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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이야기

(수암사)한적하고 적막한 암자

 

제목 : (수암사)한적하고 적막한 암자

날짜 : 2025.1.1(수)

 

 

2025년 새해

푸른 뱀의 해라 불리는 을사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한해에 대한 감사함을 먼저 떠올리고 올 한 해도 무엇을 하던 열정이 있는 삶을 기대해 봅니다.

 

새해 첫날을 시작하는 날

산사이야기 첫 암자로 한적하고 조용한 양산 원동 수암사를 찾아 길을 떠나봅니다.

 

 

수암사는 토곡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암자입니다.

양산에서 아침을 먹고 원동 국도길을 따라 배내골 늘밭마을로 들어서면 됩니다.

 

원동휴양림을 지나면 길이 좁아지고 경사가 가팔라서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더 이상 차가 올라갈 수 없는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낙엽이 무성히 덮인 돌계단을 쉬엄쉬엄 올라갑니다.

 

 

수암사 오르는 길 옆 계곡엔 고드름이 달려있네요.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얼음 녹는 물소리, 겨울산에선 자연의 작은 소리마저 청량하게 들립니다.

 

 

 

잠시 후 Y자 철계단이 보이고 그 너머로 불음폭포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겨울철이라 수량이 적지만 그래도 폭포의 상단 높이가 굉장하네요.

 

불음은 부처의 불자와 소리 음자를 합한 뜻, 즉 부처님의 소리, 부처님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여름날 폭포수가 마치 불경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불음폭포라 불립니다.

 

 

"추워야 겨울답다"라는 말처럼...

새해 첫날부터 매서운 겨울바람이 몸을 움츠려 들게 하네요.

살얼음 덮인 계곡 아래로 빛바랜 낙엽이 소복이 쌓여 있는 풍경이 무색의 계절 겨울임을 말해줍니다.

 

 

인적 없는 암자는 겨울잠을 자는지 한적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더욱이 햇볕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이 아니라서 더욱더 깊은 침묵을 느끼게 하네요.

 

 

수암사의 주 법당은 약사전입니다.

색이 바래 더욱 단아한 꽃살문이 전각의 품격을 높여주네요.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기 하나 없는 서릿발처럼 매서운 공기가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게 합니다.

삼배를 올리고 수미단을 올려다보니 약사여래부처님을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이 협시를 하고 계시네요.

 

 

스님은 출타를 하셨는지 한 겨울 동안 잠시 마을로 내려가셨는지 보이시지 않네요.

법당을 나와 암자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힘들고 고달픈 암자 생활이 엿보이더군요.

누구의 도움 없이 하나하나 혼자 해결해야 하고 수행도 해야 하니 그 생활이 그리 쉽지만은 않게 보입니다.

 

 

 

너무 추워서 잠시 머물다 이내 되돌아 내려옵니다.

작은 소에는 물길이 머무는 곳을 제외하고는 낙엽이 계곡을 온전히 덮고 있네요.

 

"물은 어느 곳에도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성품대로 저기 저렇게 흘러갑니다."   

흐르는 계곡수를 보고 있노라니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하착" 글귀가 생각나네요.

집착은 모든 고통의 원인으로 물건은 말할 것도 없고, 생각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새해 첫날 조용한 암자에서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 한 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산사를 찾아 수행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