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전거 라이딩

낙동강 자전거길(2편)

인생은저니처럼 2022. 3. 10. 11:13

 

제목 : 낙동강 자전거길(2편)

날짜 : 2022. 3. 7(월)

 

 

새벽 5시..  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몇 번을 알람과 밀당을 한 끝에 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달래고 달래서 눈을 떠봅니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무리를 한 탓인지 끙끙 앓았었는데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많이 회복이 되었네요. 아팠던 엉덩이도 조금 나아진 것 같고요.

 

 


새벽어둠을 가르며 도착한 곳은 무심사 입구

낙동강 4대 업힐 중 하나였는데 최근 자전거 행복 나눔 어플에서 무심사 길이 제외되었습니다.

 

비포장 도로 곳곳이 파여있고 풀이 무성하여 노면 상태를 알 수 없을 만큼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이방 마을로 우회하는 쪽으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이방 마을로 우회를 하다 보니 금세 합천창녕보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더 떨어져 아침 공기가 굉장히 차갑네요.

겨울용 라이딩 장갑을 꼈는데도 손끝이 시리고, 얼굴이 찬 바람에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



두둥~~ 드디어 지체 높으신 박진고개를 알현하네요
박진고개는 우회길이 너무 길어 국토종주를 하는 모든 라이더들이 꼭 넘어야 하는 곳입니다.

 

 

 

의령 박진교에서 낙서면 부곡마을까지 약 4km 고갯길 최대 경사도가 13%의 가파른 업힐 구간입니다.

국종을 하면서 얼마나 이 고개 넘기가 힘이 들었는지

도로 옹벽 곳곳에 라이더들의 애환이 담긴 낙서가 도로 양쪽으로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저도 국토종주를 기념하기 위해 저의 유튜브 채널인 "인생은 저니처럼"을 한편에 채워봅니다.

 

 

최대한 기어비를 내리고 느릿느릿 오릅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조여 오는 극한 상황 끝에 겨우 구름재에 올랐네요

구간 거리는 이화령보다는 훨씬 짧지만 경사각은 박진이 더 심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박진고개를 빡~진고개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데크에 올라서자 눈앞에 그림 같은 낙동강 풍경이 선물처럼 펼쳐집니다.

 

 


고갯마루에는 최근에 설치한듯한 구름재 인증센터가 떡 하니 놓여있네요

수첩 여유 있는 공간에 큼직 막한 도장을 찍어보았습니다.


낙동강 하류는 인증센터와의 구간 거리가 꽤 멀어서...
이곳 구름재에 인증센터를 하나 새로 만드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러려고 미리 인증 부스와 도장을 준비하는가 봅니다.

창녕함안보~양산물문화관 구간도 삼랑진쯤에 하나 인증 부스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구름재에서 신나게 다운힐을 하다 보니 삼거리에 닿았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영아지고개, 오른쪽으로 가면 남지 개비리길로 갑니다.


저는 남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당근 개비리길 택하였습니다.
개비리길은  '개'는 강가를 말하며 '비리'는 벼랑이란 뜻으로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의 뜻한다고 합니다.

 


개비리길은 끌바를 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고 바닥면이 울퉁불퉁하여 자전거를 타기에는 위험합니다.

 

남지읍 용산리까지는 3.2km거리...

절벽 위로 낙동강이 그려주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봅니다. 

 

 


너무 배가 고파 남지 읍내에서 시래깃국 한 그릇 든든하게 채우고 창녕 함안보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양산 물문화관 하고 하구둑 하고 두 개의 도장이 남았네요

그렇치만 구간 거리가 길어서 아직 90km를 더 달려야 합니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눈에 익은 길이라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헐~~ 전면에 또 업힐이 보이네요...ㅠㅠ

짧은 오르막이지만 이제 지치고 힘들어서 언덕만 보면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ㅋㅋ


 

수산대교를 지나면서부터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달리다 보니 마사터널이 보이네요.

여기쯤 오면 국토 종주하시는 분들 모두 최종 목적지를 앞두고 체력 소진이 극심해집니다.

 

이제 마지막 업힐이라고 할 수 있는 모정 고개가 있습니다.

그렇치만 다행히 마사터널이 개통되어 모정 고개를 우회할 수 있어 큰 힘이 되어줍니다. 

 

 

삼랑진에 도착했습니다.

다리 입구에 삼거리 국수집이 있는데 촌에 일 마치고 가끔씩 들리는 곳으로 국수 맛이 일품입니다.

 

역시 배고플 때는 금방 배가 부르는 국수가 최곱니다.

한 그릇 거뜬하게 채우고 다시 마지막 힘을 내서 출발해봅니다.

 

 

 

물문화 회관 2km 전 황산강 베랑길이 나옵니다.

낙동강이 옛날엔 황산강이었고 벼랑에 길이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 20선에 선정된 길이기도 합니다.

 

이제 하구둑까지 35km 남았습니다.

 

 

 

화명동 신시가지와 삼락동 벚꽃 둑길을 지나 사하구로 접어들자 하구둑 수문이 하나씩 보이네요.
지난 3년간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 순간이 순간이떠올라 눈시울은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하구언 다리에 올라서자 10개의 수문이 마치 열병하듯이 절도 있게 서 있네요.
수문한 개 한 개 지날 때마다 카운트 다운을 시작해봅니다.
10~9~8~7~6~5~4~3~2~1~~



드디어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완주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도전했던 시간들
그 뜨거운 땀과 열정이 만들어준 소중한 국토종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대한민국 1,853km..

저에게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달렸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누구나 꿈을 꿀 수는 있지만 누구 다 그 꿈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일상의 나태함을 벗어나 그 문을 박차고 나간 사람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국토종주는 저에게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찾아온 성취감은 제 자존감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요

제 인생 가장 빛나는 인생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에 사는 정아가 그랜드슬램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가져왔네요

출발 전 부탁을 했는데 잊지 않고 축하해 주어 고맙고요. 정아 덕분에 김해 집까지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 국토종주 자전거 길 읽어주며 끝까지 응원해준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