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과 은빛 설경이 장관을 이루고... 병풍산
- 일 자 : 2010년 1월 14일(목욜)
- 날 씨 : 눈.. 그리고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송정마을~천자봉~병풍산정상~만남재~삼인산~삼방골
[총산행시간 4시간10분 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출발에 앞서:::: 2010년... 새해 첫산행이다. 지난해 12월 설경을 담으려 추월산, 덕유산, 운장산을 차례로 올랐지만 매서운 겨울바람만 맞고 왔다. 그렇치만 산꾼이라면 겨울산행의 백미인 설경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새해 첫산행은 꼭 설경을 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던 중 드디어 호남서해안에 큰 눈이 온다는 기상청예보에서둘러 산행예약을 하였다. |
김해출발(07:37)~승주휴게소(11:00)~송정들머리(11:30)
산행은...
언제나 나에게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산을 오르면서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한움쿰 땀을 쏫고 나면 생활의 활력이 생성된다.
오늘 산행지는 전남 담양에 위치한 병풍산(822m)산이다.
몇년전 국제신문 근교팀에 한번 소개된적은 있지만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어찌보면... 인근 추월산이나 강천산에 가려 이름을 내밀 기회가 없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산행시작(11:30)~731전망대(12:40)~천자봉(12:50)~병풍산정상(13:50)
남해고속도로 주암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산자락에 눈이 희끗희끗 보이더니... 담양에 가까워질쯤에는 순백의 세상이 열린다.
옆에 놓여있는 DSLR의 기능을 설경에 맞춘다.
화이트밸런스를 조금 높히고... 노출도 +0.7~+1.0까지 조정을 미리 해둔다.
담양시내를 지나 수북면으로 가는 길섶 풍경은 산경에 어우러져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산자락이 온통 햐얀색인걸 보면.... 며칠동안 꽤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드디어...
삼수끝에 제대로된 설경을 볼 수 있을것 같아 내심 가슴이 두근거린다.
송정 들머리에서 간단하게 산행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출발!!!
눈이 내렸다 하더라도...
전날저녁이나.. 당일아침까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어느정도 고도를 높혀야 순을 밟을 수 있는데... 오늘은 들머리부터 줄곧 눈길을 밟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길은 등산화 밑으로 눈을 밟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늘날씨는...
가끔씩 볼을 스치는 바람이 쌀쌀하지만 아주 포근하다.
어렸을때 동네 어르신들은 눈이 내린 날은 포근하다고 하여 마을 냇가에서 빨래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정말 오늘은... 그 옛 기억이 딱 들어맞는 날씨다.
고도를 높힐수록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나무마다 한 뼘 높이의 눈꽃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 순백의 깨끗함과 오묘한 모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얼마나 보고싶었던 풍경이였는가?
그리 급하지 않는 완만한 경사지만 꾸준히 오르다보니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목덜미엔 땀이 흥건하여 셔츠 반짚업 지퍼를 내린다.
0
731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천자봉에 닿는다.
산정이 가까워지면서부터 어깨를 견주던 병풍산이 천자봉에 이르어서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흰눈이 덮힌 암릉으로 물결치는 산의 능선이 장관이다.
이곳 천자봉은 용구산에서 이어져 오는 병풍산의 능선의 한 봉우리로 옥녀봉이라 불린다.
천자봉을 출발하여 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오늘 산행의 백미다.
능선 곳곳에 핀 설화가 한아름 햇빛을 받고 있는 자태는 어떤 풍경화로도 표현 못할 만큼 눈부시다.
어찌보면 이 아름다운 산정에 서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설경은...
몇가지 조건을 갖추면 더욱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데...
그 첫번째가 폭설이 내린 다음날 산행을 하여야 하고, 두번째는 반드시 다음날 햇볕이 나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세번째는 바람이 없는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이야말로 설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 아닐까 생각된다.
능선엔...
오후가 되면서 나무위에 살포시 앉아있던 눈들이 하나씩 바람에 흩날린다.
마치... 눈이내리는것처럼 운치있게 산객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간혹... 목덜미 안으로 눈이 들어올때면 그 시원하고 짜릿함에 몸을 움찔거리게 한다.
흰 여백...
마치 포맷을 한듯한 느낌이다.
마치 새해에 주어진 올 한해의 시간처럼...
이제 그 위에 365일이라는 시간을 꼼꼼히 채워서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행복... 그 행복이라는 기준이 뭘까?
저마다 기준이 다 틀리겠지만... 분명 나에게 맞는 행복의 기준이 있을것이다.
오늘산행이 마칠쯤에는 그 해답을 구할수 있을련지....??
드디어...
병풍산(822m)정상도착
이 산의 주봉답게 조망이 참 좋다.
정상석 뒤로는 지금껏 걸어온 능선이 뚜렷하게 보이고
앞쪽으로는 투구봉(신선대) 너머 불태산이 회색빛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발아래엔...
만남재에서 삼인산으로 산허리길 둘러 가는 임도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산행지도에는 만남재에서 554봉을 올라 삼인산으로 가는 코스인데
시간도 약간 늦은감도 있고, 오늘같이 눈이 많이 내린날에는 임도길을 걷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긴후 곧바로 만남재로 향한다.
하산시작(14:00)~만남재(14:20)~삼인삼쉼터(12:40)~삼인산정상(15:05)~삼방골(15:40)
만남재 이정표가 있는 능선목...
여기서 투구봉(신선대)은 눈길만 주고 곧바로 용구샘쪽으로 하산한다.
만남재까지는 20여분 거리로 간간히 침목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만남재에서 삼인산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는 임도길을 걷는다.
평소에는 보기도 싫던 임도길이 오늘은 하얀 눈길이 되어서 그런지 꽤 걸을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눈썰매라도 만들어 태워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길섶에 서 있는 삼인산 이정표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좌측으로 난 삼인산으로 가는 길을 오른다.
임도에서 그리 높지않은 삼인산이지만
오늘산행의 마지막 봉우리가 되다보니 다리에 꽤 힘이 들어간다.
왼편으로는... 오늘 걸었던 병풍산의 주능선이 장쾌한 마루금을 긋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산세인데...??
그래 다시보니 병풍을 두른듯한 모습에 일자능선이... 마치 김해 신어산을 꼭 빼 닮은 형상이다.
삼인산정상에서 잠시 머물렸다....
올라온길 반대편으로 나 있는 산길을 잡아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을 하면서...
몇번 산행지도를 꺼내어 보았지만...
대각동 청소년야영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 정상에서 곧바로 내려서야 하는데 그 길을 놓쳤는 모양이다.
길을 되돌려 올라갈 수는 없을것 같고 ... 계속 삼방골로 하산길을 잡아 내려선다.
하산하면서...
배낭에서 비료포대를 꺼내었다.
아이젠, 스패츠와 함께 눈산행의 3대 필수품이다.
적당한 경사에 눈도 많이 덮혀있어 비료포대 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다.
타본 사람은 안다.... 그 스릴에 느껴지는 재미를....ㅎㅎ
이것 탄다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마을이 보인다.
마을을 등지고 차가 출발하자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한다.
돌아오는길 담양 대통 암뽕순대집에 들려 따뜻한 국 한그릇을 채우고 새해 첫 산행을 마무리 한다.
첫 산행의 좋은 기분 때문일까?
오늘 산행내내 생각했던 행복의 기준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것 같다.
2010년 올한해...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산다는 것... 바로 이것이 작은행복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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