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헌산)칼날같은 바람에 진눈깨비는 날리고..
- 일 자 : 2011년 2월 8일(화욜)
- 날 씨 : 비... 눈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보성빌라~전망대~1020봉~정상~대통골~구인암~보성빌라
(총산행시간 4시간4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산행출발에 앞서 ::::: 올 겨울은 혹독할만큼이나 정말 추위가 매섭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옛말이되어버렸고 겨우내내 꽁꽁 얼어붙은 날씨는 좀 처럼 풀리지 않는다. 그나마 설이 지나면서 부터 추위가 어느정도 누그러진것이 다행스럽다. 벌써 2월 올 겨울은 눈 산행 한번 없이 가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겨울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날씨는 포근하지만 산정에는 눈이 내릴수도 있겠구나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산행지로 출발한다. |
김해출발(09:40)~삼랑진(10:20)~가지산터널(11:00)~궁근정리 보성빌라(11:20)
아침부터 겨울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신다.
오늘갈까? 아님 다음에 갈까? 야윈 가지처럼 내리는 겨울비를 보며 한동안 갈등이 계속된다.
이런 날씨 혹 산정에는 눈이 오지 않을까?
아니... 오늘같이 포근한날 산정이라고 별수 없겠지... 분명 거기에도 비가 내릴꺼야....
아침 교대를 마치고 퇴근시간이 되자...
그 망설임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훗훗..... 그래 이게 내모습이겠지....ㅎㅎ
김해에서 유리를 픽업해 들머리인 궁근정리에 도착하니
오늘 한치앞도 볼수 없는것을 미리 험난한 산행을 예견이나 하듯 산안개가 산자락 전체를 신비롭게 감싸고 있다.
산행은....
2005년 국제신문 근교팀에 의해 한번 소개되었던 코스로 오르기로 했다.
고헌산은 멀리서 보아도 어깨가 딱 벌어진것이 그 가파르고 험준함이 한눈에 알 수 있다.
정상으로 곧장 치고 오르는 대통골이나 곰지골의 산세는 보기에도 전율을 느끼게끔 한다.
그래서 약간은 능선을 우회하여 오르는 코스를 잡은것이다.
유순한 논두렁길을 지나 포장길이 끝나는 지점... 저만치에 본격적인 들머리가 보인다.
산길에는 낙엽히 수북히 쌓여있다.
마치 지난해 가을부터 시간이 멈추어 버린것 처럼 느껴지는 풍경이다.
점점 고도를 높여 올라가자
금방 눈발이라도 흩날릴듯 습기를 품은 날씨는 더 차갑게 다가오고
말라붙은 풀숲 여기저기 희끗희끗 쌓여있는 잔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길은...
크고 작은 각진 돌들이 넘쳐나는데 그 위에 소복히 내려앉은 눈이 도툼한 이불이 되어준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지도상에 표시되어있는 회갈색 나무숲 전망대 도착하여 잠시 숨을 돌린다.
여기에 서면 고헌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짙게 깔린 안개때문에 한치앞도 가늠할 수 없다.
겨울이면 담고 싶은 샷....
소나무에 소복히 내려앉은 가벼운 눈송이가 산꾼의 맘을 설레게 한다.
이럴줄 알았다면.... DSLR을 가져올껄 하는 작은 아쉬움을 느끼며 컴팩디카로 몇장 남겨본다.
전망대에서 몇발자욱 올라서자 이내 1020봉에 도착한다.
"고헌서봉"이라는 잘생긴 정상석이 힘들게 올라온 산꾼을 반가이 맞아준다.
정상에는 진눈깨비가 휘몰아치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어 정상석 인증샷만 남기고, 낙동정맥이 표시되어 있는 맞은편 산길로 내려선다.
옹기종기 쌓아놓은 돌탑을 지나 10분을 내려서는데...
뒤 따라오던 유리가 " 회장님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은것 같습니다" 라는 말에 지도는 꺼내보니...
아뿔사~~~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외항재로 하산하는 길이 아닌가벼??
그러고 보니 정상으로 가는 완만한 능선길이 아니라... 계속 고도를 낮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둘러 하산길을 되짚어 올라오니...
조금전에 지나쳤던 돌탑에서 주능선에 합류되는 소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정말... 유리가 아니였다면 그대로 외항재로 하산해서 짖굳은 날씨에 꽤 고생을 할뻔 했다....ㅎㅎ
정상으로 가는 길...
눈 덮힌 산길은 잠들었던 기억속의 겨울을 불러온다.
몇년 전 겨울 소백산.... 그 잊을 수 없는 슬픔어린 기억이 보풀보풀 떠오른다.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바람에 실린 눈송이들이 머리위를 춤추듯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다.
안개속으로, 바람속으로 흩어지는 여린 눈꽃들은 오늘 산행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적없는 정상은 겨울산 답게 냉냉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얼얼한 아픔이 느껴지는 귀와 볼은 이게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고헌산 정상 1,033m...
조금전에 올랐던 고헌서봉에는 1,035m로 표기되어있어 정상이 오히려 서봉보다 낮은셈이다.
국제신문 맵에는 서봉이 1,020봉으로 그려져 있는데.... 어디가 맞는 것인지 조금은 헷갈리는 표기다.
하산시작(14:20)~대통골(15:00)~구인암(15:40)~보성빌라(16:00)
정상을 오르고 나니...
춥고 배고픔이 한꺼번에 밀려온다....ㅎㅎ
나무데크 아래 좁은 빈공간에서 추위와 바람을 피해 라면을 끓일려고 하는데
이런~~ 남은 생수를 모두 넣고도 물이 모자라서 하는수 없이 주변 눈을 코펠에 쓸어담아 본다.
그야말로 실감나는 겨울산행이다.
그렇게 해서 끓인 라면 맛 어떨까? 한마디로 끝내준다....ㅎㅎ
따뜻한 국물을 먹고나니 이제 어느정도 몸이 살아난다.
정상에서 곧장 고헌사로 내려갈려고 하는데, 이쪽은 눈으로 인해 길이 희미해져 위험하게 보인다.
그래서... 다시 서봉으로 되돌아가서 그나마 길이 보이는 대통골로 하산을 시작한다.
그렇치만 내려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산행로가 계곡에 붙어있어 자칫 발이라도 미끄러지는 날에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더구나 눈까지 내려 살금 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하산하다 보니 다리에 힘도 들어가고 시간도 꽤 걸린다.
그렇게 긴장감속에 임도로 내려서자 신발이며, 바지며 모두가 흙 투성이다.
옆 작은 개울에서 어느정도 씻고 곧바로 가지산 온천으로 직행한다.
2010년 겨울 고헌산...
칼날같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쪼매 고생은 했지만...
유리와 함께한 산행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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