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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청량산)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by 인생은저니처럼 2009. 10. 29.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청량산


- 일 자 : 2009년 10월 29일(목욜)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입석~응진전~자소봉~하늘다리~장인봉~두들마을~청량사
  [총산행시간 5시간00분 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출발에 앞서:::::

소리없이 온 가을이 어느새 끝자락에 서있다
10월도 이제 이틀정도 남은 시간.. 지난 봄에 이어 가을여행을 준비한다
이번 여행은 산행과 더불어 산사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봉화 청량산을 계획 잡아보았다
더욱이 지난5월에 전국에서 가장 높고 큰 현수교인 하늘다리가 놓여있어 궁금함이 더욱 더 느껴진다. 






김해출발(0710)~밀양IC(08:40)~영주IC(10:00)~청량산매표소(10:40)


 






경북 봉화...
내륙의 중앙에 있어 험준한 산들에 의해 겹겹히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구름도 울고 못 넘어 간다는 지역이다.
그렇치만... 그곳에 산사 가을음악회로 유명한 청량사가 있다

여기서 청량사까지는 3시간이 약간 넘는 거리로
아침부터 분주하게 서둘러야  청량산 산행을 하고 느긋하게 산사를 둘러볼수 있을 것 같다.





산행시작(10:50)~응진전(11:05)~자소봉(12:00)~하늘다리(12:40)~장인봉(13:00)


 

 

 






서안동IC를 그냥 지나쳐 버려
영주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예천을 둘러 청량사 매표소에 도착한다.
산행들머리인 입석에는 벌써 산악회에서 온듯한 한무리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주중이라 내심 조용한 산행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단풍철이라 행락객들이 많아 어려울듯 싶다.

초입에 들어서자
에들러가는 유순한 산길로 접어들고,  등로는 단호박색인 노란색이 만추의 깊이를 더해준다.


 

 






오늘 처음 만나는 곳은 응진전이다.
금탑봉 아래 고려 공민왕의 부인 노국공주의 상이 모셔져 있다는 응진전이 제비집처럼 놓여있다. 


 

 






응진전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어풍대를 만난다.
이곳 어풍대는 청량사를 조망할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등 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어
청량사를 꽃술처럼 둘러싼 청량산의 모습이 가장 잘 보인다.


 

 

 






김생굴을 지난 갈림길에서
청량사로 가시는분들은 산사로 내려가고, 
뒤따라오던 산악회는 경일봉으로 흩어지고 나니 이제사 조용한 산길로 접어든다.

자소봉 도착..
산행들머리에서 약 1시간정도 걸린것 같다.
그리 힘들지 않고 주능선 봉우리에 도착한 셈이다.
옛 보살봉이였던 자소봉은 조망이 좋아
태백산까지 볼수 있다던데 오늘은 두터운 깨스덕분에 조망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소봉에서 내려와 올라올 때 지나쳤던 사거리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이제 탁필봉을 만난다. 
붓을 세워놓은듯한 형상인 탁필봉은 등로상에 정상석만 세워져 있을뿐 올라가질 못한다.

이후 연적봉 철계단을 올라서면 뒤로는 탁필봉과 자소봉이 서로 겹쳐 보이고
앞으로는 어렴풋이 하늘다리가 자그많게 보인다.


 

 






하늘다리..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는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다.
선학봉까지 90m 거리를 현수교가 연결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면 다리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다리밑을 내려보면 70m 아래 옛 산길인 철계단이 보인다.  정말 하늘을 걷는 느낌이다.

더구나...
하늘다리 중간지점엔... 강화유리를 깔아놓았다.
발을 올리면 금방이라도 깨질듯 같은 유리앞에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머뭇거린다....ㅎㅎ 


 






병풍바위...
강인한 남자의 가슴근육처럼 느껴지는 기암..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 웅장함에 또 한번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드디어 청량산의 정상인 장인봉이다.
암봉이 즐비한 청량산의 12봉우리중 최고봉으로 정상석 부근은 육산의 형태를 하고 있다.
조망을 즐길려면 정상석 뒤로 약간만 내려서면 멋진 전망대가 있다.
발아래 낙동강이 비좁은 산세를 끼고 구비구비 흐른다.




하산시작(13:40)~산골마을(14:10)~청량사(14:50)~산꾼의집(15:30)~입석(15:50)


 






하산은...
전망대 옆 왼쪽 사면으로 내려서면 되는데... 경사가 심해서 험하다.
조심조심 내려오다보면
주능선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고 여기서 10분정도 더 고도를 낮추면 두들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에서 곧바로 내려서면 폭포슈퍼로 내려가는 길이고 
마을 뒷쪽으로 난 산길을 잡으면 산 허리를 돌아 청량사로 가는 길이 보인다.

이곳 두들마을엔 이제 두가구만 살고 있는데
경사진 비탈에 고추 배추 들깨 등을 심은 조그마한 밭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청량산은 돌산으로 그 척박한 돌밭을 일궈 만든 조각 밭들이라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산비탈에서 바라본 청량산은 그야말로 대장관이다.
한국의 그랜드 캐넌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기암 암봉들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서있다.
파란하늘아래 단풍이 내려앉은 거대한 암봉들의 풍경에 아찔함마져 느끼게 한다.
정말... 선경이 따로 없다.  가슴에 기록 사진을 남기듯 눈이 아프도록 그 풍경을 새겨 넣는다.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가 까마득히 보인다.


 

 

 






산비탈 아래에는
가을햇살을 받은 가을 억새가 간간히 하얗게 피어 손을 흔들어 댄다.
가을끝자락... 가을과 작별을 고하는 듯. 억새의 하얀 손짓에 문득 쓸쓸함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붉은 단풍만이 단풍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면 늦가을의 정서가 깊게 느껴지는것은 붉은색보다 오히려 노란색에 찾을 수 있다. 
단풍이 가장 매혹적으로 보일때는
초록빛, 연두빛, 노란빛, 붉은빛 등 갖은 색이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을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느새 청량사로 올라가는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 10여분 임도길을 따라 올라서면 그토록 가슴에 묻어두었던 청량사를 만날 수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청량사 입구에 자리한 사찰내의 전통다원인 안심당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올까

창호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이 시는..
청량사 지현스님의 쓰신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시이다.

범종루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때마침 불어온 가을바람에 나뭇잎들이 낙엽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잡은 청량사는 축대를 만들어 불전과 석탑들이 들어서 있다.
영주 부석사의 아홉단 축대에 비할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청량사의 주불전인 유리보전까지 올려면 마음속 번잡함은 하나 둘 벗어버리고 와야한다.

공민왕의 친필인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으로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부처님이다. 
 
유리보전 앞 절마당엔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가을밤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안타깝게도 매년 열리던 산사음악회가 올해는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열리지 않는다고 전한다.

 

 






하루밤 머물고 싶은 청량사를 뒤로한채 하산한다.
하산길... 청량정사 옆 산꾼의 집에 잠시 들렸다.
이곳은 "오고 가고 아픈 다리 약차 한 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
오가는 이들이  잠시 차 한 잔 하며 쉴 수 있는 곳으로 산꾼 이대실씨가 운영하고 있다.
집안엔... 주인장은 어디가고 없고 객들만 앉아 약차를 마시고 있다.

가을이 저문다 
가을은 기울것들이 기울어가는 계절이라고 한다.
산행이 끝날무렵 곱게 물든 단풍잎을 주워 배낭에 넣는다. 
지현스님의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책을 사게되면 책갈피에도 끼우며 좋겠다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