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후기

(덕유산)소복히 눈쌓인 안성계곡

by 인생은저니처럼 2024. 1. 12.

 

제목 : (덕유산) 소복이 눈 쌓인 안성계곡

날짜 : 2024.1.10(수)

 

새해 첫 산행..

첫 산행이라서 눈 산행을 하고 싶었다.

기상청 주간날씨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덕유산 산행공지를 하고 산행을 기다렸다.

 

전날저녁 많은 눈으로 인해 밤 10시경 대설주의보 발효에 따라

탐방로가 통제되었다는 소식에 노심초사 내일아침 해제되기를 바랐는데

그 바램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침 8시부터 해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곧바로 덕유산으로 출발한다.

 

 


진주에서 대진고속로를 타고 산청 ~함양을 지나도 산자락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

어 왜 눈이 안 보이지?

조바심을 가졌는데 함양을 지나 장계로 넘어가는 육십령 터널을 지나자 드디어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터널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자연이 참 묘하다.

 

 

안성계곡 탐방소 입구 도착.

오랜만에 스패츠 아이젠을 착용하고 겨울 덕유산 품으로 들어간다.

이곳 안성탐방로는 중봉을 거쳐 향적봉 당일 산행이 가능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이다.

 

 

눈 덮인 임도길이 부드럽다.

황량하게 보였던 겨울 산도 이렇게 눈이 내려온

늘 임도길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오늘은 사뿐사뿐 가볍게 오른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

동엽령 3km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올라갈수록 눈은 더 깊이를 더하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 모두 감탄을 절로 나오게 한다.

 

 

황량했던 겨울산이 모처럼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눈꽃이 빚어낸 은빛 비단을 두른 겨울산은 색다른 낭만이 있다.

한동안 눈 갈증에 메말랐던 산객의 마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주능선에 올랐다.

동엽령은 종주를 하면서 참 많이도 거쳐갔던 곳으로...

첫 덕유종주가 2022년쯤이었을까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나무데크도 군데군데 삭아서 부서진 것을 보니 나만 나이가 먹은 것이 아닌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하산길에는 미처 눈에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뿐인데 처음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하산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겨우살이가 탐스러운 솜사탕처럼 뭉쳐있는 것이 보이고 나뭇가지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눈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자욱한 안개로 시야가 많이 가려졌지만 흐린 날의 모습도 신비롭기만 하다.

퇴직 후 여건만 된다면 겨울이면 눈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은 참으로 고요하다.

얼음아래로 흘려내리는 계곡 물소리만 잔잔히 들릴뿐 새소리조차 듣기 힘들다.

 

 

산길에는 마른 잎이 떨어지기도 전에 눈이 내렸는지 연 노란 마른 잎에 흰 눈이 내려앉은 모습이 보인다.

산죽도, 소나무도 모두 하얀 눈을 고스란히 얹어놓고 있다.

 

 

산행초입이었던 이정표에 도착..

눈 쌓인 가지를 입안에 넣어보니 마치 눈꽃사탕을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작은 꼬마눈사람을 이정표 위에 만들어놓고 임도길을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했던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늦게 출발하다 보니 산행시간에 쫓겨 중봉에 못 간 것이 아쉽지만 겨울산은 여유 있게 하산하는 것이 맞다.

 

겨울이 점점 깊어간다.

올 겨울 가기 전에 심설산행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런 시간이 주어질는지..

이제 다시 먼 길 되짚어 부산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