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환상적인 설경산행
날짜 : 2022.2.21(월)
2022년 겨울..
올 겨울은 눈산행도 못하고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주말 일찌감치 직장 산악회 회원들과 캠핑을 갈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뜻하지 않게 복가이버가 코로나 확정판정을 받아 이탈하는 바람에 집에서 쉴까 생각했었는데 뉴스에 제주에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급 계획을 변경하여 제주행 항공권과 게스트 하우스 예약을 후다닥 끝마쳤다.
떠난다는것은 언제나 좋다.
더욱이 가는곳이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더욱 더 그렇겠지..
지난 여름 제주 환상종주 라이딩 이후 반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
한시간정도면 갈수 있는 곳이지만 제주도 가는 마음은 언제나 멀리 떠나는것 처럼 설레인다.
이번 산행코스는 영실~어리목
어제까지 폭설로 출입이 통제되어 발을 동동 굴렀는데 아침 5시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정상개방이라는 글이 얼마마 반갑던지...
아침 8시쯤 택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를 출발 영실매표소에 도착.
영실휴게소까지 2.4km 포장길을 걸어야 하는데 설국에 온것을 미리 환영하듯이 눈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곳은 영실 휴게소로 실질적인 산행초입이다.
참고로 영실코스는 윗세오름까지 화장실이 없어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것이 좋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한라산 능선에는 하얀눈으로 덮혀 있다.
영실깔딱 고개를 올라서자 조망이 열리고 흰눈으로 위장한 병풍바위가 위용을 드러내다.
캬~~ 이 광경을 어떤말로 표현을 해야할지... 입이 딱 벌어진다.
보면 볼수록 자연의 대 장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순간에 내가 이곳에 서 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동이 밀려온다.
오늘 산행에 함께한 유리와 호철..
대 자연에 감사하고 숙연해지는것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스패츠 윗쪽인 무릎아래까지 쑥 들어간다.
겨울내 내린눈에 그 위에 며칠동안 폭설이 내리다 보니 적설량이 엄청난것을 알수 있다.
등로를 조금 벗어나면 아마 눈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할것 같다.
산 모통이를 돌아서면 이렇게 또 웅장한 풍광을 내어놓는다.
한동안 정신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매서운 눈발이 날려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어느 화가가 이보다 아름다운 그림이 그릴수 있을까?
어느 사진작가가 이보다 매혹적인 뒷 모습(?)을 찍을수 있을까?
거대한 자연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이토록 멋찔줄이야...ㅋㅋ
산호초처럼 생긴 수많은 나뭇가지들...
아직은 눈꽃이지만 이런 모습으로 몇날 며칠 밤을 세우고 아침서리가 내려 얼어 붙어면 상고대가 된다.
한입훔쳐 입에 넣어보니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처럼 입안에 쏙 밀려들어온다.
목 마를때 딱~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만큼 아주 깔끔하고 입안이 개운하다.
선작지왓 고산평원에 도착
설경의 화려함은 극에 달하고 전혀 다른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겨울왕국 엘사가 나타나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만큼 순백의 세상이다.
등로 안전을 위해 설치 해놓은 오렌지색 로프가 아예 눈속에 묻혔있다.
최소 1m~1.5m이상 눈이 쌓였는것 같다.
좋아 좋아~~기쁨에 내심 환호성을 지르며 누구보다 마음껏 이 순간을 즐겨본다.
마음으로 담는것 보다 몸으로 체험을 해본다.
눈위에 엎어지고 넘어지고~~ 이 순간은 어느 누구 부러울것 없는 내 세상이다.
해발 1700m 윗세오름
주말이 아닌데도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코로나로 답답했던 일상을 벗어나 올 해 마지막 눈 산행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비자나무에 하얀눈이 내려 풍성함을 더한다.
한라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 좋치만 특히 겨울옷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한라산 산행은 겨울에 제일 많이 온것 같다.
새하얀 눈으로 덮힌 설원
영실이 거칠었던 그림이였다면 어리목은 아주 편안함을 주는 그림이다.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설원이 따뜻한 감성에 빠지게 한다.
하산길 또 하나의 즐거움
바로 비료포대 눈 설매 타는 기분은 두말할 필요없다.
등산객이 없는 구간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엄청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하산길..
앞서가는 등산객들의 환성이 들려 하늘을 올려보니
아고 세상에나 이뿌다~~~
하늘을 반쯤 가리운 나뭇가지에 하얀색 네일을 꼼꼼하게 칠한듯한 자연의 작품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리목 도착..
4시간30분 남짓 산행을 모두 마쳤다.
산행 후 이렇게 묵직하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남긴 산행이 참 오랜만이다.
아마도 올해 눈꽃 산행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오는 봄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오늘은 왠지 가는 겨울이 아쉽기만 느껴진다.
한라산 영실~어리목 눈꽃 산행
아주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아름답고 멋찐 산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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