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되 집착하지 말자... 재약산
- 일 자 : 2009년 10월 12일(월욜)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주암마을~심태종바위~수미봉~사자재~주암계곡~주암마을
[총산행시간 5시간10분 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재약산...
산행출발 전날에 다녀온산을 검색해보니 네번을 올랐다.
2000년 가을, 2003년 가을, 2005년 여름, 2006년 겨울, 그러고 보니 봄을 제외하고는 계절별로 한번씩 올랐다.
주로 표충사를 기점으로 해서 필봉, 사자봉, 수미봉으로 원점회귀했던 산행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부산일보 산&산팀에 소개되었던 배내 주암마을을 산행들머리로 잡았다.
심종태바위~수미봉을 올라 사자재로 내려와 억새밭을 둘러보고 하산은 주암계곡으로 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억새와 단풍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가장 이상적인 코스인 셈이다.
부산출발(09:10)~대동요금소(10:00)~양산요금소(10:30)~주암마을(11:00)
배내골...
이젠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최근 몇년사이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곳이다
배내천을 가운데로 두고 양쪽으로 나열해있는 펜션만 해도 500여개에 달하고
여기에다 민박집과 가든을 합치면 여백이 보이질 않을 만큼 빼곡하다
배내산장...
그 중에서도 배내골에서 가장 오래된 민박집이다
여느팬션처럼 예쁘고 화려하지는 않치만 하루저녁 묵는데는 조용해서 좋다.
지난 2005년 여름 영남알프스 종주때 1박을 했던 곳이라 더욱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산장이다.
산행시작(11:10)~심종태바위(11:40)~간이쉼터(12:50)~재약산(수미봉)정상(13:50)
주암마을은..
고점사거리(배내사거리)에서 배내골을 가로질러 배내 고갯마루 직전
배내통하우스 건물 옆으로 난 좁은 포장길로 꺽어 내려서면 마을로 들어설수 있다
작은다리건너
사설주차장이 보이는데 여기가 오늘산행 들머리가 된다
주암계곡으로 갈려면 정면 나무계단으로 올라가고,
심종태바위로 갈려면 이동식화장실 옆으로 난 계곡 소로를 따라 가면 된다.
작은계곡을 건너자 본격적인 산길이 열리는데...
심종태바위까지는 된비알로 조금도 쉬어갈 능선없는 가풀막이 쭉~~이어진다
고도를 높힐수록 숨은 차오르고,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달았는지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이럴수록 잰걸음보다는 여유롭게 느긋하게 걷는것이 덜 힘들다
심장이 터질것 같은 압박이 올쯤...
정면에 큰 바위덩어리가 앞을 딱 버티고 있다. 바로 심종태 바위에 다다른 것이다
로프를 잡고 살금살금 바위에 올라서면... 드디어 조망이 탁 트인다
이 바위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국제신문)가 있어 잠깐 소개를 하면...
옛날 효성이 지극했던 심종태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부모님 제사를 위해 송아지를 키웠는데 간밤에 도둑을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송아지를 찾아 근처 산을 뒤지다 큰 바위의 동굴에 이르러 도적떼를 만나서
도둑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에 감복한 도둑들은 송아지 대신 금은 보화를 주어 무사히 부모님 제사를 지낼 수가 있었다 전한다
언제 있었던 설화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후 이곳 사람들은 심종태가 금은 보화를 얻은 바위를 효의 상징으로 심종태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계곡에 가을색이 물들고 있다.
햇볕 잘들어오는 양지는 이미 단풍빛이 완연하고 계곡 골짜기도 이달말쯤 되면 울긋불긋해 질것이다.
심종태바위 이후 산길은...
걷기좋은 완만한 능선길이고 조망터도 군데군데 있어 쉬어가기 좋은 흙길이다.
꿈틀거리는 한마리의 용처럼 느껴지는 장쾌한 능선
물론 그 정점의 끝은 심종태 바위이다
배내 고갯마루 너머로 영남알프스의 중심인 가지산도 희미하게 조망된다
맞은편엔...
배내봉에서 시작된 영남알프스의 또 다른 줄기가 펼쳐지는데
마치 내가 간월산을 넘고, 간월재를 지나 신불평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이제 왼편 수미봉이 지척이고 사자봉도 모습을 드러낸다
수미봉가는 길목엔 간이쉼터가 있어 막걸리 한잔 걸치고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안주로 도토리묵과 산나물이 나왔는데 주인장 손맛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산나물은 향이 혀끝에 남아 입안을 맴돈다.
쉼터를 뒤로하고 약 10분정도 오르면...
수미봉과 사자재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고, 여기서 곧바로 수미봉으로 치고 오른다.
정상까지는 약 20여분 거리, 쉬지않고 단번에 오를 수 있는 거리이다.
오랜만에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하는데 허고문이 없다.
쉼터에서 막걸리를 많이 마시더니 다리가 풀렸는지 아직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하산시작(14:00)~사자재(14:25)~주암계곡(15:00)~주암마을(16:20)
사자재는 억새천국이다.
가을바람에 솜털처럼 부드러운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춤사위가 펼쳐진다.
고새 억새의 향연에 산객의 마음은 가을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마치... 광활한 억새밭에 나홀로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억새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인다고 한다
햇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하얀색을 띠기도 하고, 잿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아름다운 흰색은 태양과 억새의 각도가 45도를 밑돌거나 역광을 받을 때이다
그래서 억새는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사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질 무렵의 억새가 더 없이 아름다운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그렇치만...
오늘은 아쉽게도 햇살이 구름에 가려
여러 각도로 수없이 셔터를 눌러보지만 만족스런 사진을 담기는 어려울 듯 싶다
햇살이 비쳐주었어면 하는...
내심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지만 구름은 점점 더 몰려온다
그래... 억새밭이 좋아 몰입하는것은 좋치만 집착은 하지 말자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주암계곡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곡은 깊고 길다.
심종태바위 올라온 길이 2.5km였다면 주암계곡 하산길은 3.5km되는 거리이다.
부지런히 걸어도 한시간이 더 걸릴 듯 싶다.
그래도 예상보다 계곡길이 순해서 걷기는 편하다
간간이 보이는 계곡의 소에는 낙엽이 떨어져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장수암을 지나 30여분 정도 더 내려서자 계곡의 끝이 보인다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닿고 오늘산행은 여기에서 마무리 된다
깊어가는 가을
5시간 남짓 산길을 걸어며
억새밭 분위기에 취하고, 계곡단풍에 빠지고.. 오늘 산행내내 행복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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