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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재)춘설 내린 합천의 소금강
- 일 자 : 2015년 3월 1일(일욜)
- 날 씨 : 흐림(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주차장~돛대바위~정상~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지
(총산행시간 4시간3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부산출발(09:10)~바람흔적미술관(10:40)~산행시작(11:10)~돛대바위(12:10)~정상(12:50)
춘설....
봄이 콧등에 닿을 만큼 지척에 왔는데 첫눈이다.
그렇치 않아도 올 겨울 가뭄에 제대로 설경을 보지 못해 눈 갈증이 심했는데 벌써 몸은 이미 산정에 가 있고 마음은 아이처럼들처럼 설렌다.
내일은 산행이 예정되어 있는 날
그동안 다녀온 산 중에서 아름다운 산을 골라 자연사랑 친구들한테 소개해줄 욕심으로 이번 산행은 내가 공지했다.
모산재는 흔히 합천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그만큼 금강산 못지않은 산세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명산이다.
산악회를 이용할때 처럼 북부산요금소 인근에 주차를 하고 친구들과 합류했다.
차량이 진영터널을 넘어 창원으로 들어서자 창밖으로 온통 백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부산에서는 만나기 힘든 눈부신 설경에 낯선 세상으로 들어선 듯 가슴이 콩콩 뛴다.
가회에서 모산재로 가는 길섶에 자리잡은 바람흔적 미술관에 잠시 들렸다.
몇년사이 조용하고 한적했던 미술관이 많이 변했다.
미술관 뒤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에는 글램핑장이 들어서 있고,
바람이 남기고 간 시간의 '흔적'으로 보여지던 녹슨 바랑개비들도 짙은 화장을 해고 새단장을 하였다.
한적한 영암사지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아이젠이랑 스패츠 등 겨울산행준비를 하고 계곡 옆 초입을 오른다.
모산재는 계절상 주로 봄에 인근 황매산 철쭉과 연계해서 등반을 많이 한다.
이곳 들머리에서 국사당이 있는 날머리까지는 3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그렇치만 오늘은 적설량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힘들어 4시간정도는 잡아야 할 듯 싶다.
쉬엄 쉬엄..... 몇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모산재의 춘설을 마음에 가득 담고 싶다.
들머리만 지나면 곧바로 바윗길이다.
눈이 내린 암릉은 첫번째도 안전이고 두번째로 안전이다.
눈은 즐겁지만 항상 두발은 긴장을 하면서 바위의 맨살을 단단히 밟고 올라가야 한다.
길을 안내해야하는 내가 선두에 서고
영화는 용수가, 성옥이는 호섭이가 맨투맨으로 따라 붙고, 후미 원석이는 늘 그렇듯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며 올라간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숲 사이로 저만치 황포돛대바위가 시선 끝에 어른어른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모산재는 초입부터 줄곧 바위길이다.
크기도 여러가지, 생김새도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열병을 하듯 줄서 있다.
여느산 같으면 대접을 받고도 남을 귀한 바위가 이곳에서는 지천에 늘려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어느 건축가가 이렇게 엄청난 성벽을 생각했을까?
어느 미술가가 파란색 물감을 하늘에 바르고 성벽에 회색 물감을 풀어놓았을까?
사진을 좋아하는 원석이 한테 오늘 조은 선물이 될것이다
돛대바위 아래에서 건너다 본 능선이 마치 병풍처럼 주위 풍광을 두르고 있다.
발 아래로는...
대기저수지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층층히 산 허리를 파고 든 다랭이논이 산골마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
산행 전날 저녁 영화한테 전화가 왔다
밴드 산행공지를 보니 산이 너무 험하고 내일 눈까지 내린다는데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다 함께가면 괜찮다고 조금 다독거려주었다.
근데.... 이 세사람 아까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호섭 : 너거들 쫌 개안나?
성옥 : 아니 쫌 전에 미끄러지삣다. 무릎 아파 죽겄다
영화 : 글체.. 내가 어제 저녁에 전화할때는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근용이 한테 속낀거 아이가
호섭 : 그래도 우짤끼고... 여기서 내려갈 수도 없고, 지금은 점마 밖에 믿을 수 없다. 쫌만 더 올라가 보자.
멀리서 들리지는 않치만 안들어도 알듯한 대화 내용이다....ㅋㅋ
오늘 산행의 맥미....
돛대바위에 오르기 위해 수직사다리 앞에 섰다.
127계단...
공포의 수직계단 족히 30m는 넘게 보인다.
몇 년전만 해도 철계단이였던 것을 우회하는 데크를 만들어 조금 경사를 적게 두었다.
그렇치만... 위에서 밑을 보면 아찔하다.
