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심이는 어디가고 심심이만 남았는가?
- 일 자 : 2009년 08월 11일(화욜)
- 날 씨 : 가끔 비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천문사~배넘이재~합수점~심심이골~배넘이재~천문사
[총산행시간 4간40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작년여름은 얼마나 더웠는지 오죽했어면 가마솥더위, 찜통더위라고 했을까? 근데 일년새 그 장열했던 무더위는 어디로 갔는지? 올 여름은 한마디로 더위실종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름자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예년에 비해 일찍찾아온 장마가 더위를 통째로 씻어버리고 성급한 여름은 벌써 꼬리를 내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산행은 더 늦기전에 부산근교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는 학심이골로 떠나기로 했다. |
부산출발(09:30)~서울산IC(11:00)~운문령(11:30)~천문사(11:50)
학심이골은...
영남알프스의 맹주라고 일컷는 가지산 북릉에 숨겨져 있다.
가지산 북릉을 기준으로 할때 상운산쪽 깊은 계곡이 학심이골이고,
운문산 아랫재 아래로 길게 흘러내리는 계곡이 심심이골이다.
오늘산행은....
학이 노닐던 계곡이라는 "학심이골"을 찾아 나섰다.
들머리인 운문령~상운산~천문사코스는 약 5시간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늦어도 11이전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먼거리에서 개별적으로 출발하다보니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산행코스를 변경하여
날머리였던 천문사를 기점으로 배넘이재를 넘어 학심이골의 여름풍경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산행전날...
DSLR 배터리 충전을 하고 정상적으로 작동시켰는데..
아니... DSLR 뒷면 LCD가 파손되어 있는것이 아닌가?
충전하는 동안 만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불길한 징조다.
그런기분에서 일까?
평소에 눈을 감고도 오르던 운문령길을
오늘 따라 깜빡하고 놓쳐버려 복가이버한테 회장직 박탈이라는 문자를 받는 수모(?)도 받는다.
안개때문이라고 적당히 둘러대었지만... 찜찜함은 영 가시질 않는다.
우째던.... 산행들머리인 천문사에 도착하니 상쾌한 공기가 넘 좋다.
오늘 러브산넷에 처음 참여하는 신입회원 성화씨 소개를 간단히 하고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맞으며 청솔팬션옆 산길을 오른다.
산행시작(11:50)~배넘이재(12:20)~배바위(12:40)~합수점(13:00)~심심이(14:20)
비가와서 그런지...
흙길이 부드럽고 숲이 습기를 머금어 걷기에 좋다.
특징없는 숲길을 약 30여분 꾸준히 올라 배넘이재에 도착해서 첫 휴식을 갖는다.
여기서도... 계획으로는 곧바로 합수점으로 내려가는것이 아니라
왼쪽 등로인 능선을 한번 치고 올라가서 518봉에서 학심이로 내려가야 했었는데..
무엇에 홀렸는지... 아무생각없이 배바위쪽으로 내려선다.
함양 오도재처럼...
지그재그식으로 예쁘게 둘러가게 만들어놓은 산길을 리듬을 타고 내려서니 배바위에 도착한다.
여기 배바위는...
옛날 홍수가 났을적에 수량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이 거대한 바위가 배넘이재를 넘었다고 하여 배바위로 불리는데... 글쎄... 믿어야 할지?
그래도... 그 설화를 믿는 산객들은 오고가며 이곳 배바위에 노를 하나씩 세워두고 간다.
배바위를 지나자 산길은 넓어지고 호젓한 숲길이 쭉 이어진다.
대원들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내려서자... 드디어... 왼편으로 계곡이 모습을 보인다.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고 물속을 보니... 그야 말로 "명경지수"다.
바위틈새를 비집고 합수점으로 흘려내리는 물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깨끗하고 투명하다.
시그널이 걸려있는 북릉쪽으로 가기위해 계곡을 건너는데...
