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등산) 환상적인 설국이네요.
날짜 : 2025.2.10(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년에 한 번은 눈꽃산행을 다녀와야죠.
더욱이 눈을 보기 힘든 부산에서는 눈에 대한 설렘과 그리움이 짙다고 볼 수 있지요.
올 겨울 무등산 서석대 눈꽃을 꼭 보리라 약속을 했었는데
드디어 주말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기상청 예보에 번개산행으로 광주 무등산으로 출발합니다.
아침 6시에 대저를 출발
주암IC에서 국도로 빠져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으로 접어듭니다.
차가운 새벽공기속 시골마을에 서리꽃이 하얗게 내려앉았네요.
얼음결 사이로 번지는 미세한 빛의 반짝임은 새벽의 어둠을 깨우는 듯 보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아침 풍경이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하네요.
오늘 산행은 규봉암~장불재~인왕봉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물론 무등산의 상징인 입석대와 서석대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도원탐방센터에서 규봉암으로 올라 하산할때는 장불재에서 임도로 하산할 생각입니다.
이 코스는 광주 도심으로 들어가지 않아 접근이 수월하고
무엇보다 제가 정말 간절히 가보고 싶었던 규봉암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초입에서 규봉암까지는 꾸준한 오름길입니다.
눈꽃내린 조릿대가 그야말로 진경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 탄성을 자아냅니다.
오랜만에 눈길을 걷다보니 꽤 힘이 드네요.
예전 같으면 한달음에 올랐을 법한 산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을 쉬어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몸이 예전같지 않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산을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니 규봉암이 보입니다.
일주문처럼 우뚝솟은 돌기둥 사이에 절묘하게 낀 돌이 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규봉암 본전 앞뜰에 올랐습니다.
광석대를 배경으로 자리한 관음전이 그림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암자가 있었나요?
솟아있는 돌기둥들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군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로부터 "규봉암을 보지 않고 무등산에 올랐다 말하지 말라"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납니다.
한동안 눈발이 휘날리는 암자를 보며 침묵에 잠겨봅니다.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지만 일행이 기다려서 몇 번을 뒤돌아보며 규봉암을 떠납니다.
계절을 바꾸어서 봄이나 여름날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습니다.
그때는 법당에서 예불도 올리고 앞뜰에 앉아 커피 한잔도 하며 넉넉한 시간 보내고 싶네요.
장불재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919m 평원이다 보니 걸림 없는 겨울바람이 날카롭게 목덜미를 쪼아대고 손가락은 금방 얼어붙네요.
장불재는 무등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구축하는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기도 합니다.
정면 부드러운 능선에...
입석대는 그 위용을 살짝 드러내고 정상 쪽에 있는 서석대는 운무에 가려 신비감을 더 해줍니다.
먼저 입석대 방향으로 오릅니다.
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싶지만 손끝이 얼얼해서 엄두를 내지 못하겠네요.
장불재에서 10여분 거리 위치한 입석대
주장절리라 하면 흔히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1,100m가 넘는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검은색 바위들이 하나같이 수직으로 층을 쌓으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온 세상이 온통 하얗네요.
나무도 바위도 운무도 순백의 나라에 들어온듯한 기분입니다.
정말 입석대에서 서석대 정상석까지는 운무 속을 걷는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서석대 정상석에서 인왕봉 정상까지는 찐 설국입니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터널을 만들어 주고 바람이 불 때면 눈사위를 뽐내며 춤을 추네요.
이 황홀한 자태를 눈에 넣고 가슴에 부지런히 담아봅니다.
무등산 서석대
이 장엄한 바위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렇게 자연은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는 자연의 서사시입니다.
이렇게 건강한 두 다리를 걸어 대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행복입니다.
하산길은 적설량이 많아 등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발이 쑥쑥 빠지네요.
조망도 없고 볼거리 없는 산길이라 먼저 선 답자가 길을 내어놓아서 따라가지만 눈이 많이 내리면 길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구간입니다.
반시간 남짓 내려오니 임도에 닿고 천천히 걷다 보면 도원탐방센터에 도착합니다.
오늘 무등산 눈꽃산행...
이렇게 멋지고 환상적인 산행을 함께한 성훈이, 명숙주임, 정훈이, 유수 고맙고, 특히 따뜻한 점심 준비해 오신 명숙주임님 그리고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수고해 준 유수한테 다시 한번 더 감사에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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