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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강천산)가을을 떠나보낸다

by 인생은저니처럼 2015. 11. 15.

 

 

(강천산)가을을 떠나보낸다

- 일 자 : 2015년 11월 13일(토욜)
- 날 씨 : 비.. 흐림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금성산성~남문~비룡폭포~현수교~강천사~주차장
   (총산행시간5시간0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북부산요금소(07:40)~순창IC(11:00)~금성산성주차장(11:20)~동문(점심12:40~13:20)

 

 

자연사랑이 제주도로 떠나는 날

아침 일찍 공항에서 친구들을 배웅하고 아쉬움에 강천산으로 가는 S산악회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엉거주춤 떠나지 못하는 가을을 보내주어겠다.

북부산요금소에서 승차하여 들머리인 금성산성 주차장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낮게 깔린 안개...

비안개로 눅눅한 공기는 내마음까지 깊고 그리운 습기로 스며든다.

이십여분 후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에 시야는 절반쯤 지워진채 희미하게 윤곽만 보이는 남문에 도착했다.

 

 

 

비안개가 끝이 없이 골짜기를 타고 오른다.

산은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빗줄기로 촉촉해진 풍경은 막막하고 고요하다.

소복히 쌓인 낙엽위로 가는 가을비가 내려앉는다.

빗물이 흘려내린 낙엽길은 비탈진데다 몹시 미끄러워 발목에 힘을 주고 천천히 올라간다

 

 

조망이 좋다는 동문에 도착했다.

그렇치만 안개가 야금 야금 삼켜버린 조망에 시야도 시간도 정지해버린 듯한 고요함만 남아있다.

 

 

 

짙은 안개때문에 산행코스를 바꾸어...

애초 계획이였던 연대봉코스를 버리고 바로 비룡폭포쪽으로 내려선다.

등로에서 약간 비켜있는 비룡폭포는 웅장함보다는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부드러움이 돋보인다.

 

 

 

대장군폭포가 있는 넓은 공터에 다다르자 여기저기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사투리가 들렸다.
전국 각지에서 단풍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렇치만 오늘 만큼은 눈보다 귀가 즐겁다.

쇠점골, 경주 늦가을산책까지 화려한 단풍에 눈이 호강을 하였다면, 이곳 강천산은 하산길 내내 들리는 계곡 물소리에 귀가 환호성을 지른다.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가 보인다.

지상 50m 높이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어 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흔들린다.

규모면에서야 월출산 구름다리, 청량산 하늘다리에 못 미치지만 강천산의 예쁜 단풍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실제로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한눈에 강천산 단풍을 요약할 수 있다.

 

오늘은 이미 가을이 많이 기울어서...

현수교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단풍의 화려한 빛은 꺼져가고 그 자리에 남은 나무들은 이제 겨울준비에 들어간다.

 

 

 

가을이 떠난다.

아직 찬바람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숲은 먼저 차가운 빗물로 가을의 들뜬 흔적을 씻어내린다.

 

조금 더 계곡을 내려서자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가 나왔다.
주불전인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이 옆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것이 특이하다.
마치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어오라는 듯....

 

 

 

 

 

모든것을 내려놓은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물구슬이 영롱하다.

다가올 추위앞에 숲은 가라앉은 잿빛으로 싸늘한 빗줄기에 축축히 젖어들고 있다.

 

가을이 떠나고 있는 이시간

겁없는 다람쥐들이 제 영역임을 시위하듯 주변을 맴돌고 있다....ㅋㅋㅋ

 

 

 

쉬엄쉬엄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매표소 부근 병풍폭포까지 내려왔다.

 

오후의 골짜기엔 이내 쓸쓸한 산그림자가 내린다.

 

 

 

 

순창은 예로부터 고추장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매운 고추를 형상화해서 고추 모양의 다리 금강교가 웃음을 준다.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온듯한 산악회 버스들이 마치 열병을 하듯 일렬로 서 있다.

 

가을은 이렇게 쉬이 찾아 왔다.

쉬이 떠나는 계절이라 더니

어느새 새로운 생명의 또 다른 아침을 위하여 겨울에게 자리를 비켜줄 준비를 한다.

 

(에필로그)

올 가을 자연과 함께 한 시간 정말 행복했다.

 

절경속을 걸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도 풍경이 되어 버리는 눈부신 길도 걸었다.

 

마치 황홀하고 화려한 가을 무도회에 초대받은 들뜬 기분으로 나의 2015년 가을은 끝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