산행지도를 유심히 보고있던 산행대장 복가이버 왈
"회장님.. 그쪽으로 가면 안되고, 조금 더 내려가서 합수점에서 올라가입시다"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행적으로 볼때
믿을만한 대원이고 나름대로 지도를 보며 독도를 하였다고 하니
일단... 복가이버의 의견되로 합수점을 찾아 계곡을 더 내려선다.
상수원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지나자 합수점이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계곡을 타고 오른다.
몇년 전 알럽그린을 따라 학심이골 산행을 하였다는
유리도 이 계곡이 확실하다고 복가이버 주장에 동조를 하는 탓에 별 의심없이 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분명 10여분 거리에 있어야 할 쌍폭은 어디가고
20여분 걸이에 나타나야 할 학소대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귀를 쫑긋세워보아도 폭포라고 생각할만큼의 웅장한 물소리는 들리지않고 한가로이 졸졸 계곡물만 흐른다.
그래도....
좀더 올라가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계속 발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계곡 수량은 줄어들고 하늘도 보이지 않을만큼 숲의 여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꽤 깊은 골까지 들어온 모양이다.
산길은 희미해지고 너덜지대까지 만나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결국 발길을 돌렸다.
마치... 산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는 맘처럼 머리가 혼돈스러웠다.
과연 우리가 올라온 계곡이 학심이가 맞을까?
맞다면... 과연 학소대는 어디쯤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복가이버에 대한 의심은 갈수록 짙어진다.
점심(14:30~15:20)~배너미재(16:00)~천문사(16:30)
다시 내려오면서 몇번이고 계곡을 확인해 보았지만...
학소대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없는것을 그토록 찾을려 하였다니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합수점 도착직전 계곡에서 늦은 점심을 준비한다.
등산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조금 오래 서 있으니 발이 시릴정도이다.
라면이 끓는동안 유리님의 수중개인기가 펼쳐지는데...
정말... 이 공연은 이 시간,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다.
"샤크"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공연은.... 정말 놀랍다.
30cm정도 얕은 깊이의 물속에서 수중부양을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유리님의 개인기에 조용하던 계곡이 웃음소리로 가득찬다.
준비한 김밥과 라면은 배고픔 아우성속에 벌써 동이 나 버렸다.
충분할것으로 생각했던 점심이 조금 모지라는듯 느껴졌다.
글치만...
마당수에가 힘들게 메고온 수박은 그 모자람을 보충하고도 남았다.
점심을 먹고 합수점 부근 산세를 둘러보니...
앗~~ 이럴수가??
그동안 꽉 막혔던 의문점이 한꺼번에 팍~~ 풀린다.
우리가 그토록 학소대를 찾아 헤메던 계곡은 학심이골이 아니라 심심이계곡이였던 것이였다.
위의 산행지도를 확대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A점인 합수점에서 B지점(빨간색)으로 진행을 할려고 했었는데
실제는 A점에서 C지점(파란색)으로 산행을 한 셈이다.
결론은.... 심심이계곡을 학심이계곡으로 착각하고 올랐던 것이다.
이럴수가??
그동안 200산을 오르면서 이런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나름되로 준비한다고 했지만...
급하게 산행코스를 변경해서 진행하다보니 계곡을 잘 못 찾은것이다.
오늘 처음 산행에 참여하는
수건이반장과 성화씨도 있는데..
돌이킬수도 없는 러브산넷의 큰 오점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아무리 잘 아는 코스라도 준비를 좀더 철저히해야한다는 체험한 하루였다.
천문사출발(14:40)~서울산IC(15:10)~대동요금소(15:40)~부산도착(18:00)
아침부터 어지러웠던 산행이였지만...
다행히 출발시간에 맞추어 천문사에 다시 도착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긴채.... 천문사를 떠난다.
멀지않은 시간내... 올 여름 가기전에 다시 한번 더 이곳 산행을 와야겠다.
그때도... 참여한 맴버 그대로 와서 오늘 보질못한 학심이골의 절경을 볼 수 있었어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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