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붉은 꽃무릇 물결
제목 : (불갑사)붉게 핀 꽃무릇 물결
날짜 : 2024.9.30(월)
마침내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서늘한 나무그늘은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
바로 이맘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곳
산하가 단풍으로 물들기 전 눈부시게 붉은 꽃바다 꽃물결을 이루는 영광 불갑산 꽃무릇 군락지입니다.
불갑사 상사화 축제가 13일부터 22일까지 '상사화 빛에 물들고, 영광에 머물고'라는 주제로 열렸다 하네요
하지만 폭염 때문에 꽃 없는 꽃축제가 되어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고 하더군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이 꽃무릇이 활짝 개화되어 볼만하네요.
불갑사의 일주문부터 붉은 꽃무릇 물결이 시작되는데, 올라가는 길 숲 양쪽으로도 붉은 빛깔이 화려합니다.
꽃무릇과 상사화 그리고 석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꽃무릇이 석산이고 상사화는 엄연이 다른 꽃입니다.
차이점을 말하자면 석산은 가을에 꽃이 피지만 상사화는 여름에 꽃이 피며 잎의 모양 자체가 다른 식물이다 보면 됩니다.
또한 상사화는 색이 다양한 반면 꽃무릇은 강렬한 붉은색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불갑사 상사화 축제"가 아니고 "불갑산 꽃무릇 축제"라고 해야 정확한 표기가 맞는 것 같네요.
군데군데 햐얀색 상사화가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수종이 꽃무릇이라도 보면 됩니다.
오솔길을 따라 수없이 많은 붉은 꽃들이 주단을 펼친 듯 황홀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 표현할 말이 없고 한마디로 꽃무릇 천지네요.
다양한 각도로 구도를 잡아 봅니다. 사진은 색감도 중요하지만 구도를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지요.
여행은 언제나 옳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재충전 위한 시간은 누구가 필요합니다.
그 재충전을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여행을 첫 번째로 손꼽습니다.
한참 꽃길을 걷다 보니 불갑사 경내 앞에 도착했습니다.
불갑사라는 편액이 보이네요.
여느 사찰이면 내설악 백담사처럼 산 이름이 붙고 사찰명이 따라오는데 불갑사는 그렇지가 않네요.
이곳 불갑사를 품고 있는 산은 불갑산입니다.
예전에는 모악산으로 불렸다가 백제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곳이라 불갑산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경내 곳곳에 꽃무릇이 피어있습니다.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팔상전, 칠성각, 명부전, 관음전 등 15동 건물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불갑사라는 으뜸 사찰답게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불갑사 대웅전은 조금 특별합니다.
전각의 방향이 다른 사찰과는 달리 정면이 아닌 옆쪽인 남향을 향하고 있네요.
자료를 찾아보니 마라난타가 들여온 남방불교라서 남쪽을 보게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집니다.
작년 다녀온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법당이 정면이 아닌 동쪽인 것이 생각나네요.
부처님을 모셔놓은 불단 상부를 닫집이라고 합니다.
닫집은 부처님이 계신 보궁을 상징하는 것으로 논산에 있는 쌍계사 유명합니다.
삼존불을 중심으로 잠시 닫집 이야기를 살펴보니
석가모니불은 적멸궁으로 깨달음의 도를 성취한 궁전이라 의미가 있고
왼쪽 아미타불은 칠보궁으로 칠보로 장엄된 서방 극락세계 궁전이라는 뜻입니다.
오른쪽 약사여래불은 만월궁으로 만월이란 보름달이 어두운 밤을 없애듯이 약사여래께서 모든 중생의 병고를 제거해 준다는 뜻입니다. 이번 불갑사에서 또 하나 소중한 배움을 하였네요.
느긋하게 사찰을 둘러보고 서쪽으로 해가 기울어지는 시간에 절집을 떠납니다.
오늘 하루 꽃길을 원 없이 걷고, 산사에 머물렸고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였네요.
이렇게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은...
일상으로 되돌아와서 삶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