웅전을 새로 중창한다길래 대신초 37회 자연사랑 친구들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기와불사에 동참했다.

 

초입부터 어지러웠던 산행 
짙은 아쉬움을 남긴채 천문사를 떠난다.
멀지않은 시간... 올 여름 가기전에 다시 이 멤버 그대로 한번 더 산행을 와야겠다.

 



 

시간 여유가 있는 귀로에 덕천동 설빙에 들렸다.
시원한 팥빙수로 뜨거웠던 늦여름 산행을 마무리 하고 

서쪽하늘 저녁노을이 배롱나무 꽃잎처럼 붉게 물들 즈음에 정겨운 친구들과 헤어졌다.

 

법륜스님의 신간 서적  "지금 깨어있기"에 보면 

스치면 인연이고 스며들면 사랑이라고 한다.

산을 조아하는 친구들 모두 산에 스며들며 값진 우정 오랫동안 함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