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산) 햇살 좋은 가을날 산행
날짜 : 2014.10.24(목)
햇살 좋은 가을날
하늘은 파랗고 마음도 그 빛을 닮아 가슬가슬한 날 오랜만에 경주 남산을 찾았습니다.
10월 말로 접어들지만 아직 잎사귀들은 가을 손길이 닿기 전이라 푸르름에 싱그럽기만 하네요.
올해 가을빛은 유난히 더웠던 여름 때문에 예년보다 다소 늦게 온다고 합니다.
남산은 2013년 여름에 다녀왔으니까 11년 만에 다시 찾았네요.
남산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완만하면서도 문화재가 많은 금오봉과 거친 암릉구간이 있는 고위봉이 있습니다.
오늘 산행 컨셉은 느림입니다. 느긋하게 문화재도 보고 쉬엄쉬엄 걸으려고 합니다.
초입에 있는 삼릉 소나무 숲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도 멋있지만 뒤틀리듯 구불구불하면서도 하늘로 향하는 소나무들에 더 눈길이 가네요.
마치 어디로 휘어질지 모르는 우리 인생길처럼길 처럼 말이죠.
상선암으로 올라가는 길은 신라 천년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남산 전체가 야외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불상과 탑 등 수많은 불교 유적이 발굴된 곳입니다.
경주 남산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666호인 이 여래좌상은 일제강점기 때 처음 발견되었을 때 당시에 이미 불상이 크게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차원에서 유학자들이 불상을 끌어낸 후 목을 치는 일이 다반사 했는데 이 불상 역시 그때 변을 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그 이후 몇 차례 복원을 거쳐 200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주능선 바둑바위에 올랐습니다.
발아래 형상강이 서라벌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네요.
여기가 천년 신라의 서라벌 영토였다고 생각하니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정상가는 길에는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성을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자연석 바위벽에 새겨진 불상으로 머리에서 어깨까지는 입체적으로 깊게 조각하였고, 몸체로 내려오면서 선각으로 조각하였네요.
2013년 때는 균열과 낙석으로 보수 중이라 가까이서 친견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올라오는 길 이정표를 놓쳤네요.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나마 건강한 마애석가여래를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금오봉 정상..
넓은 분지에 있어 쉬어가기 좋은 곳이지만 조망이 없어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 주는 정상입니다.
인증샷만 남기고 곧바로 용장골로 하산합니다.
용장사곡 삼층석탑
제가 남산에 있는 셀 수 없는 문화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석탑입니다.
무엇보다 소박하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산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확 트입니다.
이곳에 서면 남산 주변 능선을 아우르는 풍광이 일품입니다.
삼층석탑에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오면 ‘머리 없는 부처님’이 있습니다.
원반 모양의 둥그런 돌받침 3개 위에 머리없는 돌부처의 모습은 단정하고 흔들림이 없네요.
물론 복원을 하면 보기에는 좋지만 어설프게 모양 갖추듯이 하는 것보다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설잠교를 지나 계곡을 20여분 걸어서 내려오면 용장마을에 닿고 산행은 끝납니다.
이제 삼릉주차장까지 도보로 20여분을 걸어가야 하는데, 때마침 시간 맞추어 오는 버스 덕분에 편안하게 삼릉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경주에 왔으니까 맛집을 찾아봅니다.
오늘 함께 산행한 동료 추천으로 한우물회로 유명한 함양집에 왔습니다.
메인 시원한 물회도 맛나지만 함께 나온 묵사발이 담백하고 참 고소하고 맛이 있더군요.
다음 11월 산행은 숲이 붉게 곱게 물든 가을빛 단풍산행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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