가슴 졸이며 사다리를 올라서면 드디어 초입에서 보았던 거대한 삼각형 바위에 닿는다
암릉 꼭지점에 위태롭게 붙어 있는 이 바위는 배의 돛과 흡사해 황포돛대바위로 불린다.
여름철 바위 그늘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협곡에서 부는 바람에 오수를 즐기면 신선이 따라 없다
이 바위 오른쪽에 서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저수지와 민가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누군가 그랬다.
조물주는 아름다운 석조물을 만들었을뿐이지 그것을 바라보고 이름을 붙이는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오늘 그 말에 딱 어울리는 바위를 발견했다
마치... 날아가는 새의 모양새...
평범한 바위지만 눈이 마스카라를 그리고, 날개를 붙여주니 정말 한 마리의 독수리 같다
오늘 같이 산행한 친구 모두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본다.
모산재(767m) 정상
지난 2003년 봄과 여름에, 그리고 2011오른 이후 약 4년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반대편 암릉
조금전까지 머물렸던 돛대바위와 철계단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거칠고 무표정한 회색의 바위에 춘설이 내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하얀 바위왕국으로 변했다.
이곳 모산재는 타원형의 원점회귀 산행이라..
하산할때 조금전 올랐던 반대편 바위 능선을 한눈에 볼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오늘 산행을 같이한 성옥이, 호섭이, 영화, 용수 그리고 원석이와 함께 추억의 한컷을 남겨본다
하산시작(13:40)~순결바위(14:30)~국사당(15:05)~주차장(15:40)~영상테마파크(16:30)~부산도착(18:40)
하산길...
오른쪽은 단애를 이룬 천 길 낭떠러지이고 왼쪽은 평평한 넓은 암릉길이다.
울퉁불퉁 잘 발달된 남성 근육처럼 멋드러진 바위를 따라 내려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렇치만 곳곳에 아직 잔설이 있어 한발 한발 집중해서 내려선다
순결바위에 닿기 전..
마치 두세권의 책을 반듯하게 세워놓은 듯한 바위에 틈새가 있어 들어가 본다.
사람 한명이 서 있을 정도의 작은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자 오금이 저려와 몸이 마비될 정도로 아찔하다.
다시 암릉을 걸어가면 암릉 끝 부분에 순결바위가 있다.
바윗덩이가 묘하게 갈라진 바위인데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양쪽으로 갈라진 바위 틈에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용수가 우리 친구들을 대표해서 실제 들어가 본다.
역시 순수남답게 바위가 꼼짝않고 그대로 있다. 지금껏 깨끗하고 바르게 삶을 살아왔는가 보다.
하산길... 국사당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른쪽에 어린 아이 머리만 한 돌들을 쌓아 만든 석축 구조물이 있다. 돌을 둥글게 쌓아 올려 지붕을 만든 모양이 흡사 알래스카 얼음집 같다.
이곳 국사당은 태조 이성계가 등극을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는 일화가 내려오는 곳으로 국사당 앞 소나무의 기개가 하늘을 찌를듯 뻗어있다.
인근 같은 소나무 종류인데도
수피에 새겨진 무늬가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지 만져보니 딱딱한것이 정말 거북이 등껍질처럼 느껴진다
황토가 깔린 숲길을 잠시 내려서면 간이매점이 나온다.
여기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영암사지로 내려선다.
영암사를 돌아 나오면 넓은 터를 만나는데....
여기가 옛 영암사지가 있었던 자리다.
너른터와 유물... 헌걸차게 솟아오른 산세를 보아 당시 유서깊은 대찰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잠시 후 오전에 출발했던 들머리에 닿는다.
황매산기적길에서 바윗기를 듬뿍 받아서인지 아니면 춘설로 인해 눈이 즐거워서 인지
몸속에는 어느새 도심의 지친 잿빛정서가 파릇파릇한 자연의 푸르름으로 바뀌어져 있다.
여기서 멀지 않은 용주면에 영상테마파크가 있다.
각시탈, 에덴의 동쪽, 경성스캔들, 태극기휘날리며 등 많은 영화 드라마가 촬영한 곳이다. 주로 60년대~80년대 시대를 배경으로 세트장이 많이 구성되어 있다. 세트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오래전 어릴적 추억을 되새겼다. 이제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부산으로 되돌아 가는 길 언제나 그렇듯이 운전한다꼬 원석이가 늘 고생이다.
합천을 출발... 해가 길어졌다 해도 의령에 가까워지자 어둠이 찾아온다. 오늘 하루도 저물어가고 내 마음도 서쪽으로 기운다. 어느듯 사방엔 싸늘한 저녁빛이 어리고 줄줄이 이어진 차량에는 아직 추운 밤공기들이 전조등 불빛에 몸을 떨고 있다. 3월의 첫날... 춘설이 내린 모산재 추억을 갈무리 하며 이제는 봄 산행준비를 해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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