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태풍이 지나고 난 뒤의 고요함인가?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내고
따뜻한 차 한잔 들고 물끄러미 창밖을 쳐다봅니다.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지난 초가을 시작된 UCC
그 뜨거웠던 100일간의 시간이
보풀보풀 기억의 저편에서 피어납니다.
부족하나마
이번 UCC하면서 간간히 수첩에 적어놓았던
메모를 정리하면서
함께했던 모든분들께 감사의 글을 적어봅니다.
『우리친구들과의 첫 만남』
2013년 UCC 작품 제출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이하여 또 하나의 숙제가 내려왔다.
작년에는 작품(혜원학교) 받아 제출만 하였고,
무대재연도 장애인 친구들이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우선 명호초를 찾았다.
평소에 소방업무에 협조를 잘 해주시는
김미경샘을 뵙고
UCC 관련 공문을 방송반에 전달 부탁했다.
일주일 후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명호초 방송반 학부모인데
UCC 제작에 궁금한점이 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방송반 선생님일 줄 알았다.
우선 인사를 드리고,
소방서 UCC에 대한 설명을 위해 소방서에 뵙기로 했다.
며칠후 오후
학부모님 두분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철환이 어머님, 원빈 어머님)과
똑똑하게 보이는 어린 친구 4∼5명이 함께 왔다.
소회의실에서 UCC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한 후
먼저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던 중...
한 아이가 가을철 등산에 대해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놓는다.
(훗날 이 아이가 다은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순간 머리속에 119구조목이 생각났다.
평소 산을 자주 오르는 터라 119구조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올해 UCC는 119구조목으로 나가는 거야
머리에는 벌써 119구조목을 이용하여 어떻게 하면 UCC를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트를 꺼내 필기를 하고 계시는 어머님들을 보며
무한한 진정성을 느꼈다.
이정도면 좋은 작품이 나올꺼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산예선대회 준비』
주제를 정하고 난 뒤로는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1차 119구조목 촬영, 2차 스튜디어 촬영
3차 소방서 구급차 출동 촬영 후, 편집을 하기로 했다.
먼저 강서구에 있는 산에서 119구조목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곧바로 가덕도 연대봉, 매봉을 올라 구조목을 찾아보았지만
기대했던 구조목은 없었다.
그렇다만 금정이다.
만덕 상학초등학교에서 상계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찾았다.
이 코스가 그나마 제일 119구조목을 쉽게 볼 수 있다.
며칠후..
아이들, 어머님들과 함께 금정산을 다시 찾았다.
UCC 제작 첫 걸음이다.
방송반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을 상대로 인터뷰를 잘한다.
스튜디오 촬영때도 학교 방송실을 방문하였다.
보기보다 진지했다. 하나하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지도를
하는 어머님들이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19신고 및 구급출동까지 모든 촬영을 마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편집이 완료된 UCC가 도착했다.
잘 만들었지만 왠지 2% 부족한 것 같았다.
밋밋한 오프닝과 클로징 장면
그리고 개별장면,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머님들께 편집을 다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양해를 구한 후 그날 저녁 원빈이와 함께 편집에 들어갔다.
새벽 1시가 가까워서야 겨우 편집을 마칠 수 있었다.
어머님들도 야식을 사들고 사무실에 응원을 왔다.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부산시 심사 당일 아침
본부 홍보계로부터 작품의 참신성이 참 좋다는 전화를 받았다.
은근히 기대감이 앞선다.
잘하면 우리친구들에게 시장님 대상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오후 5시쯤
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예상한대로(?) 대상이다. 더불어 전국대회 준비를 잘 해 달란다.
이 기쁨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님들에게 먼저 알렸다.
역시 많이 좋아하셨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어 다행이다.
상장과 상패가 내려오는 날
명호초등학교 방송반으로 나가는 단체상이라 개별 상장이 없었다.
그래서 상장을 스캔하여 기념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상패와 함께 전달하였다.
『이제는 전국대회 연습』
부산1등의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전국대회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만들었던 UCC영상을 무대로 꺼내 연극을 해야하는 것이다.
여기서 세가지 고민을 하였다.
첫째는 지금의 방송반 7명이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전국대회는 10명까지 엔트리를 확대할 수 있는데
끼 있고, 연기 잘하는 학생 3명을 더 추가를 하느냐하는 문제였다.
그렇치만 팀웍을 먼저 생각했다.
처음부터 UCC 제작에 고생한 친구 7명 그대로 가기로 했다.
