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병산) 충북 알프스의 시작
날짜 : 2023.4.1(토)
구병산은 속리산 명성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을 조금 탄다는 산꾼들에게는 속리산 못지않게 즐겨 찾는 산이다.
보은군에서는 속리산 천왕봉과 구병산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덩치가 조금 더 큰 속리산은 아버지 산이고 그리고 구병산은 어머니 산이라고 불린다.
전날 오후 보온에 도착..
보온재래시장을 구경하고 미리 검색해 둔 뱃들 사우나찜질방에서 1박 하고 느긋하게 오늘 산행지인 구병산으로 향한다.
구병산 가는 길은 그야말로 봄꽃들로 온 세상이 환하다.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 사이로 맑고 온유한 아침 햇살이 투명하게 쏟아져 내린다.
오늘 산행은 구병리 마을을 초입으로 구병산을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는 코스다.
구병리 마을은 전체 가구수가 20여 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으면서 잘 정돈된 산골 느낌이다.
구병리 코스는 간단하다.
1코스는 급경사 오름이 많고, 2코스는 그에 비해 조금 완만한 산길이라 1코스로 올라 2코스로 하산하는 쪽으로 산길을 잡았다.
산길은 큰 특징 없고 꾸준하게 능선에 닿을 때까지는 오름길이 계속 이어진다.
초여름 날씨에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서야 겨우 능선에 올랐다.
능선에서 정상가는 길에는 풍혈이 있는데
이곳 구병산 풍혈은 여름에는 냉풍이,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온다고 하는데
직접 바람 나오는 곳에 손을 대어보니 바람이 나오질 않는다.
바람도 시간이 되어야 나오는 건지... 아님 바람이 모두 소진이 되었는지....ㅋㅋ
여기가 구병산 정상...
구병산 정상석보다 더 유명한 구병산 시그니처라 불리는 고사목..
정상 앞 벼랑 끝에 의연하게 서 있는 고사목
마치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하고 산호초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느 분재가도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자태에 매료가 된다.
정상 바로 아래...
소나무 그늘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조금 전 정상에서 젊은 친구들이 준 삶은 계란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ㅋㅋ
잠시 눈을 감고 배낭을 배개삼아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꿀맛 같은 휴식을 즐겨본다.
정상바로 옆에 백운대라는 봉우리가 있어 올라가 보았다.
돌무덤 빼고는 크게 볼거리가 없었고 하산하는 구간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얇은 밧줄 하나 달랑 매달려 있는데
산을 쫌 탄다는 필자도 내려오면서 밧줄이 너무 얇아서 가슴을 쫄깃쫄깃하며 겨우 내려왔다.
이 구간은 안전시설을 보강하던지 아님 아예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정표 삼거리 도착..
여기에서 853봉~신선대를 갈려면 직진을 해야 되는데... 아쉽게도 신선대에서 구병리마을로 하산하는 산길이 없어 구병리로 하산을 한다.
산행이 반쪽이 된 느낌이다.
오히려 충북 알프스라 불리는 구간이 신선대 쪽인데 여기서 하산이라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2코스 하산길은 아주 유순하다.
돌길보다는 흙길이 많아 걷기도 편하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발목, 무릎 피로도 덜할 것 같다.
여기서 마을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1 시간면 하산이 끝날 것 같다.
마음속에 있던 생각들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마을이 보인다.
오늘산행코스가 너무 짧아 구병산을 전체 느끼지 못했다. 구병산을 제대로 보려면 구병산 관광지가 있는 적암리 쪽으로 올라서야 했는데 사전 정보 부족으로 뜻하지 않게 최단거리 산행이 되어 버렸다.
뜻하지 않게 오후 시간이 남게 되어
오랜만에 법주사로 가서 산사기행을 하며 옛 추억에 잠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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