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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덕유종주)6월의 신록의 숲길을 걷다

by 인생은저니처럼 2009. 6. 14.

 



6월 신록의 숲길을 걷다... 덕유종주

- 일 자 : 2009년 06월 13일~14일(1박2일)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육십령~서봉~남덕유~월성재~삿갓골재대피소(8시간20분)
  무룡산~동엽령~중봉~향적봉~리조트(5시간20분) 
  [총산행시간 13간40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2003년 겨울에 이은 두번째 덕유종주... 이번엔 신록의 숲길이 열린 6월에 다시 걷는다
육십령에서 시작하여 주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향적봉까지....
눈이 시리도록 푸른 그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이번주 내내 마음은
이미 덕유산에 가 있다.  일주일전 대피소예약을 확인하니
벌써 47명 정원을 꽉 채우고 대기자로 등록된사람도 수두룩하여 비박까지 생각하며 준비하였는데,
산행출발 이틀전에 먼저예약하신 분이 취소를 하였는지 다행히 예약을 할수 있었다. 덕분에 한결 가벼운 배낭으로 집을 나선다. 






김해출발(06:00)~사상시외버스터미널(07:00)~육십령(11:20)


 





덕유산길...
6월에 갑자기 덕유산을 찾은 사연은 "지리산둘레길"에서 시작되었다.

지난달 MBC에서 방영된 "지리산을 걷다"라는 다큐를 보고
올 여름 꼭 한번 지리산길을 걷어야겠다는 생각에 둘째주에 시간을 잡았는데, 
다랭이논과 숲길로 이루어진 지리산길은
초여름인 6월보다 여름이 짙어가는 7~8월이면 더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을것 같아 한달 뒤로 미루었다.
그 대신 빈 자리에 신록의 덕유산길을 가게된 것이다. 

모처럼 떠나는 1박2일...
이틀동안 산행할 후배와 사상터미널에서 만나 육십령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산행시작(11:30)~할미봉(12:40)~서봉(15:40)~남덕유(16:50)~월성재(17:30)~삿갓봉(18:55)~삿갓골재대피소(19:50)


  






사상을 출발한 버스는...
산청~생초~함양~수동~안의~서상을 거쳐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어야 육십령 고개에 우리 일행을 내려놓는다. 
점심을 먹기위해 휴게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의자에서 한가로이 졸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우리들 인기척에 놀라 깨어난다.

할머니는 꼭두새벽부터 대간 떠나는 산객들 식사 준비에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였다고 하신다.

비빔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드디어.... 육십령 고개길에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며 종주길 첫 걸음을 내디딘다.


 

 

 





등산로에 들어서자 키 큰 나무들이 양쪽에 길게 도열해 있어 짙은 숲 그늘을 만들어준다.
육십령구간은 주말이지만 주능선에서 한컨 비켜 서 있는 덕분에 한적하고 조용한 숲길이다.
파란색 하늘엔 솜사탕을 불어놓은듯한 하얀 뭉게구름이 덧칠을 하고 그아래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6월 덕유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출발한지 한시간 남짓... 할미봉에 도착
발아래엔 서상에서 장계로 가는 국도가 육십령고개를 꼬불꼬불 넘어간다.
사방팔방 조망이 탁월하다. 정면으로는 오늘 넘어야할 서봉과 남덕유가 서로 어깨를 견주고 있다.

 

 

 






육십령에서 서봉까지는 7km로... 그리 녹녹하지 않다.
유순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교육원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가풀막이 시작된다.

쉬엄쉬엄...
삿갓봉 일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천천히 걷는다.
걷고 싶을때 걷고, 쉬고 싶을때 쉬어라"라는 글에서 보듯이 아주 느긋한 산행이다.
서봉이 가까워 질수록 발길이 무디어지고.... 
몸은 이미 찜질방에 들어와 앉은 듯 땀은 홍수를 이룬다. 


 

 

 

 






산은... 정직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반칙이 없다.
산정에 오를려면 누구나 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하고 그 힘든만큼 산정은 가까워진다.
내리막이 있어면 오르막이 있고, 내려간 만큼 또 다시 올라야 하는 정직함이 좋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그토록 높고 멀게만 느껴졌던 서봉에 도착한다.
서봉에서는 향적봉까지 미끈하게 뻗어있는 덕유산의 주능선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서봉에서 남덕유는 손에 닿을 듯 지척에 있건만..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과 밧줄을 타고 한참을 내려선다.

안부에 닿을쯤엔... 숨돌릴 여유도 없이 이제는 가파른 오르막이 딱 버티고 서 있다.

멀리서 볼때는...
서봉과 남덕유는 아주 유순한 라인처럼 부드럽게 이어져 보였는데
막상 내려서니 마치 V협곡을 연상케 할 만큼 꽤 많이 내려가서 다시 치고 올라야 한다.


