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는 간데없고 조릿대만 가득하네... 운장산
- 일 자 : 2009년 12월 28일(월욜)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보룡고개~황새목재~연석산~늦은목(만항재)~칠성대(서봉)~정수암
[총산행시간 6시간00분 점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출발에 앞서... 갑자기 눈이 쌓인 산길을 걷고 싶었다. 미치도록 설화를 나의 DSLR에 담고 싶었다. 마치 올해가 아니면 눈을 볼 수 없을것 같은 간절함이 배어있을 정도로.. 그래서 그럴까? 하늘도 나의 간절함을 알았는지 오후부터 서해안쪽에 눈이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전북 진안에 위치한 운장산 산행 예약하였다. |
북부산요금소(08:30)~진안요금소(10:50)~보룡고개(11:10)
설경에 대한 설레임때문인지 지난밤 사이 두어번 깨어나 잠을 설쳤다.
겨우 기나긴(?) 겨울 밤을 보내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춥다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 하듯이 포근한 겨울 아침 날씨다.
북부산에서 D산악회 차량에 승차하여
산청~함양을 지나는데 창밖으로 조용한 시골마을 풍경만 보일뿐...
도무지 설산이라고는 눈을 씻어봐도 보이질 않는다.
산행들머리가 가까워질 무렵...
산악회 산행대장이 갑자기 산행코스를 변경한다고 알린다.
안내지에 표기되어있는 산행코스(내처동~동봉~운장대~서봉~연적산~사봉리)는 다소 긴 시간이 예상되어
그보다 조금 짧은 궁항리쪽에서 올라간다고 한다.
산행지도를 찾아보니 궁항리 밑쪽으로는 잘려있어 들머리조차 보이질 않는다.
어찌 약간 불안한 징조가 드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계획된 산행코스를 바꾸는 것은 급한 경우가 아니면 잘 하질 않는데...
그렇치만 어차피 산악회을 따라온 이상
산악회 회원들과 합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산행시작(11:10)~황새목재(12:30)~연석산정상(14:30)~운장산 서봉(칠성대)(15:40)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내린 이곳은... 완주와 진안을 연결하는 26번 국도 보룡고개이다.
보통... 금남정맥을 걷는 산꾼이라면 이고개를 위험을 무렵쓰고 횡단하는 곳이다.
그래도 차량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도 다행스럽지만..
도로 가운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있어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다
산행들머리는
고개마루 우측편으로 난 절개지 임도를 걸어올라면 소로의 산길이 열린다.
들머리엔...
버섯재배 단지들이 들어서있고 여기서부터 쉬지않고 줄곧 오름길이 이어진다.
초설... 아침나절까지 아주 작은 눈이 내렸던 모양이다.
낙엽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아직 녹지않고 낙엽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있다.
바람도 잠들었는지...
자켓이 거추장스러울정도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에야 무명봉에 오르는데 이곳이 680봉이다.
680봉에서부터는 특징없는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걷는다.
연석산으로 가는 주 능선에 붙어야 하는데... 왠걸? 갑자기 급경사로 내려선다.
초행이고...
산악회에 나누어준 산행지도에 표기가 없는터라 지금 어디쯤 걷고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한참을 고도를 낮추고보니... 과수원이 있는 자그마한 산골마을이다.
(집에 와서 전체적인 금남정맥구간을 찾아보니.. 이곳이 황새목재이다. 정말 그 이름에 걸맞게 가느다란 목이 쏙 들어간 모양새다)
이제부터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앞서가는 몇분의 뒷모습으로봐서 급경사를 가늠케 한다.
연석산 지능선에 오르자...
2시 방향으로 운장산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봉인 철성대와 정상인 운장대가 좌우 균형을 잡고 있다.
마치... 올 여름 덕유종주때 올랐던 서봉과 남덕유의 모습과 흡사하다.
오른쪽 골짜기에는 하산예정지인 정수암이 있는 궁항리 마을이 보인다.
한겨울 추운날씨때문에 신궁 저수지가 마치 햐얀 스케이트장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연석산까지는 꽤 긴 거리이다.
능선이지만.. 그래도 작은 봉우리를 하나씩 넘어가야 하는데...
