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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천년고도 경주) 늦가을 산책
날짜 : 2015년 11월 8일(일)
가을빛이 가득한 십일월 첫 주말
어제부터 내리는 비로 인해 휴일 아침이 잔뜩 흐려있다.
금방이라도 빗기운이 몰려올듯한 아주 습한 날씨다.
오늘은 산성길 종주를 다음으로 연기하고
늦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오랜만에 천년고도 경주를 찾기로 했다.
먼저 찾은곳은 경주수목원이다.
정확한 명칭은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다.
몇년전부터 가을이면 찾는곳으로
경주에는 워낙 갈만한곳이 많아 이곳을 잘 모르는분들이 많은데... 진사님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수목원에 들어서면서 먼저 심호흡을 해본다.
상쾌한 숲내음이 폐 깊숙이 들어와 도심에 지친 잿빛 몸을 자연으로 정화시켜 준다.
더구나 오늘같이 비내리는 날에는..
숲은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가 진한 향기로 다가온다
잠시 멈추었던 빗줄기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가는 빗줄기로 이내 촉촉해진 수목원 풍경은 고요하다.
이런날에는 모든것이 그립다.
마치 낯선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듯 모든것이 그리움으로 서성이게 한다.
둘이 걸으면 더 좋은 길...
늦가을의 색채속에 들어온 연인들이 아주 멋진모델이 되어준다.
나무 아래 소복히 쌓인 낙엽이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색감이 너무 좋다
여기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포인트
작은 개울가에 놓아둔 외나무 다리에서 많은 탐방객들이 추억을 남긴다.
통일전 바로 옆에는 서출지라는 작은 연못이 있다.
서출지는 신라의 풍류를 풀어놓던 곳으로 주위에는 백일홍, 향나무, 소나무등이 물가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여름에는 연못 전체에 연꽃과 배롱꽃이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
오늘은 아쉽지만 한바퀴 둘러보는것으로 만족한다
아... 좋구나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는 마음을 적시고 황금빛 낙엽은 발끝에 넘친다.
소복히 쌓여있는 은행잎은 아직 투명한 노란빛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만추의 향기를 흠뻑 들이마신다
차량이 지날때 마다 몸을 허공에 떨며 가볍게 흩날리는 은행잎은 눈부시다.
이럴때는 가을이 주는 고마움에 나의 마음은 꿈에 훌리듯 취한 듯 행복해진다
하늘은 잿빛이지만...
가을이 기우는 지금 통일전에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있는 가을을 본다.
통일전을 출발 용담정으로 향했다.
용담정은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잎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통일전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다.
순금의 은행나무...
어떤 그리움이 이토록 눈부실까?
입구부터 노랗게 물든 수많은 은행나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풍경을 계속 보고있노라니 마음이 센티해진다.
가을은 이토록 한남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구상나무에 살포시 내려앉은 낙엽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인양 착각을 느끼게 한다.
비에 젖은 단풍색이 요란하게 짙다.
단풍에 향기까지 있었으면 더 이상 DSLR 셔트를 누룰 수 없었을 게다.
정말 숨 막히게 아름다운 가을풍경이다
가을.... 안녕
꽃과 비가 내려 뜨락에 가득 떨어져 내린 은행나무는 여백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두툼히 쌓였다.
가을은 이렇게 서쪽으로 점점 기울어 간다.
두 남자...
결코 뛰어난 비주얼은 아니지만 꽤 멋있는 녀석들이다.
사진이라는 공통분모로 자주 만나고 서로 많은 것을 허물없이 나누는 막역지우다
육모정까지 올랐다가 다시 되짚어 내려온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엔 아쉬움에 걸음을 더욱 늦추었다.
마치 드는 길에 슈베르트를 들었다면 내려오는 길엔 바하의 음악을 벗한것 처럼....
지친 오후를 가로질러 달리는 사이에...
대지는 어둠에 잠기고 산비탈은 짙고 두터운 갈색 담요에 감싸인채 파스텔빛에 젖어든다.
십일월 늦가을 산책...
노오란 은행나무 아래 오늘 하루 가을이 닫혀져가는 절묘한 색을 보았다.
계절이 떠나가는 뒷 모습...
그런 아름다운 순간을 누릴 수 있는것에 감사하고, 오늘 함께한 소중한 인연에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