 

 

 

 






삿갓봉가는길에 월성재를 당겨보니...
가족단위로 산에 오른 등산객이 보인다. 가운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산꾼도 보인다.

겨울... 심설산행때는 비료포대를 타면 남덕유에서 월성재까지 단 몇분이면 내려선다.
그때... 2003년 겨울종주때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남덕유에서 삿갓봉까지....
약 4.3km 남짓한 거리인데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구간이인것 같다.
쉽게 오를것 같은 삿갓봉은 좀 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발 걸음은 자꾸만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나선 장거리 산행이라서 그런것일까?
건각들은 육십령~삼공리 34km에 달하는 거리는 하루만에 해치우는데....
당일 14km를 걸어면서 다리가 모이고 발목이 뻐근한걸보면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


 

 

 






삿갓봉 일몰을 기다린다고 다소 늦은 시간에 대피소에 도착했다.
잠자리를 배정받고, 서둘러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딱 한가지 "참치김치찌게" 다.

남덕유에서 부터 대피소 도착할때까지...
배고프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후배와 모처럼 대피소에서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대피소 2층 잠자리에 누웠는데 넘 피곤해서일까?  
코고는 소리 바지락거리는 소리에 좀 처럼 잠이 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인다.



대피소출발(05:20)~무룡산(06:25)~동엽령(08:00)~중봉(09:30)~향적봉(10:05)~리조트(11:40)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는데도... 짧은 사이에 두어번은 일어난 것 같다.

어제산행의 피로때문인지 찌푸듯한 몸을 겨우 달래서 일어나 
저녁 먹다 남은 밥에 라면을 끊여 아침을 먹고 5시20분에 대피소를 출발한다.

다소 차갑고 선선한 아침공기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이슬을 머금고 있는 키작은 산죽과 나뭇가지 사이를 지날때마다 이슬이 옷에 묻어 차갑지만 왠지 싫지않다.


 

 






무룡산 너머 붉은빛이 감도는 것을 보니 이제 해가 뜨는 모양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숲도 분주하다. 
숲에서 깨어난 새들이 들려주는 아침 음악은 그 어떤 연주곡보다도 더 감미롭다.

 

 

 






운해....
한쪽사면에서 형성된 운해가 순식간에 주능선을 넘나든다.
아~~ 정말 신이 창조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저 넋을 놓고 바라만 볼 뿐이다.
새벽에 조금만 더 꾸물정 그렸더라면 이 비경을 보질 못하였으라~~~

새벽에 열리는 숲속장터...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가 열리고, 운해의 넘실거림에 눈이 열리고, 아침이슬에 촉감이 열린다.
이 모든것이 다 숲에서 느낄수 있는 무한 감동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무룡산 정상...
정상이정표 뒤로 펼쳐진 운해의 바다가 쉽게 끊을 놓치않고 물결치고 있다. 
정상석 옆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지는  아침햇살은... 우거진 숲과 어울어져 아름다운 산빛으로 쏟아진다.
무룡산에서 운해를 본다고 꽤 오랜시간을 머물렸다.


 

 






동엽령...
이곳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비박을 즐겨하는 산객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듯 싶다.

비박.... 
거대한 산자락속에서 오직 나 자신의 존재만 느껴지고 싶을때..
하늘을 지붕삼아 별을 헤이고 바람을 맞으며,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어떨까?
그 기분은... 올해안으로 느껴볼 기회가 닿으면 좋을련만.... 


 

 

 






삿갓재에서 중봉까지 오는길...
어제 육십령~삿갓재까지 구간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탁트인 평원에 펼쳐진 초원과... 거침없는 조망은 절로 힘을 내고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광활한 평원을 가로질러 송계사삼거리로 가는 산길이 보인다. 
이 길을 보고 어느 산꾼인들 걷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으랴?  


 

 

 






오늘산행의 대미... 향적봉..
리조트에서 콘도라를 타고 올라온 많은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긋이 나이드신 할머니부터 아빠손을 잡고 올라온 어린아이까지... 그야말로 발디딜틈이 없을정도다


 

 

 






하산길...
어제 월성재 내리막길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다친 발목과...
부산으로 빨리갈 수 있는 교통편을 고려해서 콘도라를 타고 리조트로 내려선다.
백련사는 아쉽지만 올 겨울을 기약하며......

 


리조트출발(13:00)~무주터미널(13:50)~영동역(14:30)~구포역(17:30)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덕유산은 지리산에 비해 교통편이 상당히 불편하다.
리조트 버스를 타고 무주터미널로 가서
다시 영동역으로 이동해서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제일 빠른것 같다.

열차내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며 잠시 눈을 붙인다.
열차가 밀양을 지나쯤 소나기가 한차례 시원스럽게 창문을 뿌려댄다.

지난주에 읽은....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글 중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산과 숲에게 길을 묻고, 귀를 기울이며 인생의 답을 찾는다."라는 글이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