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덕유산)설국으로 가는 계단
날짜 : 2024.1.23(화)
겨울산행은 춥고 힘들지만
눈꽃을 볼 수 있는 설레임 있어 좋습니다.
눈이 오면 아이들이나 강아지들만 신나는 것이 아니라
겨울 눈 산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산객들 모두 신이 납니다.
무등산에 가자는 직원 권유로 오랜만에 산악회에 몸을 실어봅니다.
수온주가 곤두박질 쳐서 꽤 쌀쌀한 아침이지만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합니다.
산행예정지인 무등산이 전날 내린 폭설로 입산통제가 되어 덕유산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덕유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 좋치만 특히 겨울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이지요.
그러고 보니 필자도 덕유산은 겨울에 가장 많은 산행을 한 것 같네요.
오늘 산행은 황점을 출발하여 삿갓재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 간단한 코스입니다.
다소 수월한 코스이고 시간이 넉넉하여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올라가 볼 생각입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하얀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 순백의 길이 이어집니다.
바위에 누군가 쌓아 올린 돌탑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이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게 하네요.
자~ 이제부터 즐길 준비는 되셨나요?
삿갓재대피소 0.5km 이정표가 마치 설국을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보이네요.
정말 앙상하게 여윈 빈 가지마다 하얀 눈이 쌓여 나무가 풍성해 보입니다.
"새하얀 눈꽃이 피었어요"
오늘 함께 산행하는 분들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고도를 높여 올라갈수록 큼지막한 눈꽃송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산객의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삿갓재대피소 0.1km를 남겨놓은 지점부터는 설국입니다.
눈을 어디를 두어야 할지 보는 것마다 비경이라 행복한 고민입니다.
한동안 정신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매서운 눈발이 날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네요.
삿갓샘부터는 능선까지 나무계단이 이어지는데 마치 설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집니다.
어느 사진작가가 이보다 매혹적인 뒷모습을 찍을 수 있을까요?
거대한 자연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필자의 모습이 이토록 간지날줄이야...ㅋㅋ
주능선에 자리 잡은 삿갓재대피소에 올랐습니다.
좌측 삿갓봉으로 가는 길, 우측 무룡산으로 가는 길도 다 열려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좋아하는 중봉평전을 거쳐 향적봉까지 거침없이 걷고 싶네요.
대피소 앞 데크에서 흰 눈으로 위장한 삿갓봉을 바라봅니다.
설경의 화려함은 극에 달하고 우리가 사는 아랫세상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야~ 정말 멋지죠. 이 광경을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 형용사가 부족하네요.
대피소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더군요.
이 고산에 화장실 또한 깔끔하면서도 난방시설이 잘되어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산길..
산호초처럼 생긴 수많은 나뭇가지들...
아직은 눈꽃이지만 이런 모습으로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고 아침서리가 내려 얼어붙으면 상고대가 되지요.
내려가면서 자꾸 고개를 뒤돌아보네요.
눈에 넣고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도 부족함이 없는 자연이 준 축복을 많이 받고 갑니다.
겨울산은 참으로 고요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 물소리와 가끔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조릿대가 서로 부딪히는 바람소리만이 적막함을 깨우네요.
황점마을에 도착즈음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네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덕유산 산기운을 느껴봅니다.
오늘 초행인 저를 반가이 맞아주시고
산행 가이드 해주신 한백 산악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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