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암자)보슬비 내리는 산사
제목 : 보슬비 내리는 산사
날짜 : 2024.4.21(일)
보슬비 내리는 주말
오늘은 오랜만에 통도사 산내암자를 둘러볼 생각입니다.
비 내리는 날 절에 가면 참 좋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숲 속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더해지면 마음이 평온해지거든요.
먼저 들린곳은 서운암입니다.
통도사 산내암자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찾는 곳입니다.
장경각에 올라서면 맞은편 영축산의 산세가 오롯하고 당당한데 오늘은 산안개가 심술을 부러서 조금 아쉽네요.
장경각 앞마당에는 대곡리 반구대, 진천리 반구대 수중 암각화가 있습니다.
성파스님이 꼬박 3년이 걸려 제작을 하였는데 반구대 암각화와 100% 똑같은 실물 크기라고 하네요.
선사시대 암벽에 새겨놓은 그림을 생기를 불어넣는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서운암은 봄이 가장 아름답다고요.
한때 서운암은 많은 장독대를 보며 된장암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들꽃암이라 부릅니다.
장경각에서 삼천불전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천지입니다.
비를 맞은 불두화가 더욱 싱그럽게 보이네요.
버선처럼 보이는 이 꽃을 무엇일까요?
어릴 적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골담초입니다.
옛날부터 나무 이름을 지을 때 쓰임새나 모양 같은 것을 많이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왔다는 걸
가정해 보면 골담초도 뼈와 관계되는 의미에 이름이 아닐까 유추해 봅니다.
삼천불전 앞 연못에는 수련이 잔잔히 수면을 수놓고 있네요.
수련은 6월부터 7월 사이에 꽃이 피는데 수련은 잎과 꽃이 물 위에 둥둥 뜬 것이고, 연꽃은 물 위에 줄기가 뻗어 잎과 꽃이 수면보다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 다르지요. 한여름 개화가 되면 한 번쯤 더 오고 싶네요.
삼천불전 맞은편 주차장 너머에 수장고 공사가 한창이네요..
수장고란 얼핏 들으면 물속에 무엇을 보관하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등의 금고라 보면 됩니다. 여기에 소장품들을 보관하여 데이터베이스 등록 및 유물 복원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도서관의 경우 보존서고라고 보면 됩니다.
오늘 서운암에 온 찐 이유는 바로 금낭화입니다.
금낭화는 옛날 여인들이 차고 다니던 비단주머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트 모양의 고운 담홍색 꽃이 주렁주렁 매혹적으로 매달려 있어 야생화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오늘같이 보슬비 내리는 날 금낭화 보기에는 최적에 날씨입니다.
주머니 끝에 맑은 물방울 매달고 봄비를 즐기고 있네요.
금낭화 꽃말이 뭔 줄 아세요?
실바람에 몸을 맡긴 채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이 꽃말처럼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순종하는 여인네 모습 같기도 하네요.
숲길을 올라가다 보니 공터에 다다랐습니다.
아마 절터 예정 부지인 것 같은데 중앙에 왠 큰 돌이 놓여 있네요.
근데 돌 형상이 마치 아기를 업고 있는 듯한 모습이네요.
돌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아마 절을 짓게 되면 쓰임새가 유용할 듯 보입니다.
오늘 마지막 암자 사명암에 왔습니다.,
사실 사명암은 암자이기 이전에 고택정원 같은 분위기가 풍기지요.
수피에 버섯이 참 이쁘게도 피었네요.
마치 누군가 수를 놓은 듯 섬세하게 감각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사명암에 일승대와 무작정이라는 두 정자가 있는데
일승대는 스님 허락 없이는 일반인이 제한된 곳이지만 무작정은 개방된 곳입니다.
무작정..
글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불가에서는 무작을 인연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닌 생멸의 변화를 초월한 뜻이며 열반을 또 다르게 표현한 말이라고 하네요.
경내에는 할미꽃이 이쁘게 피웠네요.
유년시절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할미꽃 보면 볼수록 옛 생각이 납니다.
바로 옆에는 아주 큰 고목이 서있는데 캥거루 아기 주머니 인양 들꽃이 쏙 들어앉아 청초한 꽃을 피었네요.
극락보전 우측에 영각이 있는데 수호신처럼 양쪽에 나무가 서 있습니다.
수령이 꽤 있어 보이는데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감나무와 모과나무라고 하네요.
정확한 것은 잎이 무성해질 때 오면 주지스님하테 한번 여쭈어 봐야겠습니다.
오늘 보슬비 내리는 날
통도사 산내암자 중 서운암, 사명암 두 암자를 둘러보았습니다.
눈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풍경이 좋아서 자주 오고 싶은 곳이랍니다.
한여름 즈음 다시 한번 와야죠.
서운암 수련도 봐야 하고, 사명암 영각 앞 나무, 무작정 앞 무궁화도 보러 와야죠
그때는 간단하게 먹을 것 사 와서 무작정에 앉아 그냥 무작정 시간 보내고 싶네요.