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누구라도 마음으로 산사를 찾는다면......
날짜 : 2013년 8월 24일(토)
지난주 우연히 접하게된 12암자...
길이 시작되는 곳, 길이 끝나는 곳 산중암자를 찾아서는....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촉촉한 감성을 불러온다.
그동안 너무 현실에 붙잡혀 앞만보고 달려왔는가?
갑자기 고즈늑한 산사가 그리웠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나만의 힐링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그래 일단 떠나자... 그래서 제일먼저 찾은곳이 선운사 도솔암이다.
도솔암은...
한국사찰에서 유일하게 내원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도솔천내원궁.. 한마디로... 이상적인 불토정토다.
철원의 심원사로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지장기도처 중 하나이다.
도솔천내원궁은 꼭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고 간다는 연유도 여기에서 나온듯 싶다.
어제부터 여름비가 내린다.
올 여름내내 비 한방울없이 무더운 폭염이 이어지더니, 여름의 끝터머리에 단비가 내리는것이다.
가로수 나뭇잎마저 바짝 타들어가는 날씨에... 정말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산사를 찾은 오늘... 이렇게 촉촉한 비가 마음을 더욱 더 차분하게 해준다.
도솔암 극락보전에는 벌써 많은 불자님들이 오전 예불을 올리는듯 제각기 다양한 신발들이 놓여있다.
도솔암은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곧장 마애불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암자 뒷쪽으로 나 있는 운치있는 길을 살포시 올라서면 저만치 엄청난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히.... 명불허전이다
이렇게 큰 마애불을 어떻게 조각을 했을까?
우산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빗줄기를 마냥 맞으면서 한동안 그렇게 서있었다.
두툼한 입술에 담긴 웃음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여기서 부터 부처님이 계시는 도솔천으로 들어간다.
촘촘히 이어지는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설때마다 어느새 몸은 속계를 벗어나 천계로 향한다.
계단 꼭대기에 오르면 아주 작은 전각이 있는데... 이 전각이 바로 상도솔암이라고 불리는 도솔천 내원궁이다.
그리니까 마애불좌상이 새겨진 절벽 꼭대기에 서 있는 전각이다.
법당은 지장보살 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예불을 올리는 불자님들로 발디딜틈이 없다.
전각 아래 빗줄기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라도 자리를 틀고 앉아 지장보살을 염불한다.
예불이 끝나고 불자님이 떠난 자리.... 잠시 앉아 눈을 감아본다.
세상살아가면서 업보가 없는 인간이 어디있겠는가?
잠시나마.... 빗소리를 들으며 모든것을 내려놓고, 명상에 잠겨본다. 아주 마음편한 시간이다.
내원궁에서 바라본 선운산...
깍아지른 절벽을 감싸고 있는 산안개....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깊은 도솔천 계곡...
어제부터 내린 비에 씻긴 대기는 시리도록 투명하고, 산기운에 잠긴 산세는 갓 그린 수채화처럼 깔끔하다.
정말 선경이 이런것이 아닐까??
이곳 도솔천내원궁은 과히 천하의 명당자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도솔암에 내려오니
어느새 점심공양시간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점심공양을 기다리는 불자님이 많이 보인다.
잠시틈을 내어 도솔암 극락보전에 들어... 108배를 올렸다.
숨은 가빠지고 땀은 어느새 목덜미를 타고 흐르지만, 몸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선운사에 들렸다.
산중을 배회하는 하얀구름이 전각과 어울려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놓은듯 보인다.
선운사는...
봄에오는 동백이, 여름에 오면 배롱나무가, 초가을에 오면 꽃무릇이 반겨준다.
꽃무릇은 서로 잎은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잎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상사화라고 불린다.
꽃이 피면 잎이 지고 잎이 나오면 꽃이 지는 특성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애절한 연인들의 사랑을 상징하는 꽃으로도 유명하다.
선운사 주불전은 대웅보전으로 여느사찰보다 불상의 크기가 웅장하다.
오늘 동행한 숙희씨말이..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 이전에 만든 불상은 크고 웅장하지만,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부터 억불정책으로 인해 불상은 점차 작아진것이라고 귀뜸해준다.
그런데..
오른손이 왼손을 감싸 검지의 끝을 서로 맞댄 지권인의 손모양이다. 바로 비로자나불상이다.
그러면 주불전이 비로전이나 대적광전이 되어야 하는데.... 왜? 대웅보전이라는 편액을 달아놓았는지 의문이 든다.
이곳 대웅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이며 특히 전면의 기둥 사이가 넓어 불전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그리고 맞배지붕임에도 불구하고
좌우측으로 빼어낸 지붕이 처지는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활주라 불리는 받침기둥을 네 모서리에 세웠다.
무엇보다도....
전각 좌우 기둥을 나무가 휜 그대로를 사용하여 자연미를 살리고 기둥이 위를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르는 느낌을 준다.
대웅보전앞에는 봄에피는 동백꽃도 없고, 붉은 상사화도 없지만
연분홍빛 배롱나무꽃이 비를 흠뻑 머금고 한여름 산사를 찾는 이들을 마중하고 있다.
선운사를 떠나 부안 내소사에 들렸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전나무숲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곳 내소사 전나무길은
1키로 남짓 거리로 산책로도 충분히 매력진데 향기까지 그윽하니 더없이 고마운 숲이다.
여름에는 푸른 신록이, 가을에는 알록달록 단풍이, 겨울에는 설화가 장관을 연출한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할머니 당산나무는 수령이 약 1,000년,
일주문 앞에있는 할아버지 당산나무는 수령이 약 700년 되었다고 한다.
매년 정월 이나무 아래에서 사찰과 마을 주민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가 열린다고 한다.
대웅보전은 조선시대 건립된 것으로
다포계양식에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어 화려함을 볼 수 있다.
이곳 대웅전은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깍아 결합해 지은것으로 유명하다.
단청이 없어 더욱 운치있는 고찰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 안 후불벽에는 백의 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큰 후불벽화이기도 하다.
관음보살 눈동자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는데 눈이 맞추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내소사가 자랑하는 대웅보전의 꽃문살...
어떠한 공예품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해바라기와 국화, 연꽃 모란의 네가지 꽃문양
꽃들의 색은 다 바라고 지금은 맨 나무빛깔뿐이다. 하지만 그 문양의 정교함이 진짜 피어난 꽃을 보듯 신기하다. 꽃밭을 연상케 하는 문짝이다.
꽃문양 창살 세월의 흐름은 색깔을 모두 앗아갔지만 그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았다.
내소사의 꽃살문은 그 섬세한 아름다움에 눈길을 오래머물게 한다.
호남의 아름다운 사찰...
선운사도솔암, 내소사 이렇게 오늘 사찰일정을 모두 마쳤다.
먼길 다시 되짚어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
절집에 머무르는 동안 도심에 묻혀 온 심신의 먼지가 깨끗히 씻어진 느낌이다.
언제가 읽었던...
나를 비우는 암자 이야기 산중암자의 저자 정찬주 교수 글처럼...
산중암자에 가면 시인이 되는것 같다.
감석이 풋풋해지고 젊은 시절처럼 정신의 날이 선다.
메마른 가슴이 촉촉해지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 꽃으로 보인다. 귀로 듣는것이 다 노래로 들린다.
누구라도 마음으로 산사를 찾는다면
산사는 지혜를 주는 문수보살도 되고, 용기를 주는 지장보살도 되고, 자비를 주는 관음보살도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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