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규봉암)눈꽃핀 광석대 절경
날짜 : 2015.1.10(월)
누구나 마음속에 담아놓은 암자가 있습니다.
암자에 대한 그리움이 쌓이고 언젠가는 꼭 한번 가고 싶었던 곳... 바로 무등산 규봉암입니다.
주말 호남에 많은 눈이 내려 번개산행으로 무등산 산행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래서 산행코스를 규봉암이 있는 화순군 도원마을을 기점을 해서 오르기로 했습니다.
아침 6시에 대저를 출발
주암 IC에서 국도로 빠져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으로 접어듭니다.
차가운 새벽공기속 시골마을에 서리꽃이 하얗게 내려앉았네요.
얼음결 사이로 번지는 미세한 빛의 반짝임은 새벽의 어둠을 깨우는 듯 보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아침 풍경이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하네요.
도원마을 탐방센터에서 규봉암까지는 1.8km 거리
그리 길지는 않지만 암자까지 줄곧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된비알 산길입니다.
암자 가는 길은 늘 그렇듯이 그리 급할 것 없는 길이지요.
쉬엄쉬엄 걷다가 쉬다가, 또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올라갈 생각입니다.
초입부터 제법 쌓인 적설량에 아이젠, 스패츠를 하고 오릅니다.
눈꽃 내린 조릿대가 그야말로 진경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 탄성을 자아냅니다.
오랜만에 눈길을 걷다 보니 꽤 힘이 드네요.
예전 같으면 한달음에 올랐을 법한 산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을 쉬어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몸이 예전 같지 않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산을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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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니 규봉암이 보입니다.
일주문처럼 우뚝솟은 돌기둥 사이에 절묘하게 낀 돌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가 저 사이에 돌을 끼워놓았을까요?
스쳐가는 바람이 그랬을까요? 아니면 아침 안개가 몰래 끼워 놓았을까요?
드디어 규봉암 본전 앞뜰에 올랐습니다.
비단을 잘라 세운 듯 서있는 광석대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관음전이 그림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암자가 있었나요?
솟아있는 돌기둥들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군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로부터 "규봉암을 보지 않고 무등산에 올랐다 말하지 말라"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납니다.
무등산에는 3대 주상절리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규봉암에 있는 주상절리는 아름답고 규모가 더 크며 넓게 펼쳐져서 광석대라 부릅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듯 하늘 끝에 아찔하게 매달려 있는 듯 보입니다.
주로 암자터는 기가 센 곳으로 걸출한 바위를 끼고 있는데 햐얀눈이 소복이 내려 더욱더 정감 있게 다가옵니다.
광석대의 엄청난 기와 눈의 부드러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바위틈에 눈꽃을 피웠네요.
규봉암은 관음도량입니다.
암자연혁을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은 1950년 6.25 전쟁 때 폐사된 것을 1957년 대웅전과 요사채를 신축하고 1995년 대웅전을 중건했으며, 1996년 대웅전을 관음전으로 변경하였다고 하네요.
전각 안에는 관세음보살님이 감로수를 담은 정병을 한 손에 든 채 인자하신 표정으로 앉아계시네요.
아이젠, 스패츠를 착용하고 있어 문밖에서 삼배를 올려봅니다.
한동안 눈발이 휘날리는 암자를 보며 침묵에 잠겨봅니다.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지만 일행이 기다려서 몇 번을 뒤돌아보며 규봉암을 떠납니다.
계절을 바꾸어서 봄이나 여름날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네요.
그때는 법당에서 예불도 올리고 앞뜰에 앉아 차 한잔 하며 여유로운가량 시간 보내고 싶습니다.
하산길은 많은 적설량으로 등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발이 쑥쑥 빠지네요.
선 답자가 길을 내어놓아서 따라가지만 눈이 많이 내리면 길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구간입니다.
반시간 남짓 내려오니 임도에 닿고 천천히 걷다 보면 도원탐방센터에 도착합니다.
무등산 규봉암..
정말 오고 싶은 암자였는데 때마침 눈까지 내려 정말 선경을 보고 왔습니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내려가며 종무소 기둥에 걸려 있던 주련을 읊조려 봅니다.
"허공가량 풍가계" 허공에 바람을 묶어서 매달수는 있어도
"무능진설 불공덕" 부처님 공덕을 말로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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