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산)봄은 아직 멀기만 한데...
- 일 자 : 2015년 2월 7일(토욜)
-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은하사~흔들바위~주능선~정상~영구암~은하사
(총산행시간 2시간4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은하사주차장(10:20)~천진암갈림길(10:40)~흔들바위(11:10)~출렁다리(11:50)~정상(12:00)
아직 날이 차다.
이른 오전이라 가느다란 겨울 햇살이 겨우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아빠 오늘도 신어산에 가?
모처럼 등산배낭을 꺼내고 있는데.. 거실에서 작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어산... 나의 모산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엄홍길대장에게 도봉산이 있었듯이, 나에게도 언제나 신어산이 곁에 있었다.
군제대 후 김해에 삶의 터전을 잡고, 힘들고 어려운일이 있을때마다 산을 오르면서 답을 찾곤했다.
오늘은 자연사랑에서 신어산 산행을 한다기에 김해에 있는 내가 산행가이드를 맡았다.
산행 후 무진이한테 들리고 삼랑진까지 가야하기에... 흔들바위쪽으로 올라 영구암으로 내려오는 아주 짧은 코스를 택했다
혹자는 이렇게 묻는다.
매번 같은 산을 오르면 지겹지 않은지?
그렇치만 같은 산이라도 언제 누구와... 혹은 어떤 기분으로 오르느냐에 따라 느낌은 전혀 다르다.
산꾼들이 같은 산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오르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천진암 갈림길을 지나 흔들바위 초입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골짜기 바람에 저절로 어깨를 움츠린 채 여릿여릿 내리는 햇살을 이고 천천히 고도를 높혀간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왼편어깨 너머로 동림사가 조망된다.
흔들바위...
생김새가 비슷한 바위가 양쪽으로 올려져 있다 해서 형제 흔들바위라 불린다.
이곳에 서면 발아래 풍경이 일품인데....
잿빛 하늘 아래 엷은 깨스가 산전체를 감싸고 있어 오늘은 별로다.
왼쪽으로 눈길을 옮기면 멀리 병풍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은하사 뜰에서 대웅전 전각을 DSLR 화각에 살짝 넣어보며 꽤 멋진 구도를 잡을 수 있다.
바윗길은 주능선까지 계속 이어진다.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그리 험준한 암장이 아니라서 바위를 넘고, 타고 올라가면 된다.
여학생들이 왔더라면 꽤 재미있었을텐데.....ㅋㅋ
벼랑 끝터머리에 아슬아슬 제비집 처럼 자리잡은 천진암이 어느새 발아래 놓인다.
늘 후미에서 친구들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원석이..
그래서 밴드에 올라오는 사진속에는 진작 본인의 얼굴은 별로 없다.
사실 산행을 하면서 무거운 DSLR을 들고 산을 오르다는 것이 쉽지 않다.
바윗길에는 여기저기 부딪치기가 일쑤고, 특히 여름에는 목에 땀띠가 날 정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친구들을 위해 땀 흘리는 원석이 한테 고마움의 큰 박수를 보낸다.
암봉지대를 벗어나면 곧 능선에 닿는다.
간간이 얼굴을 내밀던 햇살은 구름에 가려지고 북쪽 장척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싸늘한 추위가 느껴진다.
걷기좋은 능선길을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 영구암 갈림길을 지나면, 팔각정 너머로 정상이 보인다.
이곳 신어산은..
먼 옛날 김해평야가 온통 바다였을 때 고기모양으로 떠있어 신어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용수가 준비해온 막걸리 한잔 걸치고... 원석이, 용수, 상연이 이렇게 네명이서 인증샷을 남겼다.
하산시작(12:10)~갈림길(12:20)~영구암(12:30)~은하사주차장(12:50)~신어추모공원(13:40)~삼랑진 온정횟집(14:40)
하산은... 영구암쪽으로 내려선다.
은하사로 내려가는 가장 빠른길로 30여분 정도면 주차장에 닿을수 있다.
오후 1시 조금 못미친 시각에 산행을 마무리 하고...
주차장에서 수택이와 합류하여 무진이가 있는 묵방 김해신어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김해시 상동면 묵방리 931-1번지)
죽음이 나쁜것은 미래를 바꿔놓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를 기억과 함께 외로이 남겨놓기 때문이다.
무진아... 너무도 일찍 우리곁을 떠났구나
어쩔수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만..
어찌이리 급하게 떠날 수 있단 말이냐
그래... 그쪽 세상은 쫌 어떻노?
니가 그토록 걱정하던 노동자들,가진게 없는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가?
아무쪼록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
이 세상에 니가 밝혀놓은 촛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용수가 쉽게 발길을 떼지못하고...
오랫동안 무진이를 바라보는 모습이 창 너머 보인다.
삼랑진에서 울산팀 경희와 영혜가 합류...
수택이가 추천하는 온정횟집에서 향어회와 매운탕을 먹고 난 뒤 삼랑진 콰이어 다리에서 추억의 한장을 남겼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 무표정한 겨울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입가에 작은행복이 피어오른다.
코흘리개 친구들을..
오십이 가까운 적지않은 나이에 다시 만났다.
만남은 예기치 못했을 때 더욱 반갑다더니 지난주 상칠이가 정말 그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
흔히 볼수있는 세잎클로버의 작은소중함이 바로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작은 행복이 하나, 둘 모이면 훗날 네잎클러버 보다 더 값진 보석이 될것이다.
오늘 함께한 친구들아...
만나서 반가웠고 담 산행때 또 보재이....^^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산재)춘설 내린 합천의 소금강 (0) | 2015.03.02 |
---|---|
(가지산)나를 찾는 수행의 길 (0) | 2015.02.23 |
2015년 첫 산행... 가지산 입석대 (0) | 2015.01.18 |
(달음산)35년만의 초교 동창들과의 만남 (0) | 2014.06.17 |
작지만 걸출한 암봉이 있는 곳.... 거제 산방산 (0) | 2014.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