우리 7명의 친구들이 충분히 10명 몫을 할 수 있을꺼라 믿었다.
그래도 다행히 50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있어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면 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무대소품 이였다.
소품이야 많으면 좋치만
학교에서나 부산시에서 따로 지원해주는 부분이 없어 꼭 필요한 것만 만들기로 했다.
소요경비는 플래카드는 내가 부담하고, 119구조목과 피켓은 어머님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시나리오다.
막상 영상물을 무대로 꺼내려고 하니 아이들이 맡아야 할 역할분담,
장소선정 등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하루동안 꼬박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간단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우선 무대 마지막부분에 들어갈
노래와 율동은 박재민샘이 맡아주기로 해서 큰 짐을 덜었다.
앞으로 이 주일..
무대소품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자 연습에 속도가 붙는다.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대사 한마디 못하던 아이들도
이제 서서히 입이 열리고 표정이 살아난다. 이렇게 일주일 금방 흘렸다.
D-7일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매일 학교에 등교(?)한다.
골든벨 행사 후에도 학교에 남아 계속 연습을 지도하였다.
아이들 실력도 쑥~ 쑥 올라간다.
특히 다은이는 이번 무대에 1인3역을 맡아야 할 것 같다.
(다은이한테 너무 많은 짐을 준 것 같아서 미안)
D-1일
마지막 연습날 학교장님도 격려하여 주시고
무대재연 시간도 7분이내로 들어온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드디어 서울로 출발이다』
올해 전국대회 개최 장소는 서울정부종합청사다.
올라가는 차안에서도 쉴틈이 없다.
가장 소리가 잘 안나오는 합창을 집중적으로 불렀다.
정말 어머님 말처럼
“등산을 하다가” 라는 노랫말이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흥얼거려 진다.
드디어 서울 입성
벌써 강당에는 여러 시·도에서 올라온 친구들로 인해 북적거린다.
리허설도 무사히 끝마쳤다.
이제는 진짜 무대만 남겨놓은 셈이다.
우리 순서는 16개 시·도 중에서 4번째
앞 3개팀 무대재연을 보니 잘 하면 순위 안에 들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살짝 생긴다.
이제 우리 순서다
갑자기 콩닥콩닥 삼장이 펌프질 한다.
마음속 기도를 했다.
우리가 꼭 1등을 해 달라는 것 보다, 우리 친구들 그동안 연습한 것
실수 없이 자기실력을 꼭 발휘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재연을 지켜봤다.
오~~ 역시
하나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무대를 압도했다.
런닝타임 7분1초, 이 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특히 다은이 경상도 사투리는
심사위원과 모든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엄청난 박수
어머님 모두 무대지원에 투입되는 바람에 우리팀원은 객석에 한 사람 남아있지 않았지만 큰 박수 소리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무대 뒤로 곧바로 뛰어갔다.
그리고 아이들 한명, 한명 안아주며, 잘했다고 격려해주었다.
김반장님, 박재민샘, 어머님, 우리 모두 기쁨의 순간을 즐겼다.
이제는 남은 팀들 연기를 보면서 편안하게 기다리면 된다.
경남거창 신원초등학교 외에는 크게 우리보다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학교는 없어 보인다.
드디어 대전을 끝으로 16개 시·도 경연이 끝나고 결과 발표만 남았다.
긴장되는 순간
부산 명호초등학교 3등! 호명이 된다.
1등, 2등을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3등도 대단한 성적이다.
대전이나 서울처럼 무대소품의 덕을 본 것도 아니고,
많은 학생들이 와서 응원전을 펼친 것도 아니여서
더욱 더 우리 아이들의 3등이 빛나 보였다.
올해 진정한 안전뉴스의 대상은 우리가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무대소품을 조금 더 스케일 크고, 화려하게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 길을 다시 되짚어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아직 들떠있다.
무대지원 때문에 우리 아이들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한 어머님들을
위해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우리가 일등이라고 했다.
주제의 부합, 작품의 구성, 시나리오, 무대재연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시해도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밤이 깊어가고 모두 잠든 시간
초가을 “UCC와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간”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UCC는 끝났지만
오랫동안 우리 친구들과 함께한 감동은 남아있을 겁니다.
순현이, 철환이, 원빈이, 원의, 혜민이, 다은이, 나연이
그리고 박재민샘, 언제나 든든한 후원을 해주신 어머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끝으로
이번 UCC 대회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큰 자신감과,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3년 12월 2일
소방홍보주임 정근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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