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재)가을이 소리없이 왔네요

 

제목 : (간월재) 가을이 소리 없이 왔네요

날짜 : 2024.9.24(화)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그렇게 강렬했던 여름도 서서히 기운을 잃어가고 있네요.

지난주 태풍 폴리산이 지난 간 이후 덥덥하던 공기가 어느새 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산에 가기 좋은 시간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간월재 산행을 하고 울주군 달빛야영장에서 캠핑을 할 계획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온전히 쓸 수 있어 참 소소한 행복이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눈에 익은 영남알프스 초입..

30여 년 전 처음 산행을 한 이후로 수 없이 올랐던 영남알프스 준봉들..

오늘은 복합웰컴센터에서 주차를 하고 간월공룡으로 올라 임도로 하산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뿔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임도길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들었네요.

정학하게 10년 전 2014년도에도 간월공룡으로 가는 길을 놓쳐 임도로 올라 간월공룡으로 하산을 하였는데 오늘도 같은 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임도길은 발굽처럼 둥글게 돌아 걷는 길이라 꽤 지루한 구간입니다.

그렇치만 오랜만에 산 기운을 느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샘터에 도착했습니다.

 

이 길을 언제부터인가 자전거로 올라오고 싶었는데 올 가을에는 한번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

뭐 힘에 부치면 쉬면서 쉬엄쉬엄 말이죠. 

 

 

간월재가 빼꼼 모습을 보여주네요.

영남알프스와 30년 인연이다 보니 간월재 테크가 만들기 이전부터 왔었지요.

언제 와도 참 좋습니다. 이런 깊이 있는 맛에 산행을 하는 것이지요.

 

산정에는 이미 가을색이 완연합니다.

영남알프스 시그니처 억새풀이 지금부터 볼만합니다.

은빛 억새풀이 바람결 따라 춤추듯 나부끼네요. 억새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흔들려야 더 예쁩니다.

 

산정에서 마시는 막걸리.

두어 잔 마시고 나니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나그네 마음도 가을색에 춤을 춥니다. 

이런 게 쉼이고, 삶의 여유고, 사람 사는 인생이지요.

 

 

간월산으로 올라가는 길

전망데크에서 내려다본 간월재 풍경이 한 폭에 가을 그림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낮은 동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광활한 산정의 억새풀 춤사위를 마음속에 담아봅니다.

 

 

이제 간월공룡으로 내려갑니다.

고정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구간이 몇 군데 있어 스릴도 있고 짜릿함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 근력도 예전 같지 않아 더욱 조심스럽게 하산합니다.

밧줄 없는 어중간한 바윗길은 바위에 몸을 붙이고 네발로 천천히 발디딤을 조심해서 내려갑니다. 

 

조망터에 올라서니 간월재와 임도길이 선명하게 보이네요.

가을이 익어가면 단풍색이 곁들여져 더 장관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달 만에 만나는 판희팀장과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퇴직 후 더 안정되고 하고 싶은 은퇴 후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오늘 산행을 함께한 판희팀장과 유수, 정훈이..

2002년 두메산골 산악회를 처음 만들고 화왕산 산행을 시작으로 22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네요.

 

그동안 많은 분들과 산에 오르고 주옥같은 추억을 남겼는데 이제는 하나 둘 떠나고 몇 명 남지가 않았네요.

하이야 저도 이제 퇴직이 2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몇 명 남지 않았지만 퇴직할 때까지 산행은 계속해야죠.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가 캠핑장으로 이동합니다.

작정천 별빛 야영장은 울주군에서 하는 캠핑장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오랜만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냅니다.

캠핑은 잘 먹고,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잘 쉬는 것입니다.

오늘밤엔 야영장 이름처럼 밤하늘 별빛을 볼 수 있음 더 나위 없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