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늦가을에 둘러싸인 고요한 산사
날짜 : 2014년 11월 16일(일욜)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 흘렸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한 S플랜이 어제 모두 끝났다.
용광로 같은 열정으로 모든것을 쏫아부었던 시간에..
벌써 계절은 한구비 돌아 초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일욜 꽤나 늦은시간에 일어났다.
대충 눈꺼풀만 떼고 한층 야위어진 아침햇살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서니 발아래 늦가을이 보인다.
이런 여유를 가져본것이 언제였던가?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가 오히려 어색하리만큼 느껴진다
가을빛이 지쳐가고 있는 시간이지만
아직 가을이 서성거리고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겨울 옷가지 몇개 챙겨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가까운 경주로
2004년 늦가을 함월산 산행때 들린적이 있는 천년고찰 기림사로 정했다.
단풍절정이 지난주로 끝나서인지...
한층 가벼워진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 경주로 들어섰다.
경주 톨케이트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가의 은행나무는 떠나는 가을을 겨우 붙잡고 있다.
길섶 떨어진 은행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종종걸음으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닫혀져가는 계절의 뒷안길을 느끼게 한다.
사천왕문에서 바라본 경내..
정면에 보이는 것이 진남루이고 주불전인 대적광전은 그 너머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고보면
여느사찰에서 볼 수 없는 흔치않은 전각의 배치다.
대적광전이라는 국보를 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곳 기림사는 신라 선덕여왕11년(643)에 원효대사가 절을 중수하면서 '기림사'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림이라는 뜻은 부처님 시절 때 세워졌던 인도의 기원정사의 숲 이름이라고 한다.
주불전 뜰안으로 들어서면 정면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약사전, 좌측으로 응진전이 서 있다.
전각의 중심인 주불전을 중심으로 석탑과 석등이 세워지게 되는데 이곳 기림사 삼층석탑은 특이하게 응진전 앞에 세워져 있다.
작고 기품없이 보이는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후기 작품으로 대적광전과 함께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중 하나이다.
대적광전.... 국보 제833호다.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이전각은 오랜세월동안 입혔던 단청들이 벗겨져 나가고 맨몸으로 스스로 품격을 높힌다.
절집의 전각은 대체로 몸체보다 큰 맞배지붕을 얹어놓아 떨어져서보면 큰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적광전은 정면 5칸 3.4.4.4.3짝으로 꽃살문을 달았는데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전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화려하다.
4짝문 가운데 2짝은 모두 소슬민꽃무늬이나 그 옆짝들과 다른칸의 3짝은 모두 보다 더 화려한 모란소솔꽃무늬살이어서 정교한 꽃무늬 하나하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의 주불은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 좌우로 노사나불, 석가모니불 이렇게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참고로 절집에 갔을때 주불전이 대웅전이면 석가모니불이고, 비로자나불을 모시면 비로전 또는 대적광전, 화엄전으로 불린다.
또한 불상의 크기로 불상이 크면 고려이전시대(숭불)와, 불상이 작으면 조선시대(억불)로 구분할수 있다.
대적광전을 나와 우측 돌계단을 올라서면 삼천불전과 관음전을 만날수 있는데 관음전에는 천수천안관세음 보살이 모셔져 있다.
말그대로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이다.
수 많은 중생들의 고통을 보고 손을 내밀어 구제를 해야 하므로 이렇게 많은 눈과 손이 필요한 것이다.
맞배지붕 전각에 걸쳐놓은 듯한 감나무....
산사뒷쪽 가을이 깊은 함월산 자락엔 두터운 파스텔톤 담요에 감싸인 느낌이다.
늦가을 하루 해는 허무하리만큼 짧아서 벌써 홍시빛 햇살은 산정에만 머물고... 산비탈은 이미 어둠이 찾아온다.
고요한 정적 깃든 산사
먼 산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텅빈 고요에 젖는다.
11월의 숲은... 계절이 떠나가는 뒷모습이기도 하다.
홀홀히 잎을 버린 나무들은 빈가지 사이를 고요와 여백으로 채운다.
'놓음'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무소유
잎을 다 떨군채 고요히 서 있는 나목에서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비우자... 비우고 또 비우자
오후 짧은 시간이였지만 고즈늑한 가을산사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되돌아간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에필로그)
오랜만에 경주에 온 터라
동궁과 월지 야경을 보고 느긋하게 내려가기로 했다.
참고로
동궁과 월지는 안압지의 새로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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