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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가지산)나를 찾는 수행의 길

by 인생은저니처럼 2015. 2. 23.

 

 

 

(가지산)나를 찾는 수행의 길... 가지산산행기

 

- 일 자 : 2015년 2월 22일(일욜)
- 날 씨 : 흐림 짙은 안개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석남터널~중봉~정상~중봉~석남터널
(총산행시간 4시간0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부산출발(09:10)~서울산요금소(10:00)~산행시작(10:30)~중봉(12:00)~정상(12:40)

 

 

 

 

"부산에 비오면 가지산엔 눈 온다"는 산꾼들 속설이있다.

그만큼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맏형답게 산높이만큼이나 날씨가 차다

눈 구경을 쉽게 할 수 없는 부산근교 산꾼들에게

지리산이나 덕유산에 굳이 가지않더라도 그나마 상고대를 볼수 있는 산이 바로 가지산인 셈이다. 

 

설연휴 끝머리가 보이는 주말...

토욜 백두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쯤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에 혹시 가지산에 가면 눈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일욜까지 산행을 연장 계획하게 되었다.

 

석남사에서 석남고개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국도를 몇구비 돌고 돌아 올라서자 

터널은 마치 끓고 있는 보리차 주전자 주둥이에서 나온 수증기가 짙게 깔려있어 뿌옇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원석이, 용수 이렇게 셋이서 산행을 나섰다.

 

 

 

 

 

 

이코스는 가지산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길이다.

가지산이 1,241m이지만 터널높이가 700m정도라서 금정산 정도 높이라고 생각하고 오르면 된다.

 

늘.... 그렇치만 초입은 가파르다.

두 친구를 먼저 보내고... 그동안 사진찍는다고 고생한 원석이를 대신해서 내가 DSLR을 걸쳤다.

 

카메라 뷰에 들어온 산길은 신비롭다.

여느때는 그냥 스쳐갈 나무들도 안개와 구름이 붓을 들자 금새 수묵화가 그려진다.

 

 

 

 

 

초입에서 20여분 된비알을 오르면 능동산과 가지산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입석대쪽이나 쇠점골(호박소)로 내려갈려면 능동산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안개는 더욱 더 짙어져... 이제는 안개등을 켜고 가야할만큼 한치앞도 가늠할 수 없다.

 

 

 

 

 

원석이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지산에 가면 눈구경할 수 있다고 꼬디겨온 이친구를 원망하는것은 아닌지...ㅋㅋㅋ

 

오늘 산행은...

설경도, 경치도, 조망도, 꽃도 모든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마치 "방하착" 의 가르침 처럼...

 

안개의 겨울은 색깔이 사라진 무색세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채세상이다.

산이 색깔을 감추니 화려함과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고요만 남는것이...

정상을 향한 한걸음 한걸음이 나를 찾는 수행의 길처럼 느껴진다.

 

 

 

 

안개비에 머리는 이미 젖었고, 몸에는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되었다.

그렇치만.... 정상에서 느낄 수 성취감은 산 높이에 비례한다는 말처럼 아주 기분이 좋다.

 

차례를 기다려 원석이, 용수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고

북릉쪽에서 불어오는 엄청난 칼바람을 피해 서둘러 대피소로 들어갔다.

 

 

 

 

 

가지산대피소...

아주 오래된 천막 가건물인데 최근 관청에서 대피소를 철거할 방침이다.

어찌보면.... 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지산이 1천200m가 넘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산행때 등산객들에게 휴게소로 이용돼왔고 등산길을 알려주는 안내소 역할도 해오던터라 등산객들의 반발 또한 만만찮다.

 

이곳에서 라면 한그릇에 막걸리 한잔은

그 어떤 고급식당에서도 담을 수 없는 맛이다.

천장을 올려다 보니 이곳을 스쳐 지나간 많은 등산객들이 남긴 글이 뻬곡히 적혀 있다.

 

 

 

 

하산시작(13:10)~중봉(13:30)~석남터널(14:30)~언양(15:00)~부산도착(18:00)

 

 

 

 

원석이...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자연사랑 밴드의 리더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양파같은 녀석이다.

 

 

 

 

용수...

요즘 밴드에서 가장 인기남이다.

친구들한테 매너좋고,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를 높혀주는 괜찮은 녀석이다.

 

 

 

 

 

 


하산길..

한 발자국 다가서면 그저 몇 그루 나무만 보여주고
다시 저만큼 물러나는 막막하고 축축한 잿빛 장막이 계속 이어진다.

 

어느정도 내려왔을까?

이제 서서히 안개가 걷히니 속계로 나가는 길이 열린다.

올라갈때 안개때문에 보지못했던 맞은편 입석대 능선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산길은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온전한 곳이 없다.

마치 지뢰밭을 건너듯이 안전한곳을 밟고 지나와야 한다. 그렇치만 이또 한 수행이라 생각하자..


 

 

 

 

 

4시간 남짓 산행을 마치고...

운문령 고갯길 입구에 있는 가지산 온천에 들렸다

 

시설은 조금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온천수 만큼은 효능이 탁월하다.

특히 겨울산행 후 온천은 그야말로 빼 놓을 수 없는 보약이다.

 

온천욕을 마치고 언양에 온김에 경희를 만났다.

연휴 마지막날이라 집안일로 바쁠텐데도 따뜻한 계란까지 삶아 나온 그녀가 고맙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기울어질때로 기울어진 비스듬한 겨울햇살을 뒤로한채 집을향해 귀로에 오른다.

 

원석아, 용수야

이틀동안 산행한다고 수고많았데이.

담에 또 다른산에서 보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