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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산사.... 운문사 사리암

by 인생은저니처럼 2012. 9. 10.

 

 

 

제목 : 가을비 내래는 산사... 운문사 사리암

 

날짜 : 2012년 9월10일(월욜)

 

 

 

 

지난주 승진시험을 마치고...

 

모처럼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집에서 무의미하게 보내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오래만에 운문사 사리암을 찾기로 했다.

 

 

운문사에는 내원암, 북대암, 청신암, 사리암 등 4개의 암자가 있는데

 

그 중에서 사리암은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불자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운문사가 있어 사리암이 있고, 사리암 때문에 운문사를 찾는이가 더욱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4시 출발...

 

운문령을 넘어 사리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굵은 빗줄기가 텅빈 주차장 바닥위로 거세게 내리고 있다.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매점에서 공양미 한봉지를 사들고 산속 아침공기를 마시며 사리암을 오른다. 

 

 

 

 

 

 

 

 

 

 

포장길이 끝나고.... 드디어 계단이 시작된다.

 

사리암까지 1008계단...

 

한계단 한계단 오를때마다 목덜미에 땀이차고 숨은 거칠어지지만... 선선한공기로 인해 정신은 한결 맑아진다.

 

더욱이... 지난밤 내린 비로 인해 수량많은 계곡은 청량감을 더해준다.

 

 

 

 

 

 

 

 

 

 

 

이곳 사리암 관음전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관음전 창 너머에는 천태각에 나반존자가 모셔져 있다.

 

그래서 사리굴에서 기도를 올리는 불자님이나, 관음전에서 예불을 올리는 스님들도 "나반존자, 나반존자"만 반복한다.

 

 

그윽한 스님들의 불경을 들으며 사리굴에서 108배를 올렸다.

 

108배 후에는 방석을 펴고 아침 예불이 끝날때까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리굴위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관음전에서 들려오는 불경은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예불이 끝나고...

 

장독대너머 운문산 자락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한동안 머물렸다.

 

내가 좋아하는 영남알프스... 

 

언제나 듬직한 운문산, 그리고 억산자락... 비를 머금은 실구름이 산자락 곳곳에 피어오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선경이다.


 

 

 

 

 

 

 

 

사리암을 내려와 운무사 주차장에 도착..

 

아침까지 가을비답지 않게 쏟아지던 세찬 폭우는 걷히고 담쟁이 위로 마른 햇살이 환하게 쏟아지고 있다.

 

 

길가에 처진 나지막한 담장은 사찰의 안과 밖을 운치있게 구분해 준다.

 

너무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삼엄하게 경계짓지도 않는 그 나지막함이 참 보기 좋다.

 

 

 

 

 

 

 

 

 

 

아름다운 운문사...

 

아직 빗기운이 가시지 않은 구름에 간간히 비치는 해살은...

 

경내 뜨락에 온온하게 퍼지고, 그 햇살이 닿는 곳곳에 존재해있던 모든것들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운문사의 만세루는 우리나라 사찰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비단 저 만세루 뿐만 아니라 운문사 경내의 전각들은 모두 넓고 큼직큼직하다.

 

그 연유는 여느 산기슭에 자리잡은 절집과 달리....

 

운문사는 운문계곡을 옆에 두고 나즈막한 평지에 자리를 잡아 이렇게 넓은 터를 가질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대웅보전 뒤편에는 아담한 숲속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러수종의 나무들과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고, 솔향 그윽한 숲 너머로는 수정보다 맑고 밝은 물이 운문계곡을 따라 유유히 흐른다.

 

 

 

 



 

 

 

 

운문사에는 주불전이 두채가 있다.

 

대웅보전은 조선 숙종연간에 중창된 건물이고, 1994년에 새로 신축한 건물이 만세루 앞의 대웅보전이다.

 

절집에는 법당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면 대웅보전이라고 하고,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면 대적광전, 혹은 비로전이라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대웅보전을 신축하면서 옛 대웅보전의 현판을 비로전으로 바꿔 달았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을 마침내 비로전으로 바로 잡은 것이다.

 

현판을 바꾸는 것은 또한 한 절집에 본전이 두개 일수 없기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화재청에서 비로전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서 현판을 함부로 바꿀수 없다고

 

제동을 걸어 다시 비로전 현판을 떼고 대웅보전 현판을 달아 대웅보전이 두개인 사찰이 되었다.  

 

 

지난번 왔을때는 이곳 옛 대웅보전이 대수선중이라

 

법당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웠는데... 오늘은 조용한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선다.  

 

비로자나불 불상 주위 옥색이 도는 푸른빛 단청이 먼 천상의 빛깔인 듯 단아하게 보인다.

 


 

 

 

 

 

 


그 이름에 걸맞게 구름도 쉬어가는 산사... 운문사

 

비구니 사찰이라 그럴까? 이곳 운문사는 참으로 단아한 산사다. 

 

 

경내 둘레는 숲길과 계곡으로 이어져 있고...

 

중간 중간 나무 데크의 길과 이어진 솔바람 일렁이는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치유의 숲길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사의 고적함

 

아듬드리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빛 향기

 

비에 젖어드는 흙의 촉촉한 기운 여기저기 피어난 고운 풀꽃

 

 

한주를 시작하는 월욜 오전... 이곳에 머무는 시간내내 평온한 마음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