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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눔터

(첫째날)가을의 끝을 거닐다

 

제목 : (첫째 날) 가을의 끝을 거닐다.

날짜 : 2024.11.16~17(1박2일)

 

가을이 익어갑니다.

가을 풍경은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눈부시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계절이지요. 

더욱이 나이가 듦에서 바라보는 가을은 따스한 여운을 남기게 하네요.

 

11월 셋째 주 주말

어쩌면 올해 마지막 단풍이 될 수 있는 시간에 맞추어 가을여행을 갑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포항 오어사입니다.

주말이라 입구부터 많은 차량들로 혼잡하네요.

 

그래도 다행히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니 오어지 출렁다리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먼저 사찰을 둘러보고 난 후 오어지 둘레길 한 바퀴 돌아볼 생각입니다.

 

 

 

오어사는 2014년에 OB직원들과 한번 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큰 호수를 옆에 두고도 주눅 들지 않고 잔잔한 웃음의 여래께서 앉아 계시네요.

 

천년고찰답게 대웅전 단청색깔 바래 더욱 세월의 무게감을 줍니다.

대웅전 후면에는 문짝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 바람도 들어가고 걸림이 없어 보여 참 좋네요.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나한전, 설선당, 칠성각, 산령각 등의 전각이 있습니다.

가을 정취를 느끼며 마당을 거닐다 보니,가을 국화꽃이 예쁘게 피어 가을 분위기에 빠지게 하네요.

 

오어사 위쪽에는 자장암이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바위 절벽 꼭대기에 걸려있는 자장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광 또한 볼만합니다.

 

나무마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네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연의 색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모습입니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끌어올리네요.

 

 

오어사는 나 오(), 물고기 어(내 물고기 절[吾魚寺]입니다.

신라의 고승 원효와 혜공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은 후 변을 보고 나니 물고기 두 마리가 나왔고 한 마리는 강 아래로 내려가고, 다른 한 마리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하네요.

 

고승들은 그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가 자기 물고기라고 하면서 서로의 공력을 뽐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내 물고기라는 뜻의 오어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물고기는 정말 누구의 물고기였을까요...ㅎㅎ

 

 

오어사 담벼락을 끼고돌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네요.

올 가을에 본 은행나무 중에서 가장 색감이 뛰어나고 찐 노랑이네요.

이 짧은 가을을 가슴에 부여잡고 놓아주기 싫은 심정입니다.

 

 

대웅전 수미단 왼편에 누군가 인형 보시를 해 놓았네요.

좌복에 앉아 참선하는 스님을 닮은 듯한 모습에 아주 작은 것이지만 마음속 미소를 짓게 하네요.

 

 

문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시간에 쫓김 없이 여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서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포항 걷기 좋은 길"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오어지 둘레길입니다.

운제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오어사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입니다.

오어지 둘레길은 산책로, 맨발로, 데크로드 등 총 7km 거리로 숲이 우거지고 완만한 코스라서 누구나 걷기 좋은 길입니다.

 

 

오늘은 참 걷기 좋은 날입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바람은 잔잔하고 수면은 투명한 거울처럼 빛나네요.

 

호숫가의 울긋불긋한 풍경,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물과 나무 등이 눈에 차례로 들어옵니다.

산은 산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각각 그렇게 생각에 잠겨 묵언 중이네요.

 

오후 5시가 지나자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해거름이 지네요.

쉬엄쉬엄 느긋하게 2시간 남짓 걸어 오어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내 캄캄해졌네요.

 

이제 포항시내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일찍 휴식을 취할 생각입니다.

오늘 하루동안 가을하늘, 가을구름, 가을햇살, 가을단풍에 행복했고 내일은 또 어떤 가을 그림을 내어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