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사이야기

장독대 너머 춘설이 내린 운문산올 보며.... 사리암에 올라

by 인생은저니처럼 2006. 3. 26.

 





::::: 사리암 가는 길 :::::
사리암을 찾기 위해서는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야 하는데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는 길은 문수선원을 지나서도 한참을 가야합니다.
소박하게 걸어가시는 두분의 스님옆을 승용차로 지나가는것이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 사리암 가는길 :::::
무색의 길.. 사색의 숲길을 따라 들어 가보니 어느덧 사리암 주차장이 나옵니다.
이런 골짜기에 넓은주차장이 있는것도 신기하지만
평일임에도 주차장을 가득매운 차를 보니 사리암의 유명세가 실감을 느끼게 합니다.


 





::::: 계단입구에 마련되어있는 지팡이 :::::
포장길을 따라 20여분 오르다보니 목덜미에 땀이 조금 느껴집니다.
본격적인 사리암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몸이 불편한 불자님들을 위해 지팡이가 많이 세워져있습니다.
손잡이부분은 하도 많이 만져서 빤질빤질 합니다. 이곳을 올랐던 수많은 불자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 사리암 올라가는 계단 :::::
한계단 한계단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져 있는 오름길은
지난가을 빛바랜 낙엽과 이틀전에 내린 눈이 아직 쌓여져있습니다.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사리암은 부처님의 사리에서 따온 암자명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정확한 뜻은 간사할 사(邪)와 떠날 리(離)가 합쳐져 '삿(邪淫)된 것을 여의는 암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 점심 공양식 :::::
시간이 늦어 점심공양을 못 받을것으로 생각했는데.. 공양간에는 아직 많은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절밥입니다. 단출한 식단이지만 그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 따뜻한 봄살에 바라본 영남알프스 :::::
점심식사후 따뜻한 봄햇살이 내리쬐는 마루에 앉아있으니
장독대 너무로 춘설이 쌓여있는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이 보입니다.
운문산도 저 만치 보이네요. 이곳 사리암은 남해 금산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3대 기도처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 초파일 연등을 접수하기 위해 불자님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사리암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 :::::
자인당옆 경내 안내판에는 사리암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가 기록되어있는데..
옛날 사리암 바위굴에는 수행하는 사람이 한 명이면 한 사람 분의 쌀이, 두 사람이 공부하면 두 사람 분의 쌀이,
열 사람이 기도를 하면 열 사람 분의 쌀이 나오는 구멍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심이 생긴 대중 한 명이 쌀이 나오는 구멍을 크게 하려고 막대기로 들쑤셨는데,
웬걸 콸콸 쏟아지길 기대했던 쌀은 나오지 않고 물만 솔솔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후로는 쌀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삿된 마음이 상존할 수 없음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읽고 나니 석남사 가지산 쌀바위의 전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듭니다.


 





::::: 관음전앞에는 많은 불자님들의 신발이 :::::
관음전내부에는 많은 불자님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는데..
그런데 불상을 향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유리창밖 천태각을 보고있네요
그렇습니다. 이곳 사리암은 나반존자(那畔尊者)를 모시고 있는 천태각이 주인입니다.


 





::::: 천태각 :::::
마치 제비집처럼 벼랑에 매달려있는 천태각은 참배할 수 있는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이곳 관음전에 유리창문을 달고 천태각을 보며 절을 올리는것인것 같습니다.

사리암(邪離庵)은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을 도왔던 보양(寶壤) 국사가 937년(고려 태조 20년)에 창건하였습니다.
그후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산중 암자로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무정한 세월이 1천여 년 흐른 1845년(조선 헌종 11) 효원대사가 중건하고
신파 스님이 천태각(天台覺)을 건립하며 세상에 알려지자 불자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851년(철종 2) 현재의 나반존자상을 봉안한 후 영험한 나반존자 기도도량으로 알려지며
불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행처이자 기도 공간으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 사라임을 뒤로하고 :::::
짧은만남을 뒤로하고 올랐던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리암에 같이 올랐던 분이 이곳에서 딱 이틀만 보냈어면 좋겠다는 말씀을 건네옵니다.
이틀이라.. 무슨의미에서 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의외로 간결한 답을 말해줍니다.
하루는 아쉽고 이틀정도면 좋겠다구요.

주차장부근에는 학심이골의 명경지수같은 맑은 계곡물에 노랗게 핀 생강나무가 봄의 화사함을 더해줍니다.
사리암을 출발하는데... 누군가 사리암에 올라 적었던 글이 생각이납니다.


<사리암에 올라>


장독대 너머

운문산 가리운

구름 걷히며

푸르른 마음 열리고


독경소리 건너

나반존자 소원비는

밝은 마음 속세와

선 경계 바로 이곳 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