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불일암)무소유의 길 걸으며...
날짜 : 2024.5.6(월)
불일암 가는 길
법정스님이 머물렸던 곳으로 무소유의 길이다.
큰스님은 생전에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을 통해 큰 울림을 주셨습니다.
불일암은 2019년 여름에 다녀왔었는데
그때 고즈늑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다시오게 되었습니다.
눈에 익은 송광사 절 입구입니다.
모든 절집이 그렇치만 산세가 좋은 곳에 있다 보니 사찰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 좋습니다.
이 좋은 길을 걷다 보면 사바세계에서 덕지덕지 묻혀온 그물처럼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게 되네요.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에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네요.
계곡 바위위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을 보니 1호, 2호, 3호 돌탑이 생각납니다.
돌탑에 의미를 되새겨보면 1호는 수행의 길, 2호는 여유의 길, 3호는 동행의 길, 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무소유 길...
법정스님이 17년간 기거했던 불일암 오르는 길입니다.
나지막한 산 허리를 돌아가는 길은 적송, 편백나무, 대나무가 번갈아가면서 길 안내를 합니다.
큰스님은 생전에 이 길을 걸으시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궁금함이 발동되네요.
올라오는 길 중간중간에 스님이 쓰신 책 중에서 좋은 글귀를 적어 놓아 놓았네요..
첫 번째는 명상에 대한 글귀, 두 번째는 무소유에 대한 것, 세 번째는 행복의 개념에 관해서, 네 번째는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서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생각을 가지고 걷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불일암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해우소인가 싶었던 너와 지붕 목간 건물, 텃밭을 지나 작은 마당 위로 올라 암자 옆에 섰습니다.
현재 불일암에는 법정스님 맞상좌인 덕조스님이 암자에 머물면서 무소유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법정스님 사진이 걸린 외벽 모퉁이에 묵언이라고 글씨가 쓰인 팻말
그 아래 직접 만들어 사용하셨다는 거칠고 투박한 나무 의자, 소박함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2010년 열반한 큰스님은 불일암 앞마당 후박나무 아래에 잠들었습니다.
큰스님은 무소유로 잘 알려졌지만, 무소유가 궁핍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가난, 맑은 가난을 강조하면서 꼭 필요한 것만 갖고, 필요 없는 것은 갖지 않거나 나누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불일암은 문이 닫혀있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질 못했는데 아쉽네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찾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서 그런가 봅니다.
그렇치만 법당은 문이 열려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많은 불자님들이 이곳에 오셨는데 큰 스님이 머물렸던 법당만큼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문이 열려 있어야 햇살도 바람도 걸림 없이 드나들 수 있어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될 수 있을텐데 아쉽네요.
이제 불일암을 떠납니다.
어려운 법문이 아니고 쉽고 간결한 글을 썼던 스님은 56년 승려생활 동안 26여 권의 수필집을 남겼습니다.
스님은 평생 소유한 것 4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몇 권의 책, 둘째는 마시는 차, 셋째는 오래된 라디오, 넷째는 꽃과 나무 채소밭,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소유할 수 있는 아주 소박한 것들입니다.
불일암에서 산길을 둘러가면 감로암이 나옵니다.
감로암 앞 산세가 훤히 내려다 곳에 통나무 의자가 있어 잠시 앉아 쉬어갑니다.
비 온 뒤라 실안개가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하네요.
이 나지막한 고개를 넘으면 송광사입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이런 곳이지요.
이 고개를 넘으면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미지에 세계를 들어가는 듯한 나무숲사이 원근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참 좋습니다.
송광사 제일경이라 불리는 육감정, 우화각이 보이는 곳
일주문 왼쪽 징검다리에서 바라보면 심청교와 우화각의 그림자가 달처럼 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수량이 많아서 징검다리에 접근을 못합니다.
불일서적 앞 작은 푹포가 있네요.
조리개와 셔트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사진을 여러장 남겨봅니다.
연초록 새순, 풍부한 수량, 고풍스러운 산사의 전각이 어울려 산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네요.
우화각 아래 심청교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위쪽으로는 침계루가 위엄 있게 서 있고, 아래쪽으로는 육감정이 운치 있게 자리를 잡고 있네요.
지금껏 산사기행을 하면서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이렇게 풍류가 깃든 길은 처음 봅니다.
먼저 대웅전에 삼배를 올리고 송광사 경내를 유유히 한 바퀴 돌아봅니다.
경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전각이 겹겹이 있어 다 둘러볼 수는 없겠네요.
승보 전 벽에는 십우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선 수행과 깨달음의 단계를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벽화인데 불자님들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 참 좋네요.
이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봄비가 잔잔히 내리는 날 차분한 마음으로 산사기행을 하고 산문을 나서니 마음이 많이 정화가 된 기분입니다.
오전 나절 걸어서 인지 배고픔이 찾아오네요.
오늘 점심은 순천에 왔으니까 꼬막정식에 뚱장어탕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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