마치... 빨래판을 연상케 할만큼 곳곳에 굴곡이 심한 구간을 지날때는 힘이 부치게 한다.
이곳 금남정맥에는...
정말 조릿대 숲으로 가득하다.
무릎까지 닿는 조릿대에서 부터 키를 훌쩍 넘기는 조릿대까지 다양하다.
연석산(925m)정상...
정상석은 없지만 조망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지능선이 내려다 보이고 운장산도 어깨를 견줄만큼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앞으로가 까마득하다.
연석산까지 오면서 체력을 많이 소비한 터라...
가까이는 보이지만 운장산 칠성대까지가 오늘산행의 가장 힘든 구간이 예견된다
연석산정상 바로 아래는..
조릿대가 광범위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조릿대에 살포시 내려앉은 초설이 갈길 바쁜 산객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능선엔...
아이젠을 신을 정도는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구간이 군데군데 있다.
DSLR을 단단히 목에 걸고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늦은목(만항재)에 닿는다.
운장산 서봉을 앞두고..
눈위에 2009라는 숫자를 적어놓고 잠시 올 한해를 돌이켜 본다.
2009년은..나에게는 변화도 많았다.
정들었던 근무지를 다른곳으로 옮겼고, 그로인해 10년만에 다시 일선으로 돌아왔다.
근무형태가 바뀜에 따라..
그토록 가고 싶었던 산도 원없이 오르고,
사진공부도 하면서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것에 대해 만족한다.
더욱이...
주말농장 그너머 전원주택이라는...
미래의 꿈을 키울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것도 빼놓을수 없는 올 한해 성과중 하나다
이래저래 바쁜 2009년 한해
점수로 준다면... A플러스 정도는 줄 수 있는 그런 한해가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칠성대를 코 앞에 두고 몇번을 쉬었다 간다.
생각같아서는 단번에 오를 수 있는 거리지만.. 쉽게 속도가 나질 않는다.
된비알에 눈까지 덮혀있고 거기에다 DSLR 까지 목에 건 터라 더욱 체력소모가 심한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겨우 칠성대에 도착.
칠성대 정상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 한잔 마시며 숨을 고른다.
산행내내 혼자 걸어서 일까? 아니면 이 혹한겨울 1,125m 정상에 홀로 서있는 고독 때문일까?
문득 외로움이 느껴진다.
운장산은
서봉(1,122m)인 칠성대, 중봉(1,126m)인 운장대, 동봉(1,133m)인 삼장봉의 3봉우리로 되어 있다.
이곳 칠성대에서 운장대까지는 30분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오늘은 운장대에 가질 않을 것이다.
다음에 더 멋진 설경을 위해서 아껴 둘련다.
산악회 일행들은 연석산 부근에서 모두 하산을 했는지... 산행대장만 보일뿐 아무도 올라오질 않는다.
산행을 조금 단축할려고 코스를 바꾼것이
오히려 정상을 더욱 더 멀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지 하산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산시작(16:10)~정수암갈림길(17:40)~정수암(17:10)
인기척없는 칠성대를 뒤로하고
서둘러 하산을 하는데 벌써 성급한 겨울해는 뉘엇뉘엇 저물어간다.
하산길 아쉬움에 뒤돌아보니... 칠성대 암릉이 마치 사람 얼굴 형상을 하듯 눈, 코, 귀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하산길은 다행히 짧은 구간(3km)이라
한시간 남짓 내려서니 정수암부근 차량이 주차되어있는 산골 외진마을이 보인다.
부산으로 돌아오는길...
미끄려지지 않을려고 발에 힘을 주고 걸은 탓인지... 다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다.
10km남짓 6시간 정도산행.. 오랜만에 조금 빡시게 걸은 느낌이다.
앞으로...
몇가지 정해야 할것 같다.
산행과 사진(DSLR)이 조화를 이루면 더 좋은것이 없지만...
이번 겨울산행처럼... 10km가 넘는 장거리 산행때는 DSLR이 부담스럽다.
산행내내 신경도 많이쓰이고 목에 걸고 다닐려니 체력도 많이 소모되는것 같다.
앞으로 한번쯤 재고해 봐야겠다.
운장산은...
오늘산행에서는 절반도 진면목을 보질못한터라...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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