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주 올레에 폭삭 빠졌수다(10코스)
날짜 : 2025.3.30(일)
다음날 아침..
오늘은 올레 10코스 화순금모레 해수욕장 출발 하모체육공원까지 16km거리입니다.
완주 후 렌터카 반납하고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하려면 조금 서둘러야겠네요.
아침식사 전에 차량으로 어제 우천으로 중도 포기했던 구간을 둘러보려고 합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논짓물입니다.
논짓물은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만들어진 것인데요.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서, 물을 그냥 버린다(논다)는 의미로 '논짓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어제 제가 카페 루시아에서 논짓물 세분이라 불렀던 연유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편견일 뿐이고요.
논짓물도 천연해수욕장으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었다 해서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논짓물처럼 다른 역할속에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즐겨 듣는 Bravo My Life 노랫말처럼 우리 모두 나이듦에 서운해 하지 말고 힘내자구요.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온 곳은 서귀포시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해조녀 보말성게 전문점입니다.
아침 8시 오픈인데도 벌써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메뉴는 성게와 보말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보말죽과 성게미역국을 2개씩 주문했습니다.
담백하면서 보말특유에 고소함이 있어 아침식사로 딱이더군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늘 10코스 일정을 시작합니다.
먼저 섯알오름주차장에 미리 차량을 주차해 놓고 화순금모래 해수욕장으로 이동해서 걸을 예정입니다.
거리로 봐서 종점인 하모주차장까지는 무리일 것 같아 일정을 조금 조정하였습니다.
어제보다는 바람도 적게 불고 날씨가 좋아진 것 같네요.
해수욕장 주차장을 벗어나면 썩은 다리 탐방로가 나오는데 왜 썩은다리일까 하는 궁금점이 생기네요.
일명 썩은다리 오름이라고도 하며 응회암으로 덮여 바위가 무르고 색도 누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화산재로 굳어진 응회암을 암석이 삭았거나 썩었다고 생각을 했다고 하네요.
탐방로는 숲이 우거져서 들꽃피고 새소리 들리는 힐링구간이네요.
작은 데크 전망대에 오르면 화순 해안선과 저 멀리 마라도 가파도까지 조망이 됩니다.
황우치 해변 숲길을 따라 산방연대 쪽으로 오르면 용머리 해안이 지척이고 저 멀리는 송악산이 보입니다.
이곳은 산방산 관광지구가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네요.
유채꽃밭도 이곳에서는 유료입니다.
날씨도 풀려 땅콩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걷다 보니 발걸음도 가벼워지네요.
여기는 형제 해안도로 사계해변길입니다.
이번 올레 10코스 중에서 가장 마음이 끌리고 다시 걷고 싶은 길이네요.
해변을 중심으로 바다 쪽으로는 형제섬이 내륙으로는 삼방산이 그려놓는 풍경은 과히 명품 올레길입니다.
마치 트래킹 영화 한 장면처럼 느껴지네요.
올레길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송악산 둘레길..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해안에 불끈 솟은 송악산은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모여 있어 99봉이라고도 합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여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데 워낙 자연경관이 좋아서 발길을 멈추고 또 멈추고를 반복하네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절벽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송악산을 내려와 도로를 건너면 작은 언덕으로 안내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크투어리즘이라 해서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 등을 돌아보며 교육을 얻기 위한 길입니다.
언덕 위 자리 잡은 고사포 기지
일제강점기 1945년 무렵 알뜨르 비행장을 보호하기 위해 건립된 군사 시설입니다.
송악산도 그렇고 국토를 얼마나 훼손을 많이 하였는지... 가는 곳마다 일본 강점기 아픈 상처가 너무 많네요.
이번 올레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웅장한 샷입니다.
제주를 상징하는 삼방산을 보며 올레 이정표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왠지 멋지게 보이네요...ㅎㅎ
이 한 장 사진이 이번 올레길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올레길 마무리는 역시 유채꽃밭이죠.
별 기대 없이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와우~~ 이런 곳에 유채밭이 있었네요.
노란색감이 너무 좋고요 더욱이 인적이 없어 우리 집 정원같이 오랜 시간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제오늘 흐린 날씨에 다소 아쉬웠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황홀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랄까요.
섯알오름 양민학살터 그곳에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설명글을 읽기만 해도 가슴이 찌르듯 아려오는 제주의 검은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
제주를 찾으시는 분들...
아름다운 풍광도 좋고, 여유로운 휴식도 좋고, 맛있는 음식들도 좋지만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우리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곳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제주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올레길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먼저 2박 3일간 간세 올레를 함께한 논짓물 삼인방에게 감사를 하고요.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예비 논짓물 두 분 다음에는 꼭 함께하길 소망해 봅니다.
'이야기나눔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올레에 폭삭 빠졌수다(8코스) (0) | 2025.04.01 |
---|---|
(둘째날)가을의 끝을 거닐다 (0) | 2024.11.19 |
(첫째날)가을의 끝을 거닐다 (0) | 2024.11.19 |
(영광)초 가을비 내리는 날 (0) | 2024.10.02 |
(불갑사)붉은 꽃무릇 물결 (0) | 202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